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이제는 옛말 돼 버린 듯"

『지금쯤이면 손님맞이로 바빠야 하는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버렸습니다. 추석 대목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린 듯 합니다. 오랜 기간 단골로 지내온 손님들만 간간히 찾아올 뿐이예요』

추석 대목인 지난 14일 낮 고현 재래시장에서 만난 최일호씨(57·대구청과 대표)는 굳은 표정이었다. 25년간 이 곳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중이라는 그는 「대목 분위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30여분 동안에도 단골로 보이는 손님 한명만이 귤 여남은 개를 사갔을 뿐, 가게를 찾는 손님은 보이지 않기 때문일 터.

『해가 갈수록 더한 것 같네요. 더욱이 올해는 추석 연휴가 사흘이어서 귀성 인파가 적어져서 일까요. 재래시장 분위기가 한산하다 못해 황량할 정돕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어시장, 옷가게 등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가 말하는 정상적인(?) 추석 대목 풍경은 이렇다. 제수용품을 사는 손님들은 우선 생선을 고른 뒤, 과일 가게를 거쳐 나물류를 산다는 것. 그런데 어시장부터 손님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다보니 다른 곳 역시 그 현상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과일가게와 수 미터 떨어져 있는 어시장은 그의 주장을 증명하듯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상인들의 우울한 모습이 겹쳐지고 있었다.

『재래시장 뿐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부모 세대들도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기가 꺼려지겠지요. 단골 손님만 남았는데도 그마저도 형편이 여의지 않아서인지 발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그는 장사를 떠나 점점 변해가고 있는 세태가 안쓰러운 듯 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가격이 낮추고(개당 6천원에서 4천원) 품질도 좋은 과일들을 구비했다는 최 대표. 그러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가게 한켠에 덩그러니 진열된 과일선물 세트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자조적일 수 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수십년 동안 한 우물을 판 근성 때문일까.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대형 할인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손님들이 옮겨간 것도 사실이죠. 효과는 미미하지만 거제시에서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를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시설 현대화 외에도 주차 시설 마련 등 산적한 문제가 적지 않아요』

그는 특히 도로변 불법 주·정차에 대한 탄력적인 단속이 절실하다고 했다. 할인점 및 마트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단속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단속은 재래시장 활성화 취지와도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그의 지적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하면서 내년 추석 대목엔 손님 맞이에 바쁜 최 대표의 밝은 얼굴을 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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