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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가능한가 ㉛[기획 연재] 고영주 /(전) 거제지역자활센터 실장

2) 기본소득의 재정적 실현 가능성 : 증세 없이 가능하다!

기본소득은 오랜 기간 획기적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정책으로 취급받거나 몽상가들의 이상향(유토피아)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심리적 거부감이 그만큼 컸다는 점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의 재정만 허락한다면, 못할 것도 없는 분배체계로 인식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실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변화의 배경에는 1960년대 말부터 시작한 기본소득 실험들의 재발견, 제2의 기계시대가 불러오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위기감과 불안정 노동자의 증가 그리고 불평등의 증가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한정하자면 성남시의 청년 배당 실험과 같은 지방 정부의 실험, 유력 대선 후보들의 유사 기본소득 공약,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긴급 재난 지원금 지급 등이 상전벽해의 이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왜(Why)?’의 단계에서 ‘어떻게(How)!’의 단계로 진입해버린 것이지요. 여기에서 ‘어떻게’의 핵심이 재원 마련이라고 한다면, 재원이 마련되지 못하는 기본소득은 공허함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재정적 실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면 기본소득의 재원은 원론적인 관점에서 사회나 국가의 ‘공유부(共有富, common wealth)’에서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사상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생태운동가이자 『녹색평론』 발행인이었던 김종철(1947-2020) 선생은 공유지 회복을 위해 ‘금융의 공유화’까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쉽고 거칠게 말하자면 ‘은행’을 공유화해서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자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공유부 또는 공유자산의 범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법은 소득세의 인상, 기본소득세 신설, 국토보유세, 환경세 등의 목적세를 신설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소비세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주로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학자들 그룹이나 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되어 왔고, 심지어 국회사무처조차 한국정치학회에 ‘기본소득제의 가능성과 입법화 방안 연구’를 의뢰하기도 하였습니다. 진짜 핵심은 ‘안된다’가 아니라 ‘방법을 찾고자 하면 방법은 있다’는 것입니다.

○ 논의되고 있는 방안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을 들여다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안(案)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범주형 기본소득은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기초노령연금, 아동수당 등의 선별성을 없애면서 연령대를 조금씩 확대하고, 농민 기본소득과 청년 기본소득을 실시하면서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쨌든 세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본소득 1안’은 새로운 세금(목적세)을 재원으로 활용해서 일단 기본소득제를 시행하자는 방안입니다.

예컨대, 국토보유세나 환경세 등의 목적세를 신설하여 전 국민에게 5만 원 또는 10만 원 정도의 적은 금액부터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국민들이 기본소득의 유용함을 체감할 수 있게 하고, 이후 재정 상황에 따라 금액을 늘려나가자는 것이지요.

둘째. ‘기본소득 2안’은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GDP 10% 수준의 재정 중립적인 방안입니다. 추가로 증세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 안은 현재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30만 원 정도의 금액에 적합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다시 살펴보겠지만, 일단 조세저항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국가 예산과 지방 정부 예산 일부를 효율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기본소득 실시와 더불어 낭비되는 예산이나 사용되지 않고 있는 기금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 거의 50년째 거의 바뀌지 않고 있는 정부 예산의 틀을 재설계해서 현실 적합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셋째, ‘기본소득 3안’은 패키지 형태로써 소득세율 인상, 부가가치세 인상, 목적세 신설 등의 재원 마련 묶음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소득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것은 기본소득만으로 최소한의 삶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조세저항에 맞닥뜨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가장 크게 지지하는 방안이고, 이러한 정도의 수준에 가야만 불평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합니다만, 당장의 실현 가능성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합니다.

