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잇는 거제 유일한 백중일 행사
전통문화 계승 차원 예산 지원 절실

백중(百中)일이던 지난 19일 오전. 신현읍 양정리 소재 1백50평 남짓한 마을 당산(堂山)에 10여명의 주민이 모여 제를 준비하고 있다. 흰색 제복을 차려입은 제주가 장정 두명이 두 팔을 맞잡아 안아도 손이 닿지 않는, 수백년은 족히 돼 보이는 듯한 포구나무 아래서 정성을 들인 절을 한다. 이른바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비는 거제 유일의 백중일 당산제다.

옛부터 이뤄지고 있는 백중 당산제는 주민들이 당산나무가 있는 한적한 공터에 모여 나무에 제를 올리고 준비해 온 음식을 함께 즐기는 전통 풍속.
양정마을 당산제는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인근 수월 지역 주민들은 물론 문동 주민들까지 수백명이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고.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포로들이 거제에 수용되면서 수백그루의 포구나무가 잘려나가 1만여평에 달하는 마을 당산(토지나 마을의 수호신이 있다는 산이나 언덕)이 황폐화 됐고, 지금은 주민 몇몇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어 시 차원의 예산 지원을 통한 전통 풍속 보존이 시급한 실정이다. 음력 7월 보름날이던 지난 19일에도 마을 원로 등 7명만이 참여했을 정도였다.

주민들이 현재 행사를 갖고 있는 공터에는 당산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고, 평소 잡초가 무성한 인근에는 솟대를 세웠던 돌무더기 흔적이 남아 있다. 예전에 외지에서 마을로 이사 온 한 주민이 이 당산나무에 개를 매단 뒤 주민들이 다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음력 섣달 그믐날 자정에도 이 곳에서 위신제를 올린다고. 주민들은 마을공동체문화의 유적이었던 이 곳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며 솟대 정비 등 옛 문화를 되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주(祭主)를 맡고 있는 신석주 거제시농업경영인연합회장은 『불과 십수년전만 해도 60여 세대가 행사에 참여했었지만 지금은 주민 몇몇으로 모양만 갖추고 있어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고래로 백중날에는 남녀가 모여 온갖 음식을 갖추어 놓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겁게 놀았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씨름대회·장치기(수전·手傳) 등의 놀이로 내기도 했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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