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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운동이 중요한 이유권기순 /계룡한의원장(침구과전문의·한의학박사)

매번 명절을 지내고 나면 종종 가족 친지들 간의 싸움, 갈등, 이혼, 폭력 혹은 방화, 살인 등과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한 기사들이 떠오른다. 명절뿐이겠는가.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우리는 분노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늘상 작은 일에도 짜증 내지는 화를 내기도 하고 참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필자 또한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때로는 짜증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짜증을 참기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럴 때에는 내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아보고는 가슴에 손을 얹고 쓸어내리면서 깊고 큰 호흡을 몇 번을 하곤 한다. 숨쉬기 운동만으로도 내 마음속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는 듯하다. 크고 작은 분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오늘은 숨쉬기 운동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다른 특별한 운동은 잘 안하고 산다고 표현하고 싶을 때 “저는 숨쉬기 운동 밖에 안해요~”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숨쉬기 운동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운동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처한 환경과 감정에 따라서 호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해본 적 있는가. 호흡을 관찰해보는 것이 내 몸을 살펴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호흡을 관찰해보면,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내가 지금 슬프구나, 내가 지금 기뻐서 어쩔 줄 모르구나 혹은 내가 설레구나, 두려워하고 있구나 등등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인지를 할 수 있다. 인지를 한다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를 하게 되면, 그 상태를 인정하게 되고, 그것으로도 마음 수양이 될 수가 있다.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차리는 것이 수양의 첫걸음이 된다. 가령, 가슴이 들리도록 씩씩거리고 거친 숨소리는 분명, 내가 화가 난 상태일 것이다. 코를 벌렁거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크게 기지개를 펼 수 있는 숨소리는 분명, 내가 평온한 상태일 것이다. 내가 화가 났구나, 내가 평온하구나 등등을 인지하게 되면 그 상태 그대로를 인정하게 되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을 수양할 수 있게 된다.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의 칠정(七情) 중에 분노 또는 짜증에 대해서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수양을 오래하신 스승님께서는 수 십년씩 수양을 잘하다가도 한번 화를 내게 되면 그동안의 수양이 와장창 무너져 버리기 때문에 칠정 중에서 분노, 화를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라고 하셨다. 실제로 주위의 불행한 사건들은 분노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내 마음속에서 짜증 또는 분노가 일어나면 몸에는 어떤 반응이 생기는지 관찰해본 적 있는가. 제일 먼저 숨소리가 달라진다. 깊고 평온한 복식호흡보다는 얕고 거친 흉식호흡이 일어나면서 호흡이 빨라진다. 그러면서 목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심한 분노에서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오르면서 눈에서 열이 나는 것 같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온다. 한마디로 두껑 열리는 것처럼 머리로 분노의 기운이 솟아오른다. 분노가 일어나게 되면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으면서 감정에 휘둘리게 되고, 내부 순환 또한 어지러워지면서 자율신경 실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대표적으로 소화불량과 불면증이 발생하게 된다. 오랫동안 화를 참아온 화병인 경우에는 이 흉식호흡이 반복이 되면서 가슴쪽 림프순환이 막히게 되어 앞가슴쪽에 통증을 일으키는데 가령, 앞가슴쪽 전중혈을 살짝 눌러보면 화들짝 놀라면서 아파하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이다.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 칠정 중에서 우리 몸에 가장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감정이 바로 분노이기 때문에 이 분노를 어떻게 잘 조절을 하고 풀어나가는가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옛 말에 “참을 인(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다. 분노가 일어날 때만큼은 일단 참아보는 것이 상책이다. 거칠게 가빠오는 숨을 내리누르면서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화가 솟구치거든 그 자리를 피해서 맑은 공기를 마셔보는 것도 좋다. 주위 공기가 바뀌면 숨소리도 바뀌게 되면서 감정이 조절될 수 있다.

그런데 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참고 참다보면 어느 순간 내 몸에는 화병이라는 질병이 생긴다. 가끔 한 두 번 분노가 생기는 것은 숨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만, 반복되는 분노에는 마음 수양과 함께 몸 관리도 중요하다. 마음 수양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필자는 분노가 쌓인 화병에서 어떻게 몸을 관리할 것인가를 말하고자 한다.

화병이 있는지 아닌지를 간단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양쪽 유두 사이에 있는 흉골부위 (전중혈)을 만져 보는 것이다. 전중혈 부근을 눌렀을 때 많이 아프다면 화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반복된 분노로 인해 흉식호흡이 일상화되면서 림프순환이 막힌 탓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화병이 있을 때 호흡법만 바꿔주어도 림프순환이 되돌아올 수 있다. 즉, 흉식호흡보다는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다. 깊고 평온하고 느린 호흡을 통해서 우리 몸 구석구석 세포 하나하나까지 산소를 공급한다 생각하고 복식호흡을 연습해본다. 코 끝에서 가슴을 지나 명치를 지나 배꼽아래까지 숨을 내려본다. 그리고는 배꼽아래서부터 명치를 지나 가슴을 지나 입으로 숨을 내뱉어본다. 호흡을 할 때만큼은 이 호흡에만 집중해본다. 자꾸 다른 생각이 나면 숫자를 세면서 호흡을 해보는 것도 좋다.

숨쉬기 운동 즉, 복식호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질 때에는 복식호흡이 잘 안 이뤄지는 원인을 찾아서 개선해주면 된다.

숨이 깊게 들어가지 않는 이유 중 첫 번째는 목어깨의 긴장이다. 오래된 화병에는 보통 목어깨와 더불어 등이 경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화병치료를 할 때 필자는 목어깨 뿐만 아니라 등 부분 (견갑골 안쪽)을 침 부항을 통해서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숨이 깊게 들어가지 않는 이유 중 두 번째는 소화장애이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가 흉골을 지나 명치를 지나 배꼽 아래 단전으로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과정에서 명치부분이 막혀 있다면 숨이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오래된 화병일 경우 명치부분을 복진해보면 작은 압력에도 매우 많이 아파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화병 치료를 할 때 한방 소화제를 자주 활용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숨쉬기 운동이 별것 아닌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감정을 조절하고 오장육부를 평온하게 하는 것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숨쉬기 운동만 잘해주어도 모든 질병 또는 모든 갈등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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