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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백일장 풍경원순련 /거제대 겸임교수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부터 거제에는 ‘ 한글날 백일장’과 ‘옥포대첩백일장’ 이 있었다.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아무나 나설 수가 없었고 학교에서 글쓰기를 제일 잘 하는 문장력이 출중한 학생을 대여섯 명 씩 뽑아서 그 대회에 참가시켰다. 그래서 그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친구들의 부러움의 대상도 되었다. 보리밥과 김치를 넣은 알루미늄 도시락을 허리에 차고 십리도 넘게 걸어서 백일장 장소에 도착하면 허기가 져서 글쓰기는 뒷전이고 보리밥 도시락을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몽당연필로 침을 묻혀가며 글을 썼던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제목을 보고 나름대로 생각을 풀어나갔던 그 경험으로 이렇게 문인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은 후부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이 대회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각 학교마다 백일장 참여를 안내하고 독려하여 버스를 이용해 단체로 참여하게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백일장 참여를 앞두고는 담당 교사가 예상 제목으로 글쓰기 연습을 하고, 원고지를 바르게 적는 원칙도 자세히 지도하여 적어도 백일장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원고지 쓰기의 기본은 터득하고 백일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의 이런 지도는 백일장의 참여에 대단한 의미를 두어 늘 학생들이 넘쳐났고 훌륭한 작품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큰일 났다. 요즘 아이들은 글쓰기를 싫어한다. 글쓰기가 컴퓨터 게임처럼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경기처럼 스릴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으로 조작하여 결과물이 금방 나오는 조형 작업도 아니다. 주어진 제목에 맞는 글감을 찾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가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자신과의 싸움이며, 더구나 생각처럼 자신의 생각이 술술 풀어지지 않아 힘들고 어렵다.

거제시에도 제법 의미 있는 백일장이 3종류나 있다. 옥포대첩 백일장, 청마문학백일장, 한글날 백일장 등 나름대로 의미를 둔 백일장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지만 그런데 참여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참여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 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학생들이 우리글을 바르게 쓰는 원칙을 모르고 있으며, 우리글에 대한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것에 있다. 백일장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원고지를 들고 와서 가로로 쓰는지 세로로 쓰는지를 묻는 학생도 있고 제목과 이름을 어디에 적는지를 묻는 학생도 많다.

학생들이 우리글을 빛내는 일은 무엇일까? 글자를 획순에 맞게, 자형에 맞게, 그리고 우리글 쓰기의 법칙에 맞게 올바르게 적는 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올바르게 쓸 수 있는 그 방법을 익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적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그런 능력의 향상으로 각종 백일장에 참석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보는 실력을 연마해 가는 학생들이 많을 때 우리글은 빛나게 될 것이다. 다른 기능들도 연마해야 빛나게 된다. 우리 한글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훈련을 통해서 문장력도 향상되고, 표현의 아름다움도 키워질 것이 아닌가? 우리글을 바르게 이해하고 적용하고 바르게 표현하지 못하면 다른 과목의 학습에도 어려움이 온다. 오죽했으면 여러 교과목 가운데 국어를 도구교과라고 했을까? 그런데 요즘 학생들이 연필을 잡고 글을 쓰는 과정을 기피하고 있으니 우리글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래 전 뉴스에서 ‘솔로몬제도 일부 州, 표기문자로 한글 채택’ 이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일부 주가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했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와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가 한글을 표기문자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과달카날주에 거주하는 1만6000여 명은 토착어 '카리어'를 사용하며, 인구 5만여 명의 말라이타주는 또 다른 토착어 '꽈라아에어'를 쓴다고 한다. 이에 연구소는 카리어와 꽈라아에어를 한글로 표기한 교과서 '코꼬 카리'와 '꽈라아에'를 만들었다. 197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솔로몬제도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지만 구사 가능 인구는 1∼2%에 불과하단다. 또한 솔로몬제도의 70여 부족 간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피진어'는 사용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 한글 교육을 받은 현지 교사 2명은 땅아라레 중학교와 낄루사꽐로 고등학교에서 한글을 이용한 토착어 교육을 시작하고 있으며, 연구소는 한글 보급 성과를 지켜본 뒤 솔로몬 제도 전역으로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2009년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표기문자로 도입하여 배우고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 한글인가?

우리글의 독창성은 다른나라 학자들이 더 인정하고 있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세계 언어학자들이 모여 학슬대회가 개최되었는데 그 때 우리나라 학자는 불참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한국어를 세계 공통어로 사용하면 어떻겠느냐는 토론이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리고 영국의 리스대학 음성언어학과에서도 한글이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만든 독특한 글자이며,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여 음성학적으로 동일 계열의 글자를 파생(ㄱ-ㅋ-ㄲ)한 것은 대단히 독창적이며, 합리적이며, 과학적임을 극찬하였다고 한다. 또한 1997년 유네스코에도 우리나라 훈민정음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언어연구학으로 이름난 옥스퍼드대학에서 실시한 세계 최고의 문자에 1위로 순위가 매겨진 우리글을 우리는 어떻게 바르고 정확하고 그리고 그 독창성을 계승시켜 나갈 수 있을까?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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