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로 통행료 인하를 위한 정부 용역(이하 거가대로 용역) 예산 3억 원이 가까스로 확보된 가운데,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 공을 앞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과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변광용 위원장이 각자 성과를 내세우는 형국이다.

쟁점은 거가대로 용역 예산이 민주당 주장처럼 ‘삭감’된 예산을 지켜내고 살려낸 것(변광용 위원장)인지, 아예 없었던 예산을 새롭게 ‘편성’한 것(서일준 의원)인지다.

우선, 정부 예산 편성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업무 가이드를 보면 거가대로 용역 예산 등이 반영된 2023년 새해 예산안은 앞서 올해 5월 31일까지 각 부처에서 기획재정부로 ‘예산요구서’를 제출하는 게 ‘첫 단추’로 볼 수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업무 가이드.

경남도 ‧ 거제시에 따르면 민선7기 기간이던 올해 5월 31일까지 거가대로 용역 예산이 요청된 사실은 없었던걸로 파악된다. 거제시 → 경남도 → 국토부 → 기재부로의 예산요구서 제출 프로세스는 이 시점까지 없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토부 당초 예산안에도 내용이 없었다.

거가대로 용역 건의가 최초로 발의된 때는 정권이 바뀐 민선8기 시작 시점인 올해 7월 경남도가 국회와 국토부 등으로 건의하면서다. 이 때 공식적으로 예산이 요구된 셈이다.

이후 서일준 국회의원은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대정부질문 ‧ 국정감사 ‧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 국회 예결위 질의 등에서 거가대로 용역 반영 등 대책을 주문한 사실이 있고, 지난 24일 거가대로 용역 예산안이 통과됐다.

민선7기 기간에도 거가대로 통행료 인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아래 파란 상자 참조)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도 올해 거가대로 통행료 인하 TF팀 구성에 이어 변광용 위원장의 1인 피켓 시위 등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거가대로 용역 예산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문제는, 처음엔 없었던 예산을 ‘삭감’됐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예산이 편성되자 지켜내고 살려냈다고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가 표현한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거가대로 요금 인하 추진이 포함돼 있었으니 ‘예산 미반영’을 ‘예삭 삭감’으로 주장한 것인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삭감의 사전적 뜻(깎아서 줄임)을 고려하면, 이 사안에 갖다 붙일 표현은 아닌 듯 보인다. 깎을 예산이 절차적으로 애초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의 여러 노력이 ‘선동 정치’로 평가절하되지 않으려면, 디테일을 챙겨볼 일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