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재래시장·마트 둘러보니 …

추석 뒤 월급날· 짧은 연휴 소비심리 위축
상인들 “대목인지 평일인지 구분 안될 정도”

추석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평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장사가 안되고 있다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커져 가고 있기 때문. 올 추석 연휴가 일요일이 끼인 사흘에 불과한데다, 속속 들어선 대형 할인점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예년보다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추석을 나흘 앞둔 14일 낮 고현 재래시장. 생선 좌판이 옹기종기 펼쳐져 있는 B약국 앞은 한산하기 그지 없는 시장 안쪽과는 달리 비교적 손님들의 왕래가 잦아 보였다. 그러나 실제 매매가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상인들이 흥정을 붙여 보지만 가격을 물어보곤 돌아서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5년 동안 이 곳에서 생선 장사를 해왔다는 이모(45·여)씨는 『추석인지 평일인지 모를 정도로 해마다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들고 있다』며 『손님들이 북적였던 추석 대목도 점점 옛말이 되어 가는 느낌』이라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욱 썰렁하다. 어시장이 형성돼 있는 재래시장 안쪽은 흥정이라도 이뤄지던 도로변의 생선 좌판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대목 분위기가 어떠냐는 물음에 『말도 꺼내지 마라』며 손을 내저었다. 비싼 자릿세를 내가며 장사를 하는데도 도로변 생선 좌판으로 인해 『손님 구경한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상인 윤모(54·여)씨는 『생선가격이 약 20%쯤 올랐다고는 하지만 대형할인점보다 싱싱한 생선을 싸게 팔고 있는 셈』이라며 『그래도 비싸다고 등을 돌리니 추석 경기는 다 죽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생선을 고르던 손님 김모(43·여)씨도 한마디 거든다. 『통영에 들어선 대형 할인점으로 손님이 몰리고 있으니 재래시장이 한산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오래된 단골 손님이나 재래시장을 찾을 뿐』이라고 씁쓸해 했다.

재래시장 의류가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예년만 해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양말, 수건, 속옷 등을 사러오는 손님들이 일주일전부터 북적였지만 올해는 절반도 팔리지 않는다고. 의류가게 「B클럽」종업원 박모(30·여)씨는 『연휴도 짧은데다 조선소 월급날보다 추석이 앞서 있는 탓인지 손님을 찾기 힘들다』며 침울해 했다.

청과물 시장도 과일을 정리하는 상인들의 움직임만 분주할 뿐이었다. 25년간 과일을 소매해 왔다는 「D청과」최모 사장(57)은 『지금쯤이면 손님 맞이에 한참 바쁠 때인데 무료하게 과일이나 정리하고 있다』며 『지난해 보다 값도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내놨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손님 급감의 한 원인(?)으로 꼽는 통영 지역 할인점은 어떨까. L마트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손님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물세트는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E마트는 조선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한 상품권 탓인지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내 마트들도 비슷한 상황. 고현 S마트 한 관계자 역시 예년 수준에 비해 손님 숫자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으며, 14일 찾은 중곡 S마트도 한산한 분위기인 반면, 2-6만원대 양주 세트 등 선물세트는 속속 포장돼 배달되고 있어 재래시장 풍경과 대조를 보였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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