○ 증세 없이 월 30만 원 기본소득 가능하다 : 나라살림연구소 & LAB2050

흔히 기본소득 재원 마련은 증세로만 가능하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적어도 두 가지 방안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가능해 보입니다. 그 가운데 현재 시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방안은 ‘기본소득 2안’인데, 이것을 증세 없이 기본소득이 가능하다는 연구보고서를 2019년에 발표한 ‘LAB2050’의 방안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실험실을 표방하는 민간연구소인 ‘LAB2050’은 ‘새로운 사회계약’을 실험하고 탐구하여 그 길을 찾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이곳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 가운데 기본소득에 대한 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탐구한 보고서는 「국민기본소득제: 2021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입니다.

굳이 이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하는 이유는 ‘기본소득이 재정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고, 여기에다 ‘숫자 애호가(?)’들이자 보수적인 재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나라 살림 연구소’가 함께했다는 점이 큰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나라 살림 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집행되는 국가 예산과 지방 정부 예산을 국책기관보다 더 꼼꼼히 들여다보는 곳입니다.

어쨌든 이들이 힘을 합쳐 LAB2050 솔루션 시리즈에 게재한 내용은 2019년 10월 28일에 발표되었는데 크게 6가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표1>의 시점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다음 해, 2023년은 지방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2022년의 다음 해, 2028년은 2027년 대통령 선거의 다음 해로써 사회 전반에 대한 아젠다와 공약 등이 입법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때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각 연도별로 두 개씩의 안을 마련한 것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의 성숙도와 국민적 지지 정도를 감안한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연구보고서가 밝히고 있는 여섯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들이 기본소득으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핵심 재원을 기존의 소득에서 찾는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 원칙은 세금 제도의 누진성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표2>를 통해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네 번째 원칙은 국민 모두가 세금을 내게 하는 것입니다. 아래 <표2>의 ②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최소 3% 이상의 최저 소득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지요. 다섯 번째 원칙은 4대 사회보험과 관련된 재정이나 기금 등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기여에 기반한 사회보장제도는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여섯 번째 원칙은 개인 기준(가구 기준이 아님) 4,700만원 이하의 소득 계층이 이익을 얻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일종의 개인별 손익분기점을 설정한 것인데, 이 4,700만 원은 국민 전체 중 상위 12%에 속합니다.

먼저 소득세제의 각종 감면제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법정 명목 세율’과 ‘실효 세율’의 격차를 가장 크게 만드는 원인이 되어 왔습니다. 또 신용카드 공제, 보험료 공제, 인적 공제, 문화비 소득공제, 기부금 공제, 연금 저축 공제 등 정부 정책의 방향과 필요에 따라 항목이 추가되어왔지요.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누진성 약화’인데, 이는 소득이 높고 자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사실은 세후 소득의 불평등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누더기 감면제도가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LAB2050의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감면제도를 전부 없애는 대신 명목세율을 3%p 인하한다는 가정을 세웠습니다. 이 생각이 반영된 것이 <표2>의 ㈎입니다.

그리고 ㈎에 해당하는 재원은 ①+②=56.2+15.1=71.3(조 원)이 되는 거지요. 그리고 이 연구보고서에서 가정하는 명목세율표는 <표4>와 같습니다.

사실 명목세율을 <표4>와 같이 정률로 낮추는 것은 아무래도 소득이 높은 계층에 더 유리하게 작동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저분한 감면제도를 간결하게 바꾸는 장점은 있습니다.

‘㈏ 공정한 세금 제도’는 역외 탈루 방지, 임대소득 탈루 방지, 간이과세제도 폐지, 숨은 세원 찾기 등을 통해 추가로 얻게 되는 재원을 말합니다.

‘㈐ 기본소득으로 대체되는 복지 정책과 세금 제도’ ④는 기초연금, 아동수당, 생계 급여, 일자리 안정 자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국민취업지원 제도 등 기존의 현금성 급여를 조정하는 복지 정책 대체가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핵심은, 대체하되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2021년의 1인당 생계급여가 455,718원이라면 이 금액의 65.8%에 해당하는 30만 원과 기본소득으로 받는 30만 원을 더한 금액은 대략 60만 원이 되어 기초수급자는 14만 원 이상의 이익을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물론 이 비율은 상황에 따라 더 높게 책정할 수도 있습니다.

