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하수도

S형!
도시 발전에 따른 시민생활의 「기반이 되는 시설」의 정비는 자치단체와 국가의 최소 기본시설입니다. 그 중 하수도는 그 대표적인 시설이죠. 하수도는 환경위생의 향상에 의한 전염병의 방지나 침수의 방제 등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그 후 수질오염 방지, 공공수역의 수질보전 등의 역할로 발전되었습니다. 따라서 하수도 시설은 현대사회에서는 도시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시설로 시민 모두에게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거제시청 소재지인 신현읍의 하수도는 그 처리시설까지 540억원의 돈을 들이고도 준공 2년째 제구실을 절반도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걱정스러운 것은 540억원짜리 도시기반시설사업이 그 모양인데 관계자들 모두가 「강건너 불구경하듯」팔짱을 낀 채 입을 닫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만 엎드려 있으면 꾸중은 들어도 크게 다치지는 않는다」는 본전(本錢)주의 보신(保身)요령에 익숙한 탓인지 어느 누구도 「내탓」이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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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하수처리시설은 거제시가 발족한지 3년이 지난 1998년부터 4백40억원의 사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처리장은 연초면 오비리에 세우고 장평, 고현, 중곡 3개지구에서 하수를 모아 끌어들이는 차집관거를 8.9㎞나 묻어, 매립지의 중계 펌프장에서 오비로 보내 하루 1만5천톤의 하수를 처리해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설계입니다.

거제시는 이 하수처리시설 착공과 함께 98년부터 2001년까지 신현읍을 7개 지구로 나눠 각 가정 또는 아파트단지 등에서 하수가 제대로 처리장으로 흘러갈 수 있게 1백2억원을 들여 「신현읍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벌였습니다.

하수가 빠짐 없이 처리장으로 흘러들도록 하기 위해 땅 속에 묻은 하수관의 길이가 서류상으로는 자그만치 1백리가 넘는 43,6㎞입니다. 이 사업계획은 지난 97년에 세웠는데 당시 10년뒤인 2006년 신현읍의 인구가 8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계산 아래 짜여진 것입니다.

지난해 2월말 준공 된 신현하수처리장 시설은 설계 용량이 하루 1만5천인데 1년이 지난 지금 6천500톤 처리가 고작입니다. 그 이유는 하수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하루 7천500톤 이상의 하수가 신현읍의 도심 지하로 스며들거나 고현천을 통해 고현만으로 흘러 바다를 오염 시키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인구 7만3천의 대읍인 신현읍이 쏟아내는 하수량은 수돗물만 셈한 것입니다. 신현읍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하루 25,643톤. 1인당 356ℓ, 급수인구 72,000명이 기준입니다. 수도의 누수는 낡은관 때문에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누수율 30%를 적용하면 실제 시민이 받아 쓰는 수돗물은 17,950톤. 이 중 자연증발 등 자연감소량 20%를 뺀 14,360톤이 하수로 쏟아진다는 계산입니다. 지하수 사용량을 이에 합치면 신현읍의 하수발생량은 훨씬 많은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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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읍 하수처리장의 기막힌 실태에 대해 한국하수도학회 임원인 서울 H대 교수는 『신현읍이 거대한 시궁창이 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어디가 어떻게 탈이 났는지, 전문회사의 검증을 얻어 엄청난 하수가 새고 있는 상황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걱정했습니다.

이 학자는 18세기 이전부터 유럽지역에서 하수도시설이 발전하게된 이유는 전염병 방지 대책의 하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파리는 에펠탑과 세느강이 도시의 상징이며 명소로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파리의 「하수도 박물관」도 명소 중의 하나입니다. 현재의 하수도 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1989년. 이 박물관을 구경하기 위해 하루평균 2,500명의 관광객이 비싼 관람료(10유로화＝한화1만3천5백원)를 내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1850년께 파리시 전역에 상수도와 함께 하수도망을 구축하기 시작해 1878년에는 600㎞에 이르는 하수도망이 준공되었다고 하수도 박물관 안내원은 설명합니다. 안내원은 또 『2003년말 기준으로 파리시에는 2,400㎞에 달하는 하수시설이 설치 돼 있다』며 『이는 프랑스가 세계에 자랑하는 유서깊은 환경시설』이라고 소개 합니다.

그 중 놀라운 것은 파리 지하에 설치된 하수구의 길이가 200㎞를 넘으며 그 높이가 사람의 키 보다 높은 돌 구조물로 2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우리 거제는 그 200년 이후 전문가의 설계와 전문회사의 시공으로, 또 공사감리회사를 둬 공사를 감독하고 공무원이 준공검사를 마친 시설이 준공 2년째 설계용량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니, 정말 한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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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엔 시장, 시의원, 도의원 등의 선거가 실시됩니다.
어떤 사람에게 고장의 살림을 맡기고 어떤 분을 시민의 대변자로 뽑아야 하는지 그 선택은 시민들의 몫입니다. 어떤 조직에서나 잘 하려던 일이 잘 못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이 드러나면 서둘러 바로잡고 그 잘잘못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물을 줄 아는, 「투철한 책임의식」은 자치단체 관리·운영자인 공인(公人)이 지녀야 하는 기본 덕목(德目)이 아니겠습니까?

유 진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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