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아모르 파티!윤지영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아모르 파티’가 인기몰이 중이다. 축제장에서, 노래방에서, 새 가정 출발하는 결혼시장에서도 히트를 친다. 한복치마 자락을 살짝 움켜쥐고 쿵작쿵작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열창하는 안(內)혼주, 이를 두고 엄숙해야 할 자리에서 별 짓을 다한다고 혀를 차는 이가 있고, 개성 있다고 호평을 하는 이도 있다. 트로트는 기성세대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이들까지 애창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아모레 파티’, 입 속에 넣고 궁굴리다 보면 마치 로즈마리 맛처럼 상큼달콤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라틴어로 일반명사 사랑(Eros)이 아니다. ‘운명애’, 즉 ‘운명을 사랑하라’이다.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와 ‘운명’을 뜻하는 파티(Fati)의 합성어로써 프리드리히 니체 철학의 중심사상이다. 니체철학 강독은 고난도 집중력과 인내력이 필요해 나도 한 때 도전 했다 도중하차 한 적이 있다. <즐거운 지식>이 그 중 하나다.

오늘 아모레 파티를 들은 김에 오랜만에 꺼내 본다. 접어둔 페이지를 펼치자 밑줄 친 한 대목이 있다. “...아모르 파티! 나는 추한 것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련다. (중략)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오직 긍정하는 자가 되려 한다.” 인간은 자신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운명을 비켜갈 수 없다. 어차피 주어진 팔자(四柱推命)라면 그것을 수용하여 창의적으로 도전하라는 뜻. 밑줄 긋고 책뚜껑 덮으면서 잊었던 그 부분에 연필체의 질문과 물음표 태그가 달려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답은 없고 질문만 있어 젊은 당시의 생각은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건 지금이다. 주저 없이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응답하게 된다. 그때보다 상황과 입장이 달라져서일까. 후반기 인생길에 접어든 나이 탓일까. 변주 난무한 세월을 몇 십 년 건너오면서 ‘뭐니 뭐니 해도 머니’의 중요성도 알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화법의 위력’을 우선으로 치고 싶다. 부정화법의 파급효과가 대체로 부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듣고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최근 거침없는 화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여인을 이 관점에 대입해 본다.

현(現)정권은 여성전문 인력을 대거 등용했는데 S도 이 중 한 명이다. 그의 정치 능력 평가는 차치하고, 1월 내내 인구에 회자되는 일에 국한하여 보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그의 화법은 부정화법이 주류를 이룬다. 공석에서 한 발언은 과히 독설에 가깝다. 수사에 들어간(부동산 투기, 독립유공자자격 등) 혐의만 해도 그렇다.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일은 무조건 옳다주의로 밀고 간다. 거침없는 말투, 화려한 변명, 자신감 있는 표정, 권력자의 깡다구. 진보적 명석함은 객관적인 논의 보다 감정적 언술이 좌우한다 듯, 공사(公私) 구별인식 없이 뒷배(?)를 의식적으로 자랑하는 양상이다.

니체는 대표작 <짜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 정신의 3단계 변신을 3가지 은유로 서술하고 있다. ‘낙타 → 사자 → 어린이’. 이 과정을 변화해 가면서 정신의 높은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낙타는 권위와 의무에 대한 복종을, 사자는 권위에 도전하는 억센 의지를, 어린이는 순진무구하고 망각이 능한 창조적인 정신을 일컫는다. S는 사자와 같다. 권력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갈퀴를 세우고 공격하는 화법에서 사자를 읽게 된다. 사자단계는 ‘나는 반드시 ~해야 해’라고 결과를 상정해 놓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자기 주도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 낙타보다 고통이 배가된다. 더 강해지려고 늘 ‘내 편’과 ‘네 편’을 구획하고 아닌 것도 기라고 우겨야 하니 그 삶이 얼마나 고단할까.

인간은 불안전한 피조물이다. 편하게 사려면 어린아이가 되는 길이 있다. 니체는 말한다, 사자조차 할 수 없는 일을 해 낼 수 있는 존재가 어린아이라고. 어린아이(마지막 단계)에겐 욕심이 없다. 권력과는 거리가 먼 진실한 순응이며 신선한 긍정이다. 새로운 가치창출을 의미하는 어린아이로의 회귀, 이 정신이 바로 ‘아모르 파티’다. 사자의 투쟁적인 여정은 허무만 남길 뿐, S의원에게 어린아이 단계의 성숙함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니체 사상과 무관하지 않을 ‘아모르 파티’,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삶의 부정을 긍정으로 가치 전환하라는 인문학적 의미에 새삼 나를 반성하게 한다. 전반기 죽을 맛을 극복하고 후반기에 살맛나는 전성기를 보낸다는 김연자의 노래를 나도 한 번 불러본다.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거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