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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굴레[법률칼럼] 정수진 /변호사

“어머니, 무슨 일로 변호사 사무실까지 오시게 되셨어요?” “제 돈을 모조리 훔쳐갔어요… 제 딸이요.”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계신 어르신의 입에서 힘겹게 흘러 나온 말입니다. 제 입에서도 안타까운 한숨이 흘러나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예로부터 ‘가족’의 특별함을 강조해오던 우리 정서를 담고 있는 속담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서와는 달리 나날이 가족간의 분쟁은 늘어나고 심화되고 있으며, 실제 저희 사무실에서도 가족 간의 분쟁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에 대한 우리의 특별한 정서는 형법상 ‘친족상도례’라는 규정으로 남아 있습니다.

형법 제344조[친족간의 범행] 제328조의 규정은 제329조 내지 제332조의 죄 또는 미수범에 준용한다.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② 제1항 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③ 전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2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친족상도례란 친족 간에 범해진 재산죄에 있어서 친족관계라는 특수 사정을 범인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는 특례규정입니다.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친족은 민법상의 친족, 즉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이며 이 중 형법 제328조 어느 항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① 형이 면제되거나(필요적 면제) ② 친고죄로서 고소가 있는 때에만 처벌이 가능하게 됩니다.

형법은 친족상도례를 권리행사방해죄에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절도죄/사기죄/공갈죄/횡령죄/배임죄/장물죄에 준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산죄이긴 하지만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강도죄와 손괴죄에 대하여는 친족상도례를 준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무실에 찾아온 어머니의 딸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훔쳐갔는지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① 어머니와 딸은 직계혈족으로서 형법 제328조 제1항의 친족입니다.
② 단순히 서랍에 들어있었던 현금을 꺼내 간 것이라면, 이는 절도죄로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형이 면제되게 됩니다(형법 제329조, 형법 제328조).
③ 폭행, 협박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현금을 빼앗아 간 것이라면, 이는 강도죄로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형법 제333조).
④ 예금 통장을 절취하여 이를 현금자동지급기에 넣고 조작하는 방법으로 예금 잔고를 자신의 거래 은행 계좌로 이체한 경우, 판례는 “은행”을 컴퓨터 등 사용사기 범행의 피해자로 보고 있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고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형법 제347조의 2, 대법원 2006도2704 판결 등 참조).

형법은 친족관계라는 특수 사정을 범인에게 유리하게 적용하여 주려고 하지만, 여러 사안을 처리하다보면 친족관계임에도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더욱 중하게 처벌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물론 살인 등 범죄에서는 친족관계를 이유로 범인을 더욱 중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에 따뜻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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