거제를 방문하는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일부 탐방객들은 눈물을 감출 수 없는 사연을 지니고 온다. 이는 6.25전쟁 포로수용소 때문이며, 한 때나마 이곳에서 포로생활을 한 그들의 한과 설움은 또 다른 한국, 북한동포들에게선 더욱 깊을 것이다. 이는 거제에 있어서의 민족통일이 지니는 상징을 달리하게 하며 가일층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이유가 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는 헌법 제92조에 따라 대통령을 의장으로 한 헌법기관이다. 더불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9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30조를 설치근거로 한 민주평통 국내협의회는 234개 지자체에 모두 구축되어있으며, 대륙별로 구성된 해외협의회도 22개가 있다.

국내 민주평통협의회는 운영규정 제3조(기능)에 따라 평화통일 논의·선도역할, 지역주민 통일여론수렴, 지역사회 통일기반조성, 기타 주민화합과 지역발전에 기여함을 활동방향으로 삼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크게 3개영역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첫째,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강연회, 세미나, 토론회 개최, 남북관계 현안 및 통일환경변화에 관한 정세보고회, 읍·면·동 기업체 사회단체 순회통일간담회를 통한 국민저변의 통일의견 수렴 등과, 둘째, 통일을 대비한 국민통합 활동으로 지역협의회 상호간 자매결연 및 교류행사, 통일관련 체육·문화행사 등 특화사업, 소외된 사회계층돕기, 청소년 선도 등 봉사활동 및 셋째, 통일후세대 육성을 위한 청소년(대학생) 통일교육과 통일문제토론회, 간담회, 중·고생 대상 학교순회 통일교실운영, 평화통일염원 글짓기·웅변·그림그리기 등이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으로 나타낸 것일 뿐, 지역에선 그동안 변변찮은 활동으로 조직자체를 유명무실하게 인식시키고 있다. 이로써 의식있는 주민들로부터 친정부적 보수단체로 지적되어 헌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철폐주장이 나오기까지 했다.

따라서 민주평통은 대폭적 변화가 절실하다. 이에 현 정부는 3진5진 아웃제를 통해 국내자문위원 중 3연임자와 해외자문위원 중 5연임자들의 자동탈락을 추진하였으며, 더불어 개혁성향의 참여를 위해 20~30대와 40대 이하 자문비율을 의무적으로 높였고, 여성위원을 30%로 늘렸다. 그리고 제12기부터 새로운 CI(상징이미지통합)를 사용키로 하였다.
한편, 우리지역은 위의 방침을 수용하여 지난 7월 1일자로 제12기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거제시 민주평통의 실질적인 변화는 지금부터다.

변화의 축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헌법기관’으로 거듭나려는 노력과 수행사업의 개혁적 의식 확보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북핵관련 국제움직임과 정부의 통일노력방향, 개성공단구축, 백두산관광 등 상호간의 노력들을 미루어 볼 때, 통일문제가 향후 10여년의 노력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고, 지역 민주평통의 이들에 대한 성공적 기대와 개선방안 제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능동적인 국제협력방안 마련과 기본적으로 마련된 토대 위에 지역에 적합한 사업실천으로 꽃피워 나가야한다. 특히, 기왕의 자문위원구성변화를 기회로 평화통일 정책에 대한 의견과 건의를 만들어가는 작업과정을 개선하고, 반공의식과 냉전구도에서의 고정관념을 혁파해 나가야한다.

이를 두고 사상문제가 불거진다하여도 진정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일념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의식변화는 북한에 대하여 두 세대이상 누적된 적대감과 주적(主敵)으로 보는 깊은 원망 등을 극복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식을 바탕으로 통일이념을 수용할 토대는 기대할 수 없으며,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고 적대감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통일상대가 진심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와는 유일한 동민족임을 새롭게 각성함으로써 가능하고 지금까지의 격리감을 최소화해 줄 것이다.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이념시대는 무너졌다. 그러한 이념구분에 따라 세계를 바라보는 일은 당연히 없어져야한다. 정치적 이념차이로 인한 분쟁의 이유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는 엄격히 보면 자국의 이익측면만 남아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우리의 통일기원과 접근방식을 치졸하게 하고 있다. 결국 이론적 이념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가치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민주평통은 통일이후를 생각해야한다. 이를 위해 민주평통은 어떤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야하며, 그것은 정권마다 만들 특정 정책보다는 항구적 국민판단으로 민족적 대의를 선택하고 만들어 가야할 이유가 된다. 한 예로, 통일된 우리말 표현과 공동의 역사연구, 문화예술교류활동 그리고 인권확보를 위한 활동은 어떤 정부아래에서라도 가능해야 하고 지속되어야 한다.

이 모두를 우리지역 민주평통자문위원들은 숙지해야하고, 위에서의 활동을 전개하여 국민의식을 바르게 확산시킴으로써 평화통일 마련에 주력해야한다.

우리지역은 민족전쟁의 포로수용소가 있었다는 상징성이 있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인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고 선도적으로 이끌 책무가 거제시 민주평통위원들에게 있다.(예고 : 거제시민주평통의 제안사업)

이 헌/거제대학 교수, UN의제 경남시군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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