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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곶의 봄, 주인 맞는 해금강 휴양시설지구광관객 감소로 한숨 짓는 남부면 갈곶마을 이야기

관광객 북적이던 골목은 빈 수족관만 덩그러니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산 1번지.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된 한 때 거제 관광의 1번지였던 해금강이다.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이라 붙여진 갈도(갈곶도)라는 이름보다는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이곳을 터전으로 오랫동안 관광객을 맞아 온 남부면 갈곶리 사람들의 보물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95년 외도 보타니아가 개장을 하면서 해금강은 거제관광의 1번지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즈음부터 해금강을 줄지어 찾던 관광객들도 조금씩 줄었다. 해상 유람선의 시초였던 해금강 관광 유람선은 거제 전역에서 운행을 하게 됐고, 설상가상 갈곶마을에 들어서기 전 마을인 도장포마을의 ‘망너메’가 ‘바람의 언덕’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들은 굳이 해금강마을까지 가려하지 않았다.

그래도 갈곶마을 사람들에겐 희망이 남아 있었다. 지난 2000년 7월 남해안관광벨트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129억 원을 투입해 2004년 완공한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까지 마을 사람들은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가 15년 동안 16번의 유찰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될 줄 몰랐다. 갈곶마을은 더 이상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관광지가 아닌 고요한 바닷가 마을로 변했고 너른 주차장은 공허함만 가득했다.

최근 어느 때 보다 힘든 겨울을 지내고 있다는 갈곶마을을 찾았다. 거제지역 관광지 중 가장 너른 주차장을 자랑하는 마을 주차장을 지나면 골목에서 이어지는 골목, 또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고 그 미로를 따라 고만고만한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20년 전 85가구 정도가 살았지만 지금은 겨우 60여 가구 128명의 주민들만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옛 선착장으로 가는 큰 골목을 따라 줄지어 있는 횟집들은 꽤 오래전부터 손님맞이가 없었는지 가게 안은 집기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빈 수족관만 덩그러니 남아 이곳이 예전에 횟집을 운영했던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골목 안쪽 민가는 더 을씨년스럽다. 담장 너머엔 분주히 민박 손님을 맞이하던 빈집에 주인 없는 개와 고양이가 안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갈곶마을의 낮은 고요하기만 하다. 파도 소리만 들릴 뿐, 숙소를 구하거나 음식 값을 흥정하는
관광객과 상인의 대화는 없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에만 문을 닫은 횟집만 3곳이나 된다. 갈곶마을 주민들의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횟집은 이제 마을 초입인 주차장 인근 횟집 7곳이 전부다.

최근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가 15년 만에 주인을 찾았다는 소식은 마을의 경사일 수밖에 없다. 이 소식에 갈곶마을 주민들은 “벌거벗고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겨우 주인을 찾은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는 고요해진 갈곶마을 골목을 예전의 왁자지껄한 골목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거제 관광 1번지 해금강의 옛이야기

해금강 관광의 역사와 옛 영광은 오랫동안 마을에서 이장을 지내고 있는 김옥덕 씨에게 들을 수 있었다.

김 씨에 따르면 진시황제의 명으로 불로장생의 영악을 구하러 떠난 서불이 다녀 갔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해금강 마을이 본격적으로 관광객 몰이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74년 해금강호텔이 지어지면서부터다.

당시 제주도는 하늘 길이 열리기 전이라 많은 사람들이 신혼여행을 경주로 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해금강도 경주에 못지않게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었다고 한다.
해금강 호텔이 지어질 즈음 갈곶마을은 제대로 된 길 하나 없어 차량이 드나들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기도 들어오기 전이었다. 그래서 당시 해금강호텔은 자가 발전기를 돌려 호텔을 운영했었다.

해금강호텔이 성행하자 부산에서 해금강까지 직선으로 쾌속선(돌핀호, 거제 훼리)이 다녔을 정도였다.

특히 해금강호텔은 역대 대통령과 유명인사들이 사랑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1974년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청해대에 휴가를 보내던 박정희 대통령 가족은 해금강호텔에서 2박 3일간 휴양했다.

