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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아내」가 되어보자김선일 /前 건강보험공단 지사장

세계가 신종바이러스 땜에 난리다. 진원지인 중국은 사망자가 1천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고 감염자는 몇 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대한 중국대륙이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변국인지라 발병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에서 거의 매일 현 상황을 수시로 알리고 있다. 정부의 철저한 방역이나 신속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위생관리도 철저하게 해서 이 어려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한다.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이 장안의 화제다. 요즈음 아무리 트롯이 대세라고 해도 지난 주 방영된 미스트 트롯의 종편 시청률이 무려 27.5%로 신기록을 세웠다. 제법 이름 있는 프로듀스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휘한 것이지만 보수언론으로 편파적이라 비난받던 방송사가 비정치적인 프로그램으로 국민적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얘기를 조금 바꾸어서 최근에 호주작가 에너벨 크랩이 쓴 「아내가뭄」이란 책을 읽고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히 피력해보고자 한다.

‘혼인하여 남자의 짝이 된 여자’를 아내라 한다. 결혼하여 살아본 남자라면 아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요즈음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가 확연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한국의 남성들은 가부장적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가사노동에서는 여자와 남자의 역할 구분이 두드러 진다. 그러한 속박이 싫어서 인지 결혼기피현상으로 1인가구가 무려 40%를 넘고 있다. 우리사회의 극심한 성차별이 다소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나이가 조금이라도 든 사람들의 사고는 과거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결혼한 남자들 대부분이 육아며 가사노동은 당연한 여성의 몫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힘들게 벌어서 생활비를 주는 데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식이다. 나는 퇴직을 앞두고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긴 가사 일을 직접 해보기로 작정하고 팔을 걷어 붙였다. 제일 먼저 집안 청소부터 시작해 보았다. 약 2주간에 걸쳐 버릴 것은 버리고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치우고 나니 개운한 마음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요즈음도 거의 매일 집안청소를 하고 있다.

다음에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 보기로 하고 밥하는 요령이며 내가 먹고 싶은 반찬이며 그리고 식사 끝난 뒤 설거지도 해보았다. 고무장갑 끼는 게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습관적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집안일에 너무 무심 했구나’ 하는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물론 아침 일찍 출근해서 퇴근 무렵에는 사회활동 등으로 지인들과 저녁은 먹고 들어오고.. 그런 세월이 30년을 넘었으니 여태껏 가정에 소홀했던 죄책감이 든다. 요즈음은 빨래며 거의 모든 가사 일을 전담하고 있다. 물론 다른 개인사업도 병행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활용하다보니 모든 게 편해졌다.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현장체험으로 느낀 게 「아내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직접 접해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우리 사회는 가사 일에 대한 사고가 전근대적으로 굳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일 뿐만 아니고 아내가 신경 쓰는 여러 일들 중에서 힘들게 보여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지나 않는 지 살펴 볼일이다. 내가 좋아서 시집온 아내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게 바로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또한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선물하기 위해서 잔소리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생각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기분 나쁠 게 전혀 없다.

지극한 배려와 행동으로 보여주는 세심한 사랑은 부부간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내가 지금부터 「아내의 아내」가 되어줄 때 가능하리라 본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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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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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형주 2020-02-18 22:13:03

    요즘에 새삼 공감하는 부분이 아내에게 잘 하자 이다.예전에는 단순하고 힘들지 않을 것으로만 생각 했던 부 분이다. 나도 1년 넘게 퇴직을 하고 아내가 했던 가사일을 해보니 서툴기만하고 쉬운게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는 위에 글 처럼 나도 아내의 아내가 되어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사일을 아내와 닮아 보려한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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