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씨름이 부활하고 있다. ‘씨름은 우리 것’이라는 것을 강조할 수 있는 경기면서도 국가의 정통성 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2017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된 후 2018년에 남북공동으로 유네스코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박진감 넘치고 멋진 승부를 다룬 씨름이 유튜브를 통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요즘 ‘몸짱’ 청년장사가 나선 씨름대회 동영상이 조회 수가 200만회를 뛰어넘고 젊은 장사들에게는 ‘씨름돌’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경량급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이 지상파 전파를 타면서 일부선수들은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화려한 기술과 근육질 몸매로 팬들을 모래판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풍에 힘입은 거제에는 조상들의 얼이 담긴 씨름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는 초등학교가 있다. 바로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출전해, 거제최초로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계룡초등학교 씨름부다.

계룡초등학교(교장 이혜영)는 올해로 개교 9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다. 1930년 일운 공립보통학교를 거쳐 1996년 계룡초등학교로 학교 명칭이 바뀌었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가져오면서 그 세월의 무게만큼 계룡초등학교에는 자랑거리가 많이 쌓였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건 역시 씨름명문학교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모습이다.

계룡초등학교 씨름부가 창단된 것은 2016년이었다. 당시 경남씨름협회 신정호 회장(대륙산업개발 대표이사)이 장래 한국씨름의 거목이 될 선수들을 거제에서 키워보자는 의도를 갖고 씨름꿈나무 육성에 열정이 있고 뜻을 함께하는 교직원 및 총동창회, 학교운영위원회와 함께 계룡초등학교 씨름부를 조직하게 됐다.

처음 계룡초등학교 씨름부 선수들을 모집해 직접 지도했던 체육교사는 2018년에 거제시청씨름단 감독이었던 윤경호 씨의 추천을 받아 양사문 감독을 초빙해 계룡초등학교 씨름부를 맡겼다. 양사문 감독은 계룡초등학교에 부임한 후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기본기였다.

양 감독은 “지루하더라도 기본기에 충실하고, 좋은 팀 분위기와 끈끈한 팀웍을 갖추면 최강 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그러한 양 감독을 신뢰하며 따랐다.

계룡초등학교 씨름부 선수들은 현재 6학년 6명, 5학년 2명, 4학년 3명, 1학년 1명으로 12명의 선수들이 매일 방과 후에 훈련을 하고 있다. 계룡초등학교 씨름부는 12명의 선수로 해마다 전국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창단 6년째인 올해는 지난 4월, 경남 고성에서 열린 ‘제51회 회장기전국장사씨름대회’와 지난달 전북정읍에서 개최한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계룡초등학교를 씨름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들을 만나봤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2018년 씨름을 시작한 김대원 선수는 “체육선생님께서 권유해서 부모님이 허락해 주셨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거제시청씨름단 여자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해 기량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모래판 위에서와 달리 수줍게 말한다.

김대원 선수는 올해 4월에 경남 고성에서 열렸던 ‘제51회 회장기장사씨름대회’ 초등부 용장급(55kg 이하)체급에서 우승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전북 정읍에서 개최 됐던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용장급 장사에 오르면서 2관왕을 차지했다.

들배지기와 잡채기 기술을 좋아한다는 김대원 선수는 들배지기 기술이 좋은 의성군청 소속 윤필재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거제에는 씨름이 교기로 지정된 중학교가 없어 진학문제로 부모님과 힘들어 하고 있지만 그래도 씨름이 재미있다”는 김대원 선수는“어른이 되면 꼭 민속장사씨름대회에 나가서 황소트로피를 부모님께 안겨드리고 싶다”고 장래포부를 밝혔다.

양사문 감독은 김 선수에 대해 “나이에 비해 전체밸런스가 뛰어난데다 끈기 있는 노력파선수”라고 말한다. 양 감독은“요즘 학생들이 어렵고 힘든 운동은 잘 안하려고 하는데 대원이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또 계룡중학교 1학년, 서금광 선수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서금광 선수는 2019년, 계룡초 씨름부에서 씨름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경남대표로 선발되어 5학년임에도 불구하고 6학년들 사이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이지만 중등부 80Kg급 최강자 중의 한명이다.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중등부 용사급(80Kg이하) 경기에서 2~3학년들을 차례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하며 전국소년체육대회금메달을 예약한 서금광 선수.

주특기가 발기술인 서 선수 역시 “내년 제51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며 “큰 덩치의 상대방을 호미걸이로 모래판에 눕히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선수도 수원시청 임태혁 선수다. 들배지기를 시도하는 상대를 안다리로 넘어뜨리는 게 너무 멋지다”고 했다. 양사문 감독은 서금광 선수가 누구보다도 성실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 거제시청씨름단 선수들과의 합동훈련을 시작한다.

양사문 감독(사진 오른쪽)

계룡초 씨름부 양사문감독

제주도가 고향인 양사문(43) 감독. 제주도대정초등학교 4학년 때 씨름선수로 입문했다. 씨름을 배운지 1년만인 5학년 때 제주도 대표선수(초등부)로 출전했으며 이를 계기로 밀양동명중학교, 마산상고(현 용마고등학교)를 거쳐 경남대학교에 진학해 씨름선수로 활동한 후 수원연수중학교, 마산중학교, 춘천후평중학교, 춘천기계공고감독과 제주도청씨름단 초대플레잉코치를 역임하며 지도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쌓았다. 그러다가 2018년 3월 계룡초등학교 감독으로 부임해 오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그동안 준비해 왔던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게 됐다.

양 감독에게 씨름의 매력을 묻자 “씨름은 우리나라의 고유 민속놀이이자 스포츠입니다. 씨름은 현재 인류무형문화재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자부심을 가지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보다 몸집이 작아도 기술로 큰 선수를 넘어뜨리는 것이 씨름의 진짜 매력입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슬하에 아들, 딸을 두고 있는데 아들은 아빠의 뒤를 이어 계룡초등학교에서 씨름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 손영민 거제시청씨름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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