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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전하는 거제 이야기1

국내 최초로 지역의 문화, 역사, 인물 등을 새롭게 발굴하고 홍보하는 단체가 있다. 올해로 7년 째 거제스토리텔링북을 발간하고 있는 거제스토리텔링협회다.

우리 신문은 거제스토리텔링협회가 그간 발간한 7권의 이야기책 중 아직 시민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숨은 이야기 일부를 발췌해 게재할 계획이다.

두 바퀴로 전하는 거제 이야기1

살다보면 눈앞에 있는 행복도 놓쳐버릴 때가 있다. 톱니바퀴 같은 일상 속에 정작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거제도는 나를 고향처럼 머물게 하는 소중한 '바람'으로 기억된다. 가족의 생계는 물론 힐링의 즐거움까지 주는 건강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그 바람을 품고 산 세월도 벌써 10년째다. 거제사람으로 거듭난 가운데 나는 바람의 소리에 곧잘 귀를 기울인다. 바람이 물을 밀어 파도를 일으키듯 내 몸을 움직여 바람을 밀고 앞으로 내달린다. 두발로 자전거의 두 바퀴를 굴린다.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내 몸은 어느새 바닷바람을 가르고 쌩쌩 달려간다.

아주동 - 세계 조선의 중심과 독립운동

자전거 라이딩의 첫 시작은 세계 조선(造船)의 메카, 아주동 1번지 ‘옥포조선소’다.

나는 옥포조선소 제1도크장을 넘어다본다. 900톤급 골리앗 크레인 아래는 여전히 바쁜 작업으로 한창이다. 내가 직접 설계한 대형유조선(VLCC) 진수에 이어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C)도 건조 중이다. 배에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조선소 사람들은 마치 바람의 신과 같다.

도크장은 새 생명이 탄생하는 산실이 된다. 화려한 용접 불꽃과 육중한 쇠가 맞닿아 부딪친 그 소리는 사물에다 혼을 불어넣는 거제 특유의 바람이다. 그 바람은 오늘도 세계 최고의 깃발을 달고 내가 근무하는 조선소에서 출발해 태평양으로, 대서양으로, 인도양으로 물밀 듯이 나아간다.

자전거로 서문, 남문, 정문으로 달리면서 바닷바람을 들이킨다. 그 바람은 도도히 흐르는 옥포만의 정취를 자아낸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공존하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도 보여준다.

거기서 전해지는 바닷바람은 조선소 사람들의 땀과 열정을 대신 전한다. 마치 조선소 사람들의 숨결과 비전을 담은 어떤 비장함과도 같다.

옥포조선소가 있는 아주동은 100년 전 3.1 운동과 4.3 독립만세운동이 펼쳐진 곳으로 유명하다. ‘독립선언서 낭독’을 한 서울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확산돼 이곳 거제도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양상 속에 ‘4.19 혁명’(1960), ‘민주화 운동’(1987) 등 변화의 물결도 함께 일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자전거를 세우고 묵념을 하자 과거와 현재의 바람이 동시에 밀려든다.

능포동 -양지암 등대길

14번 국도를 따라 거제의 동쪽 능포동으로 이동한다. 자전거를 타고가다 보면, 도로가 끝나는 부분에 바다가 있고, 드넓은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 능포항이 있다. 거기서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이는 가운데 거가대교가 보인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양지암 등대도 보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양지암으로 향한다. 등대길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이른 아침 푸른 바다를 펼쳐 보이며 자연의 숨결 그대로 다가온다. 언제나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자전거를 잠시 세워놓고 산책하듯 걷는다. 문득 “도산공원은 한 바퀴에 600보 짜리”라고 한 말이 떠올라 한 발 한 발 양지암 둘레길의 가치도 헤아려본다.

장승포동 - 흥남철수작전의 최종 종착지

‘장승포 해안일주도로’로 달린다. 여기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 곡선으로 이어진 도로가 마치 망산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일출의 광경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장승포로 쭉 달리면 바다가 병풍처럼 이어지는 느낌이다.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수평선의 경계가 없다. 맑은 날엔 저만치 대마도도 보인다. 지심도 동백섬도 바로 눈앞에 있다. 장승포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10분 남짓 가면 지심도에 닿는다. 파도가 잠잠하다. 그렇다고 바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길옆에 핀 벚꽃의 꽃잎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마치 장난꾸러기 파란 바람 같다.

자전거의 두 바퀴는 어느새 장승포항으로 들어간다. 거제 수협공판장으로 핸들을 돌리자 하역하는 사람들과 중도매상들의 바쁜 움직임이 보인다. 바다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다. 문득 ‘흥남철수작전’의 역사가 스쳐지나간다.

이곳 장승포항은 흥남철수작전 때 피란민 1만 4000여 명을 태운 메르디스 빅토리호가 입항한 역사적인 땅으로 기억된다.

장승포항 주변 수변 공원을 지나면 거제문화예술회관이 보인다. 수년 전 나는 거기서 아내와 함께 강산에 밴드의 노래 ‘라구요’를 들은 적이 있다.

휴전 60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 행사에서 가수 강산에는 부모님의 피난시절을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 가사 하나 하나가 가슴에 파고 들어 눈시울이 절로 뜨거워졌다. 우린 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따라 불렀다. 그때 그 기억을 떠올려 다시 그 노래를 불러본다.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 가보지는 못했지만 /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 건 내 어머니 레파토리 / 그 중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 남은 인생 남았으면 얼마나 남았겠니 하시고 /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어머니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김두봉 -대우조선해양 근무/선박설계, 거제시스토리텔링협회 편집장

양지암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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