‘⑤ 소득보전 성격의 비과세•감면 정비’에 해당하는 것은 근로 장려금, 자녀 장려금, 부가가치세 정비, 유가보조금 정비, 기타 비과세 정비, 일몰 도래 세제, 교통 에너지 환경세 등입니다.

‘㈑ 재정 구조조정’에서 ‘⑥ 기금 및 특별회계 정비’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회계나 기금에서 발생하는 여유 자금은 금융 기관에 예치하거나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해서 관리하는데, 이 금액의 규모가 2018년 결산 기준 25.3조 원이나 되며 해마다 증가한다는 데에 근거합니다.

전문가들의 용어로는 정부가 총 87개의 ‘지갑’을 목적에 맞게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1개의 ‘일반회계’, 19개의 특별회계, 67개의 기금이라는 지갑이 그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나뉘어진 지갑 87개에 ‘칸막이’가 설치되어있어서 자금 집행의 비효율성이 높아질뿐더러, 여유 자금이 과도하게 쌓이게 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특히 특별회계와 기금 사업의 경우 해당 사업의 이해관계 집단이 형성되고, 본래 취지대로 재정이 집행되는 측면보다 이해 집단을 위해 불필요한 사업이 지속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⑦ 지방 재정 지출 조정’으로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은 주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중복해서 집행하는 주민복지를 위한 사업 등을 조정해서 예산을 절감한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개인과 기업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은 방식에 따라 직접 융자, 이차보전, 신용 보증 등으로 나뉩니다. 이차보전 사업은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되, 정부는 시장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액에 해당하는 이자만 융자 대상에게 지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주택도시기금에서는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를 위해 7.8조 원을 대출해주고 있고 40조 원의 여유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이차보전으로 전환하면 여유 자금 40조 원 중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⑧ 융자사업 이차보전 전환’이라는 항목이 나온 것입니다.

‘⑨ 재정 증가분의 일부를 활용’한다는 것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국가 재정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얘기입니다.

순세계잉여금이란 지방 정부에서 총 세입예산에서 총 세출예산을 뺀 차액을 뜻합니다. 그런데 2017년 기준으로 지방 정부의 순세계잉여금이 32조 원에 달합니다. 이 또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잠겨 있는 재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⑩ 지방 정부 세계잉여금을 활용’하자는 것은 사용하지 않고 있는 지방 정부의 여유 자금의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지요.

쉽게 예를 들어 말하자면, 대표적으로 해마다 멀쩡한 보도블럭을 교체하거나 도로를 파헤치는 일 따위를 멈추면 기본소득이 월 30만 원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물론 기본소득이 아니라 하더라도 무려 50년 동안이나 틀이 바뀌지 않은 채 운용되는 예산 편성과 지출 구조는 바뀌어야만 한다는 당위성이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틀에 기생해온 이해관계 집단들도 정리되어야만 합니다.

○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이 막연히 좋은 사회를 꿈꾸며 유토피아를 얘기해온 것은 아닙니다.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치열하게 가능성을 탐구해왔고, 탐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지요.

우리나라에서 재정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의 선구자는 아무래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이사장이자 경제학자인 강남훈 교수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LAB2050의 재원 마련 방안도 훌륭한 성과이지만, 강남훈 교수가 곽노완, 이수봉 등과 함께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제시한 재원 마련 방법도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들의 노고도 느껴볼 겸, 차이도 알아볼 겸 해서 <표5>를 제시하고 이번 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표5>는 2011년에 출간된 『한국의 빈곤 확대와 노동시장구조』 109쪽의 <표5-2>를 옮긴 것입니다.

<덧붙임>

○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대해 보다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를 원하시는 분은 유튜브에서 ‘lab2050 기본소득 재정’ 정도로 검색하시면 되고, 제가 소개한 자료를 찾아보실 분이 계시다면 구글에서 검색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연락주시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 다음 회, 32편으로 기본소득에 관한 글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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