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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를 위한 변론

필자는 우리식 나이로는 마흔이지만, 아직은 전형적인 소위 386세대이고 그 파편이라고 스스로를 규정짓는다. 군부와 독점자본이 정치와 경제를 장악하고 민주주의와 노동자, 나아가 인간의 권리를 억압하던 80년대를 비켜서지 않고 세상을 바꿔 보려고 몸부림 친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복잡한 퍼즐처럼 조각조각의 단면만 머릿속에서 맴돌 뿐이지만, 스무살 즈음에 공부하고 받아들인 세계관과 가슴속을 흐르는 눈물을 통해 경험한 그 시대의 아픔이 지금도 필자의 머릿속 절반은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스로 정체성에 대하여 회의와 의문을 가진다. 특히 매스컴을 통해 386세대에 대한 가혹하다 할 정도로 비판(때론 애정을 가장한 비난도 많다.)이 가해지는 것을 볼 땐 ‘나도 저렇게 비판받을 짓을 하고 사는가?’하고 존재와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해 본다. 그러나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쳇바퀴 속 다람쥐 모양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묻히곤 한다.

얼마 전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 참가하여 오랜만에 술잔을 주고받으며 80년대를 '웃으며'(?)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사회가 변화한 만큼이나 모두가 변해있었다. 정당을 달리하는 국회의원이 된 친구들, 기자, 시민단체의 간부, 농민, 법관을 비롯한 법조인들,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이자 386세대의 현주소였다. 공통된 고민도 바로 현재의 존재와 정체성의 문제였다.

소위 386세대가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면 이 시점에 있는 필자를 비롯한 386세대들이 처해진 위치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약간은 이해 될 수 있을 것 같다. 80년대는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독재 권력에 대한 투쟁으로 시작되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시작으로 끊임없는 민주화에 대한 염원은 80년대 전체를 지배한 화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86세대는 그 시대의 변혁을 이끄는 원동력이었고, 어떤 이는 독재 권력에 맞서다 감옥으로 향했으며, 또 어떤 이는 세상을 버림으로써 세상을 울리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묵묵히 공부하여 지금 이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그 시대를 살아온 모습들은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이지만, 시대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며 독재에 항거하면서 민주적 소양을 갖추어 온 점은 이들 모두의 공통점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 힘이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제를 비롯한 민주적 정치제도를 만들었고, 노동자 나아가 전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켰고, 지금도 그 완성을 위해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가는 기관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90년대를 지나고 2000년대를 맞으며 386세대는 혼란을 겪고 있다. 목표의식도 없어지고 정치적 색체도 과거와는 다른 모양새다.

이제 386세대는 이 사회의 중심에 서 있다. 시대와 역사는 386세대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일선에 있는 386세대에게는 민주적 소양 외에도 강화된 도덕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고, 생산현장과 기업에 있는 386세대에게는 노동기본권의 존중 외에도 더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와 시민사회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전문가의 지위에 있는 386세대들에게는 자신을 위한 것에서 벗어나 사회의 진보와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시대 모든 386세대에게 공통으로 요청되는 것은 민족숙원인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만들어 가는 주역이 되라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80년대 386세대는 기성세대에 대하여 민주화를 요구하고 촉구하는 위치였다면 2000년대 386세대는 사회의 진보와 정의를 스스로 만들고, 만든 것을 지켜 나가야 한다. 가슴으로 만들고 경험으로 다진 역사인식과 시대정신은 후배세대들에게 고스란히 넘겨 줄 의무와 책임을 진 지위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시대와 후배들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연배만 386세대이지 386세대가 가져야 할 시대의 아픔을 아는 역사의식과 실천을 통해 형성된 민주적 소양은 없으면서, 자신의 출세를 위해 정치모리배들의 뒤를 따라 다니며 구태를 답습하는 일부 386세대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이 386세대의 모든 것인 양 비춰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답답하고 서글퍼다.
그러나 이들에게 국민의 질타는 가혹하다. 이는 국민이 386세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시대가 그토록 큰 역사적 과제를 386세대에게 맡긴 것은 386세대는 그러한 과제를 풀어나갈 역량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386세대 스스로는 사회와 시대를 이끌어 갈 역량을 키우고 선?후배세대는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로 386세대가 국가의 튼튼한 허리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운다면 통일시대를 맞는 국민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 한주/변호사(거제시의회 고문 변호사)

새거제신문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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