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모공편(孫子 謀攻篇)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말이 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언제부터인가 백전백승(百戰百勝)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 벌써 승리한 것으로 단정 지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조급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이러한 조급성은 이미 알려진 바이지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조급성은 감정에 치우치는 국민성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매사에서 감정에 치우치다 보니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 성질이 급하면 일을 자주 그르치게 된다. 그래서 그것이 문제가 되면 언제나 불리한 입장이 되고 마는 경험을 자주 겪었다. 이러한 조급성은 차분히 계획을 세우고 멀리 내다보는 시야에 장애가 되어 왔다. 긴 세월을 두고 원대하게 이루어질 일들은 아예 꿈꾸지도 못하고, 눈앞의 이득만 챙기는 우매를 저질러 왔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습성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그 원인을 규명하고 치밀하게 대처하기보다는 흥분하여 소리 지르고, 시간이 지나면 아예 잊어버리는 냄비성 행동을 반복해 온 것이 우리다.

요즈음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제정으로 양국이 첨예한 외교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인데도 우리는 그에 대비하지 않고 ‘내 것’만을 주장하는데 멈췄던 것이다. 그에 대비한 국가적 차원의 준비가 있었어야 했다. 너무 안일했다. 그 동안 일본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이 천 개 이상의 학술 단체가 준비를 해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단 두 개의 학술 단체만이 독도를 연구해 왔다. 그네들이 지금 국제 재판소에 가자는 것은 분쟁지역화하자는 속셈도 들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재판에 이기기 위한 준비가 다 되었다는 뜻도 된다. 이처럼 우리는 치밀한 계획 아래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처하는데 일본에 한수 뒤졌던 것이다.

또 역사 왜곡을 할 때마다 우리는 분노하면서도 정작 일본이 왜곡한 사실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정확히 홍보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일본이 왜곡시킨 역사가 뭐냐고 물으면 겨우 나오는 답이 정신대 문제 정도이다. 이건 뭔가 우리 교육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젠 우리도 학생들을 비롯한 온 국민들에게 일본이 왜곡한 사실이 무엇이고, 독도와 대마도가 우리의 땅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가르쳐야 한다. 사건이 터졌을 때만 우르르 분노하고 식어 버리는 습성은 고쳐야 한다.

이번에 거제시에서는 장목관광특구를 비롯하여, 지세포다기능어항특구, 조선기자재특구 등을 신청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거제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사업들이다. 이번에 신청하는 이러한 사업들이 재정경제부에서 채택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하지만 긴 안목에서 계속 준비하고 추진한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도 있고, 거제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너무 조급하지 말고 하나하나 일을 밀고 나가는 지속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내 고장에 이런 특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치밀한 검토와 준비로 판단하고, 중앙부서를 설득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만에 하나 이번에 채택이 아니 된다 하더라도 정부의 특구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니까 계속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 좋으리라 믿는다.

봄이 되면서 거제시 일원에서 추진되어오던 사업들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개중에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사업이 중단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이 주민들의 민원은 대개의 경우가 환경 문제이거나 토지 배상 문제이다. 본래 개발과 환경 문제는 언제나 같은 궤에서 상충되기 마련이다. 개발은 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자연은 보존시켜야 하는 것이 우리가 처한 어려운 현실이다. 어느 한 쪽이 옳다고 단정내릴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서로 절충하여 묘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토지 보상 문제도 역시 어려운 점이다. 개발의 리듬을 타면 가장 앞장서는 것이 땅값이기 때문이다. 지금 문동·상동 지방도 1.7키로의 확· 포장 공사의 지연은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심할 때는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 것 같은 위험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땅을 내어 놓아야 하는 쪽에서는 더 받으려 하고, 일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한정된 돈이고 하니 어렵다. 서로 상대의 고충을 생각해서 원만히 처리되어 공사가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나 하나의 지나친 욕심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하고, 지혜로운 결심이 이곳에서 살아갈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좋은 선물을 주게 된다는 긍지감도 가져봄직스럽다. 눈앞의 이득보다 먼 미래에 찾아올 복락을 한번쯤 헤아려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월이다.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는 사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 샘솟는 달이다. 산과 들에 새싹이 돋고, 온갖 봄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의 문턱에 와 있다. 무거운 겨울옷을 벗어던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월을 맞이하자. 이 사월을 멀리 보고, 차분히 준비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다면 우리는 분명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강 돈묵/거제대 교수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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