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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 피어원순련 /거제대학교겸임교수

한 해가 시작되기는 정월 초하룻날이지만, 교육계의 시작은 3월1일이다. 그래서 학교에선 3월의 입학식을 위하여 2월 종업식이 끝나고 나면 입학 준비에 정신없이 바쁘다.

이미 1월부터 동사무소로부터 입학 명단을 넘겨받아 가입학식을 마치고 난 후, 가입학에 참석하지 못한 주소불명의 학생을 동사무소 직원과 함께 확인 작업에 나선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주소지 이동을 확인한 후, 전입 한 곳으로 연락을 취해 한 학생도 입학식에 불참하는 학생이 없도록 입학 전 확인 작업을 마친다. 이렇게 한 후 정확한 입학 명단이 확정되면 1학년을 맡은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남녀 학생 비율을 고려하고, 특이체질 학생의 건강 상태와, 학생에 따라 교사의 손길이 가야 할 학생을 고려해 학급 편성을 다 마치게 된다.

학교에서의 사전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이제 부터는 담임교사의 역할이 준비되어야 한다. 담임을 맡은 교사는 3월2일 입학식을 위하여 교실 환경을 꾸미고, 이름표를 작성하고 신발장, 사물함에 이름표를 붙이면서 우리 반 아이들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게 된다.

어디 그 뿐이랴! 전 교직원들과 재학생들도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신입생들을 행복하게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3월의 학교 풍경이다.

그런데, 처음 당하는 이 혼란한 신학기에 가슴이 아프다. 각 학교마다 2020년 3월의 입학식은 주인공 없는 입학식을 해야만 했다. 아니, 입학식이 아니라 재학생마저도 없는 텅 빈 학교에 교직원들만 모여 이 황당한 현실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든 교육기관에서 가슴 졸이며 걱정하는 입학식이 되고 말았다.

처음엔 그래도 1주일만 넘기면 3월9일은 입학식을 하겠지 하는 기대에 차 있었다. 하지만 23일로 연기 된 지금 상황으론 그것마저도 불투명 한 것이 아닐까 싶어 걱정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도 있다. 바로 맞벌이 부부들이다. 어린 유아의 경우 그래도 1주일은 여러 곳에 도움을 청해 버티어 보았지만 23일로 연기되었다는 소식은 학부모들의 일상에도 큰 충격이다. 오랜 기간 교육현장에 함께 해 왔지만 이렇게 입학식이 무제한 연기되는 경우를 본 것은 처음이다. 일본이 1개월간 등교중단을 했다는 뉴스를 듣고 우리나라도 행여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이 어려운 문제가 교육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모든 국민이 다양한 곳에서 걱정을 넘어서서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

주인 없는 입학식이 문제가 아니다. 거리를 나서면 문을 닫은 가게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다양한 곳에서 가슴 아픔을 낳고 있다.

어제 저녁 늦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늦둥이 아들 때문에 나이를 잊고 가사 도우미로 일하던 지인이 실직이 되었단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이런 직업을 갖게 된 것에 항상 감사하며 덕분에 아들 대학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고 행복해 했다. 아침 일찍 출근을 하여 주인집 살림을 도맡아주고 개구쟁이 초등학생 뒷바라지를 해 주는 일이 고마워 늘 주인집의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도했단다. 그런데 계속 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드디어 주인집 음식점이 문을 닿게 되었단다. 4년을 일했던 집이라 내 가족처럼 사랑하며 살아왔는데 어제 저녁 짐을 챙겨 나왔다면서 실직보다 그 가족과의 이별에 더욱 가슴 아파하며 일터를 구하는 사정을 전해왔다.

또한 오랫동안 교육현장에 있다 보니 주변에 제자들이 많다. 특히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는 제자들이 몇 있다. 가장 걱정이 되는 사람은 부모님이겠지만 연신 뉴스로 보도되는 대구의 현실에 그 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학에 다니는 제자는 거제도에 내려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고 했고, 직장 생활을 하는 제자는 부모님께서 여러 사람에게 짐 되지 않게 아예 대구에 그대로 조심하고 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해왔다고 한다.

이런 힘들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자신보다 주변의 어려움을 더 생각하고 그곳을 찾아서 봉사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목숨을 내놓고 대구 경북지역으로 들어간 의료진과 관련기관에서 밤을 새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고글에 땀이 맺혀 주사 바늘을 꽂지 못한다는 의료진들의 인터뷰에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 그들과 함께 하진 못하지만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선 국민 모두의 매몰찬 각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만 건 이상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하루에 23건을 검사하는 일본과 하루에 91건을 검사하는 미국에 비하여 대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우리 의료계의 ‘히든 영웅’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의료진들이 입을 방호복이 부족해 가운을 입고 검사에 임하는 곳도 있다니 너무나 가슴 아픈 사실이다.

이런 고생을 하는 분들에 비해 이렇게 맥 놓고 있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힘들고 어려운 이 현실에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라를 시 한 수를 떠 올려보자. 이 난국에 시는 무슨 시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 음미해 보자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내가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른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워’ 라는 시다. 질병본부와 국민건강 본부에서는 이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안내하고 이 질병을 이겨내기 위한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 질병으로 인하여 모든 일정과 일의 추진이 마비된 곳이 어디 한 두 곳이겠느냐 마는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모두 ‘나 하나쯤이야’ 가 아니라, ‘나 하나 만이라도’ 라는 마음으로 이 질병과 사투를 벌여야겠다. 당국의 지시에 따라야 함은 물론 이 질병을 이겨내는 담당은 의료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이 난국을 이겨나가야겠다.

주인 없는 입학식을 기다리는 학교도, 아무도 찾지 않는 시장도, 밤낮을 지새우며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도 우리는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 이럴 때 조동화님의 ‘나 하나 꽃 피어’를 생각하며 예방에도, 맡은 일에도 자신의 속한 곳에서 힘을 모아보자. 틀림없이 풀밭이 꽃밭이 되고, 온 산천이 활활 타오르는 희망의 봄이 올 것을 기다리며.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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