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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하청노동자 선거권 실태조사 결과총 투표율 83%, 사전투표율 35%

하청노동자 71%는 국회의원 선거일에도 출근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2018년 6월 13일 제7회 지방의회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조선소 하청노동자 선거권 실태조사’를 했다. 그리고 이번 조사 결과를 이전 두 번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분석하였다.

근로기준법 제55조 2항의 개정으로 상시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1월 1일부터, 상시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전국동시선거일이 법정 유급휴일이 된다. 즉,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선거일이 유급휴일로 법제화되기 전 마지막 선거이다. 그러므로 이번 조사 결과를 이후 2022년 3월 9일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 및 2022년 6월 1일 예정된 제8회 지방의회 선거와 비교해 보면, 선거일 유급휴일 법제화가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선거권 확보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국회의원 선거 다음날인 지난 16일부터 3일 동안 진행했으며, 이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구글 설문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먼저, 총 254명의 응답자 중 유효한 응답이 253명이었다. 응답자 253명을 고용형태 별로 나누면 하청업체 본공이 175명(69%)으로 가장 많았고 물량팀 39명(15%), 하청업체 계약직 30명(12%), 사외인력업체 9명(4%) 순이었다.이전 두 번의 조사와 비교하면, 수치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응답자의 고용형태 분포는 비슷했다. 그러므로 응답자의 고용형태 분포의 비슷한 상황에서 응답 결과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현실의 유의미한 반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유급휴일인 하청노동자는 4%로 더욱 줄었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휴일인가를 묻는 질문에 휴일이 아니고 출근하는 날이라는 대답이 132명(52%)로 가장 많았다. 또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무급휴일이라는 대답도 111명(44%)나 됐다. 반면,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국회의원 선거일이 유급휴일인 노동자는 고작 10명(4%)에 불과했다. 이처럼 조선하청노동자 중 극히 소수만이 선거권 행사를 위한 유급휴일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때와 2018년 지방의회 선거 때, 선거일이 유급휴일이라는 응답은 각각 13%와 12%였다. 즉 지난 두 번의 조사에서 선거일이 유급휴일이라는 응답이 비슷했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유급휴일이라는 응답이 대폭 줄었다. 응답자의 고용형태 분포가 세 번의 조사에서 큰 차이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하청노동자의 기본 권리가 더욱 축소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같은 하청노동자라도 고용형태에 따라 선거권 보장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났다. 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된 본공 노동자의 경우 응답자 175명 중 ‘무급휴일’이라는 응답자가 86명으로 ‘휴일 아님(출근)’이라는 응답자 82명보다 많았다. 그러나 다단계 하청고용 구조에 있는 물량팀 노동자의 경우 응답자 39명 중 ‘무급휴일’이라는 응답자는 11명인 반면 ‘휴일 아님(출근)’이라는 응답자는 26명으로 두 배 이상 많았다. 즉, 하청노동자 중에서도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일수록 선거권 보장에 더 취약함을 알 수 있다.

하청노동자 71%는 국회의원 선거일에도 출근했다

이렇게 절대다수 96%의 노동자에게 국회의원 선거일이 유급휴일이 아니다 보니 선거일에도 179명(71%)은 출근을 했다. 2017년 5월 대통령선거 때와 2018년 6월 지방의회 선거 때도 선거일에 출근했다는 응답이 각각 70%와 78%로, 세 번의 조사에서 모두 70% 이상이었다.

선거일이 휴일이 아닌 노동자는 물론이고, 무급휴일인 111명의 노동자 중에서도 실제로 쉰 사람은 64명이고 나머지 47명은 출근을 했다. 무급휴일에 쉬면 임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회사에서 출근하라고 하면 하청노동자는 출근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투표권 보장을 위해 1∼2시간 늦게 출근했다는 응답은 108명(43%)로,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때 28%보다는 꽤 증가했고, 2018년 6월 지방의원 선거때 47%와는 비슷했다. 이를 통해 비록 선거일이 휴일이 아니거나 무급휴일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투표시간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물량팀, 사외인력업체 노동자는
선거일 1~2시간 늦게 출근할 경우 시간 만큼 임금공제

그런데 1~2시간 늦게 출근할 경우 그 시간은 유급으로 인정될까? 108명 중 92명(85%)은 유급이 인정된다고 대답했지만, 14명(13%)은 늦게 출근하는 1~2시간만큼 임금이 공제된다고 대답했다.

