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대량 유입·가공사업 잇단 실패
생산량 10분의 1 격감…옛 명성 사라져

거제의 특산물로 널리 알려진 하청 맹종죽이 생산량 감소와 함께 대량 수입되는 중국산 죽순과의 가격경쟁에 밀리면서 80여년간 유지해 오던 「죽순왕국」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하청 맹종죽은 8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가격으로 일본으로 수출돼 재배농가에 효자노릇을 해왔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값싼 중국산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특히, 맹종죽을 이용한 잇단 상품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순주, 죽엽차, 죽순환, 대나무 수액, 죽순음료 등의 가공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하청 맹종죽은

하청 맹종죽은 소남 신용우(辛容禹·1895~1960)선생이 지난 1927년 일본 산업시찰을 갔다 오면서 3그루의 맹종죽 모죽을 가져와 하청에 심어 두 그루가 생육하는데 성공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이후 신 선생은 55년간 죽순을 재배해 48ha의 죽순밭을 일구는데 성공, 하청면 일대의 야산이 모두 푸른 대나무 숲으로 변했고 연간 8백t이상의 죽순을 생산해 우리나라 총 생산의 95%를 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때는 맹종죽하면 자연히 거제를 떠올릴 정도가 된 것.

그러나 10여년전만 해도 연간 1천5백t 이상 생산되던 맹종죽이 생산 농가의 노동력 고령화로 인해 매년 생산량이 줄어들어 급기야 지난해에는 10년전의 10%에도 못 미치는 1백35t으로 급감했다.

현재 하청면 일대 죽림면적은 3백ha를 넘어서고 있지만 대부분 야생상태로 방치돼 맹종죽 채취가 가능한 죽순밭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왜 이렇게 됐나

한때 잘나가던 하청 맹종죽이 지금의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맹종죽이 탄탄대로를 달리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80년대에는 재배농가의 노동력이 30~40대의 젊은 층이었다. 이 때문에 3월말에서 4월초까지의 불과 20여일 남짓한 죽순 채취기간에 충분한 노동력 공급이 가능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이들의 나이대가 50~60대로 접어들면서 노동력이 고령화 돼 맹종죽을 제때 채취하지 못하면서부터 생산량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죽순의 특성상 50Cm정도만 올라와도 섬유질이 단단해져 식용이 어려운 데도 이미 재배농가의 노동력은 전성기를 지나 「우후죽순」자라나는 맹종죽의 생육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었다.

고령화된 노동력은 죽순밭 관리에도 영향을 미쳐 50ha가 넘는 양질의 죽순밭을 무작정 방치 하다시피 해 쓸모없는 야생의 대나무 숲으로 변해버린 것. 결국 관리하기 힘든 죽림면적만 매년 늘어나 지금의 3백ha를 넘어서게 됐고 이는 곧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경쟁력마저 잃어버리게 됐다.

또 다른 요인은 90년대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중국산 죽순 때문. 연 1회 생산되는 하청 맹종죽과 달리 중국산 죽순은 연 3회 생산돼 생산량에서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동죽(2~3월), 춘죽(4월), 하죽(6~7월)으로 나뉘는 중국산 죽순은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질 좋은 죽순의 대량생산에 성공, 하청 맹종죽의 주된 판로였던 일본시장을 잠식하고 국내시장까지 파고들어온 것.

게다가 중국산 죽순은 가격이 싼데도 불구하고 하청 맹종죽보다 품질이 뛰어나 소비자는 물론 업자들에게도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 94년 20억여원(저온창고 포함)의 예산으로 건립된 죽순 통조림 가공공장의 운영마저 힘들 정도로 상황이 급격하게 퇴락됐다.

맹종죽, 이대로 사라지나

하청 맹종죽이 예전의 명성을 잃고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현실을 두고 일부에서는 전남 담양 등지의 사례와 같이 테마공원을 조성해 관광단지로 개발·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예산확보 등의 문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맹종죽 테마공원으로 조성한다 해도 대나무 숲의 특성상 각종 벌레는 물론이고 5월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모기서식지로 변해버리는 탓에 방충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한 사업의 성공 또한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에 앞서 하청농협은 지난 10여년간 위기에 처한 맹종죽을 살리기 위해 각종 가공사업을 벌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청농협이 고려대학교에 용역 의뢰해 개발한 죽엽차, 죽순환, 대나무 수액, 죽순 음료 등이 사업 타당성 미흡으로 잇따라 실패했고 항산화 물질연구도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려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하청농협 관계자는 『하청면 일대 죽림면적은 3백ha를 넘지만 대부분이 야생상태로 방치돼 맹종죽 채취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0여년간 백방으로 뛰며 맹종죽 판로를 개척했지만 노력의 결실이 없어 지금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거제 맹종죽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죽순 수매는 계속 할 것』이라며 『올해는 약1백t 정도 생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죽순은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인,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골고루 섞여 있어 성인병, 부인병 식이요법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신상품 개발을 통한 「옛 명성 부활」가능성은 아직도 많은 편이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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