당시 프랑스 유학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박정희 일가족과 이후락 등 수행 요원이 객실 전체를 대여했다.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갈곶마을 주민들을 불러 모아 “이 아름다운 곳에 사는 주민들의 숙원이 뭐냐”라고 물었고 주민들은 전기, 상수도, 도로를 건의했다. 하지만 실제로 갈곶마을의 비포장 도로가 2차선 도로로 만들어진 시기는 1987년 이후라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가 해금강호텔에서 묶고 간지 3일 뒤인 그해 8월 15일 육영수 여사가 피격 당해 사망했다. 해금강호텔은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의 마지막 휴가 장소가 됐지만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로 해금강호텔은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맞기 시작했다

해상 유람선이 가장 먼저 유행을 했던 곳이 해금강이다. 해금강 호텔이 신혼부부들의 명소였다면 해금강 마을은 엠티 오는 대학생들의 민박 이용으로 북적였다. 전마선은 대학생들 때문에 빈 배가 없을 정도였다.

또 1983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해 감금당하고 단식 투쟁으로 쇠약해진 몸을 휴양하기 위해 해금강호텔에서 찾기도 했다. 한 달 반 동안 해금강호텔에 묶었던 김 전 대통령은 그때의 인연으로 퇴임 후에도 종종 해금강호텔을 다녀갔다고 한다.
해금강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시기는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이후 전국적으로 관광 열풍이 불면서다.

해금강 관광을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타기위해 갈곶마을 선착장을 찾았고, 그 줄이 어림잡아 300미터도 넘는 장사진이었다.

당시 갈곶마을 주민들은 손님을 더 받기 위해 집을 개조하고 넓히는 동네 골목길은 없어지는 사태까지 왔다. 80-90년대 갈곶마을 주민들은 그야말로 돈 버는 재미로 살았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 신혼여행을 거제로 오셨던 분들이 그 시절 찍었던 사진을 가져오면 꼭 한번 마을에 모시고 옛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해금강의 봄을 기다리는 갈곶마을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의 매각이 15년째 지연되자 갈곶마을 사람들은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를 마을 차원에서 임대나 매각을 진행해 사업을 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투자자가 없어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는 마침내 주인을 찾았고 지난달 15일에는 민간사업자인 해금강(주)와 거제시가 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대한 업무협약(MOU)과 해금강 휴양시설 조성용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해금강(주)는 사업비 1800억 원을 투자해 314실 규모 숙박시설과 휴양·놀이·운동 기능을 두루 갖춘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란다.

해금강(주)의 전신인 지원홀딩스는 부산과 서울 등 전국에 그룹 산하 5개 업체를 갖고 있는 기업으로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와는 토목과 조경공사를 맡아 대물변제로 1000여 평의 땅을 받은 인연이 있다.

앞서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는 주차장·화장실·공연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해 지중화된 전기·통신 시설과 상수도·종합 하수처리장까지 구비하고 지난해까지 모두 16회에 걸쳐 민간 매각을 위한 입찰을 시도했지만 모두 유찰됐었다.

명승 2호 해금강이 병풍처럼 펼쳐진 언덕 위에 위치하는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장소였지만 국립공원지역 규제, 낮은 건폐율, 일괄매각 등에 따른 부담으로 한 차례를 제외하곤 입찰자가 없어 계속 유찰됐다.

이에 시는 지난 2012년 문화재 현상변경 허용기준을 완화하고 2013년 도시관리계획 세분화 변경 등 개발행위 제한을 완화하고 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 승인까지 받아 건폐율 60%·용적률 200%·10층(40m 이하)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했다.

특히 지난 2018년 공유재산 관리 조례 변경으로 매입금 납부 기한을 기존 60일에서 최대 5년 이내 분납할 수 있도록 해 투자자의 부담을 줄인 것도 이번 계약 성사에 한몫 했다는 후문이다.

갈곶마을 주민들은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뿐만 아니라 해금강호텔 부지에 진행 중인 리조트 조성 사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마을 주민들은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와 해금강 리조트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봄능 기다리는 갈곶마을 주민들은 해금강 집단휴양시설지구나 해금강 리조트에만 기대지 않고 나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아쉽게 탈락했던 어촌 뉴딜 사업을 비롯해 각종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해금강 일출 사진전, 빈집을 리모델링해 유명 작가들을 유치하는 ‘해금강 한 달 살이’ 등 문화가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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