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보수·해안 청소·하수 정비· 수도 수리…
남부면 구석구석 챙기는 보물 같은 만능 살림꾼

지난해 연말 거제시 16개 읍·면·동 가운데 남부면(면장 황정재)이 「꽃길 조성사업」에서 1등을 차지했었다. 이를 반증하듯 남해안 최대의 관광지인 해금강 일대에는 올 봄 노란 유채꽃 물결이 해안절경과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관광객들의 시선과 발길을 끌었다.
해금강뿐만 아니라 남부면으로 진입하는 도로변 곳곳에는 잘 가꿔진 각종 야생화들로 싱그럽다. 5월 현재 남부면을 찾게 되면 짙은 홍자색을 띤 영산홍 군락이 손님들을 반긴다. 이처럼 멋들어진 꽃길을 가꾼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들을 찾아 나섰다.

꽃길 조성부터 민원 현장까지 손길 안 닿는데 없어

지난 17일 오전 11시께 저구만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한 남부면 사무소.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사무소 건물 옆 창고에 삼삼오오 모여 전기톱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 바로 남부면 꽃길 조성사업 1등을 일궈낸 숨은 공신들.

이날도 작업 준비에 여념이 없던 임종찬(52·저구리), 전옥권(48·다대리), 윤길수(46·다대리)씨는 남부면에선 없어서는 안 될 「일꾼」으로 통한다. 또 다른 일꾼인 진두석(43·다대리)씨는 이날 오전 다른 작업을 하러 갔다고 했다.

임씨와 전씨는 각각 10년과 8년 동안 남부면에서 줄곧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왔으며, 기능직으로 일하고 있는 윤씨는 지난 86년부터 일해왔다니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동안 남부면의 일꾼으로 살아온 셈이다. 진씨 역시 17년 전부터 산불감시원으로 일해 오다 5년전 부터는 도로수로원으로 낙석 정리, 하수구 정비 등을 맡아 왔다고.

임씨 등과 함께 이들이 손수 가꾼 꽃길로 향했다. 도로변 한쪽에서 호미질 하느라 한창 바쁜 공공근로여성들이 손을 흔든다. 다른 작업에 나섰던 진두석씨가 마침 연락을 받고 도착했다.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에서 이들과 얘기를 나눴다. 맞은편 도로변엔 올 여름 꽃 피울 벌개미취가 심어져 있었다.

『계절에 맞춰 꽃을 심는데, 가을엔 털머위·들국화·코스모스를, 여름엔 벌개미취·우드베키아 등을, 봄엔 붓꽃·범부채 등이 꽃 피울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야생에서 일일이 종자를 채취하고, 묘포장에서도 키워내려면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요』

근무경력 10여년 손발도 척척…관광남부 건설 한 뜻

이들이 채취한 야생화 종자들은 다른 읍·면·동에서 가져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남부면이 야생화 종자 보급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남부면이 꽃길 조성사업에서 1등을 차지한 뒤 이곳엔 다른 읍면동 직원들이 벤치마킹을 해 갈 정도였단다. 꽃길 조성 전문가가 따로 없는 셈이다.

때문에 지난 연말 임종찬씨가 이들의 대표로 거제시장상을 받기도 했었다.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 각광 받았던 해금강 마을로부터 도장포, 함목까지의 유채꽃밭도 이들의 작품이다. 의미를 보태자면 관광 거제를 알리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꽃길 조성말고도 이들이 남부면의 살림꾼으로 불리는 이유는 도로변 낙석 정리 및 제초작업, 해안변 청소, 하수구 정비 등 각종 궂은 일을 도맡고 있다는데서 알 수 있다. 최근엔 명사초등학교에서 나무 가지치기를 해달라고 부탁해 일손을 거드는 등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공무원들의 칭찬도 인색하지 않다. 남부면 박용석 총무계장은 『한마디로 정예 멤버로 구성된 우리 고장의 일꾼들』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각종 기계들의 잔고장도 정비소에 맡기는 법 없이 척척 수리한다』고 귀뜸했다.

남부면이 잘 발전해 나가면 그걸로 족하다는 이들 4인방. 꽃길 조성 사업에서, 남해안 최대의 관광지로서 남부면이 최고로 꼽힐 때가 가장 보람이 크다는 이들 4인방의 팀웍이 지속된다면 일류 관광지의 명성도 쭉 이어질 것 같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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