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반 전(前)쯤 학교가 학생모집에 한참 어려움을 겪으며 학생들이 입학하기를 원하는 다양한 전공에 대하여 교수들과 중지(衆志)를 모으고 있을 때다. 나는 학교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직원을 시켜 지세포 연안의 땅값을 알아보도록 시킨 일이 있다. 생활하기에 쾌적한 거제에 와서 정착을 마음에 두고 삶의 터전을 미리 준비하려던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적(私的)으로 투기를 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거제에 오면서 평소 생각했던 해양스포츠전공(專攻)이나 혹은 해양레포츠전공을 만들려는 의지를 실현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 해양스포츠 관련 학과를 만든다면 최소한 해안에 운동장비를 보관할 수 있는 작은 시설이나 후(後)에 요트라도 한대 갖추려면 해안에 어느 정도의 부지(敷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거제가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 된지는 이미 꽤 오래된 일로 안다. 그런데도 내가 알아보았던 위치의 현재의 땅값은 그때 가격의 두 배가 넘게 올랐다고 한다. 단 2년여가 지난 시점에서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꼭 지세포를 다목적어항(多目的漁港)으로 개발한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지세포만 한정적으로 땅값이 특히 많이 오른 것은 아닌 듯싶다.

거가대교 건설이나 대전-통영 고속도로의 거제 연장 계획 때문인지 또는 아직 구체화 되지도 않은 개발발표 때문인지, 아니면 전국 어느 곳보다도 관광개발 여건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개발 잠재력이 크다는 인식이 파급된 때문인지 풍문(風聞)으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거제지역의 토지가격이 말도 못하게 치솟았고 또 오르고 있다고 한다.

땅값이 오르면서 우리 거제지역에서는 투기이외에 또 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가족 내지는 친족들 간(間)에 상속재산에 관한 분쟁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맏아들에게 주로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통상적인 관습이었다. 이제는 상속법이 푸대접을 받았던 아들, 딸들도 고루 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리고 더욱 이를 부추기게 하는 것은 땅값이 천정 모르게 치솟고 나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상속 받은 형제의 자산이나 종중(宗中)의 토지가 금(金)값으로 올라 막대한 부(富)가 되어 상속 받지 못한 자식들의 눈앞에 닦아오고 있는 것이다.

같은 할아버지 자손들이 논아서 살자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가족간에 분쟁이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송에 따라 외지(外地)에 사는 자손들에게 돌아갈 지분(持分)이야 얼마 되겠는가? 부차적으로 우애(友愛)가 깨지는 사회적 손실이 더 크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거제 부(富)의 유출은 외부인들에 의한 투자든 투기가 안타깝게도 막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면에서 더 우려되는 것이다.

한편, 요즘 정부는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장기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는 방안들을 보면 새로 나올 종합부동산대책도 세금만 올릴 개연성이 크고, 실효성(實效性)에 대한 의문은 과거의 정책들과 별로 더 나으리라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에 대해 더욱 주목해야 할 일은 기준지가(基準地價)를 현실화하여 세금을 올린다고 해도 부동산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래세와 보유세는 국세(國稅)가 아닌 지방세라는 점이다.

당장 지방정부의 재정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단견(短見)으로 시(市)에서는 내심(內心)으로 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앙 정부에서는 추가로 거치는 세금을 빈부격차에 대한 분배방안의 하나로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사후의 문제가 남아 있어 그것도 미지수다. 그리고 이미 시행된 대지(垈地)위의 건물에 대한 재산세 부과와 토지분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방법이 시민들의 납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부동산의 실매매가(實賣買價)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과세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분쟁의 소지(所持)도 크다.

이와같이 지가상승은 토지 소유자의 일확천금이나 지방정부의 일부 세수(稅收)확대가 가져 올 편향적 이득을 제외하면 많은 부작용이 따를 일만 남는다. 특히 사회간접투자(SOC)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유지를 포함해야하는 개발사업은 실제적으로 엄두를 내기 힘들만큼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될 것이다. 중앙정부 말고 우리 거제시 자체적으로 시의회에서 조례(條例)로라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은 없나하고 무지한 요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일고(一考) 있기를 바란다.

최 덕규/거제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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