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제에는 새 공원건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류학자인 윤 무부 교수가 다행히 거제 출신이고 내년 정년퇴임 이후 고향에 새 공원이 건립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거제시민·지역언론·거제시 당국도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보이고 있다.
거제시가 중심이 되어 「거제 새 공원 건립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는 신문보도도 있다. 이런 분위기로 보아 거제의 새 공원 건립계획은 앞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공원 건립계획이 최종적으로 결정되고 공사를 마치고 시민에게 공개되기 까지는 많은 논의와 협의와 절차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입지선정, 설계, 규모, 시설물 형태, 운영목적과 방법, 재정확보 등에 관한 개념과 계획을 사전에 빈틈없이 마련하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나는 1960-70년대 유학시절 독일연방정부 공보처에서 아시아의 귀빈들에게 독일의 명승지와 기관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 새 공원도 빼놓지 않고 즐겨 찾았던 코스였다. 그때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논의 중인 거제의 새 공원건립에 참고가 될 만한 몇 가지 제언을 한다.

거제는 산림이 울창한 산과 적당한 평지가 공존하는 육지와 같은 천혜의 섬이다. 거제시 어디에나 공원을 건립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새 공원은 거제시민과 관광객이 휴식하고 즐기고 관광할 수 있는 휴식장소 이어야 하기 때문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시내버스나 셔틀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으로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장소, 거제의 관광명소인 외도, 포로수용소, 해금강, 다목적 어항 등과 연계되는 인구밀집지역 인근이면 좋겠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새는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폭죽이 터지고 소음이 가시지 않는 해수욕장 인근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본설계는 유럽식 새 공원의 개념을 토대로 해야 한다. 새 공원은 동물원 한 모퉁이에 설치된 새장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특수한 시설물이다. 우리는 이런 시설물을 한 번도 경험하지도 소유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설계는 물론 건설이나 운영해본 경험도 없다.

새 공원 설계에 애국심을 결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시설물 설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형태의 공원이나 시설물들을 굳이 거제의 새 공원에 선보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외도해상공원과 포로수용소의 성공사례에서 큰 교훈을 찾아야 한다.
외도와 포로수용소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국적」이고 「이색적」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외도를 찾는 사람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굳이 유럽까지 가지 않고도 잠시나마 유럽의 한 고품격 정원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감동하고 찾아오며 또 찾아온다.
새 공원도 역시 「이국적」이고 「이색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국의, 나아가서 세계의 명소로 설계하고 건설해야한다. 내국인뿐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굳이 유럽까지 가지 않고도 거제에서 유럽에서와 같은 새 공원을 관광하면서 감탄하고 탄성을 자아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설계하고 가꾸어야 한다.

설계는 새 공원을 설계하고 건설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전문설계회사나 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의 유명한 새 공원들은 대략 300 종류 2,000 마리 내외의 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제의 새 공원도 최소한 이 정도의 규모를 염두에 두고 건립해야 할 것이다.

새 공원은 일반 동물원과는 달리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들은 새 공원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새들이 뽐내는 자세와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황홀해지고 별천지 같은 세계에 오랫동안 흠뻑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세계 제1의 독일 발스로데 새 공원은 방문객이 단지 몇 시간동안만 관람하고 떠나는 장소가 아니고 가족이나 연인들이 별천지에 머물면서 산책도 하고 독서도 하고 체험도 하고 즐기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장소가 되도록 공원 안팎에 미니 자동차 경주장, 미니 골프장, 새 마술공연장, 영상물 공연장,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특별시설, 새 박물관 등과 같은 위락시설과, 매사냥 시연회, 새 용품제작 판매사업, 새 학교와 동호인 회 운영 등과 같은 부대사업도 병행하고 있고, 인근주변에 안락하고 현대적인 숙박시설단지를 갖추고 있으면서 체류중심의 복합 관광단지로 운영되고 있다.

새에게 기증자나 위탁자의 이름을 붙여 주고, 새 공원과 숙박시설 및 거제도내의 다른 관광시설과 연계되는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고, 체류관광객에게 복수입장권을 제공하는 등과 같은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 공원 건립은 외국에서도 그러했듯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많은 논의와 협의를 거친 후에 비로써 문을 연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거제의 새 공원건립도 충분한 사례검증과 논의절차를 밟은 후에 차분히 추진되어 꼭 성공을 거두기 바란다.

김 경근/고려대학교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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