1~2시간 늦게 출근한 시간에 대해 임금공제를 하는 경우를 과거 조사와 비교하면,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때의 32%보다는 많이 줄었고, 2018년 6월 지방의원 선거 때의 14%와는 비슷했다. 앞선 설문 내용에서 살펴보았듯이, 휴일이 아니거나 무급휴일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투표시간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이 된 경향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한편, 1~2시간 임금이 공제된다고 응답한 노동자 14명을 고용형태별로 살펴보면, 물량팀이 6명, 사외인력업체 2명, 하청업체 계약직 1명, 하청업체 본공 5명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19%를 차지하는 물량팀과 사외인력업체 노동자가, 1~2시간 임금 공제되는 노동자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같은 하청노동자 중에서도 다단계 하청고용 구조에 있는 노동자가 선거권을 더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나타낸다.

총 투표율 83%, 사전투표율 35%

응답자 중 투표를 한 사람은 211명, 투표율은 83%로 국회의원 선거 전국 투표율 66.2%보다 꽤 높았다. 지난 조사와 비교하면,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때는 81%로 비슷했고, 2018년 지방의원 선거 때는 70%로 다소 낮았는데, 이는 선거의 성격에 따른 관심도의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전투표를 했다는 응답은 89명(35%)였는데, 역시 전국 사전투표율 26.7%보다 높았다. 대다수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선거일이 유급휴일이 아니고, 객지에서 숙소 생활을 하는 노동자도 많아서 사전투표가 아니면 투표권 행사를 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응답은 ‘출근해야 해서’가 18명(44%)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찍을 사람이 없어서’ 9명(22%), ‘주소지가 달라서’ 7명(17%), ‘개인 사정으로’ 4명(10%) 순이었다. ‘출근해야 해서’와 ‘주소지가 달라서’ 응답은 선거권 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과 관련이 있는 응답이다. 즉, 하청노동자에게도 선거일이 유급휴일이 되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노동자의 61%는 다음 선거에서는 투표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응답 분포는 2018년 6월 지방의원 선거 때와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법 개정이 하청노동자 선거권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이번 설문조사에서 지난 두 번의 조사와 마찬가지로 조선소 하청노동자 대부분은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정한 선거일에도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했고(96%), 그 결과 선거일에 출근한 것으로(71%) 나타났다. 이처럼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과거 두 번의 조사와 비교할 때, 선거일이 유급휴일인 하청노동자의 비율은 더욱 줄어서 불과 4%였다. 조사 표본수가 많지 않아 이 같은 변화가 현실의 변화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진행된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하청노동자의 임금이 삭감되고 복지가 축소된 것과 마찬가지로 하청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하청노동자 중에서 다단계 하청고용 구조에 있는 물량팀 노동자와 사외인력업체 노동자가 하청업체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본공 노동자에 비해서 선거권 보장에 더 취약한 현실이 이번 조사에서도 재차 확인됐다. 정부는 하루빨리 다단계 하청고용 구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을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유급으로 보장”하도록 근로준법 제55조(휴일) 2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부칙의 경과규정 때문에, 정작 그 조항을 적용받아야 할 주요 대상인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2022년 3월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가 돼서야 처음으로 선거일 유급휴일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무법천지 조선소’에서 개정된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그것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선거권 보장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앞으로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2022년 6월 제8회 지방의원 선거 때도 ‘조선소 하청노동자 선거권 실태조사’를 실시해 법 개정이 실질적인 하청노동자 선거권 보장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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