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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근세 100년사’ 편찬에 부쳐유진오 /본지 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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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심(只心)포럼’이 지난달 정기총회에서 올 사업으로 ‘거제 근세 백년사(100年史)’를 편찬키로 한 결정은 신선한 뉴스였습니다.

특히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건설을 결정해, 거제에 KTX 시발역과 종착역이 설치된다는 빅 뉴스와 함께 거제시민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고속열차시대의 개통은 지금까지의 거제사회와는 전혀 다른 ‘고속화 시대’가 열린다는 점에서, 1920년 이후의 거제 100년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한 시대의 전환점에서 지난 한 세기(世紀)의 소중한 기록을 남기는 ‘사회적 수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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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제 근세 백년사’ 편찬 작업에 거제 출신 작가 손영목(孫永穆) 씨가 편집자로 선정된 것은 재외향인들은 물론, 거제시민들에겐 이 사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손영목 작가와는 남다른 인연이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능포동 후배이기도 하지만, 제가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던 1982년 10월, 당시로는 획기적인 현상금 2000만 원을 내건 경향신문사의 장편소설 공모에서 손영목 씨의 소설 ‘풍화’가 당선되었습니다.

손 작가는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197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이항선’이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그는 경향신문 연재소설 ‘풍화’를 통해 거제도를 배경으로 8.15 광복과 6.25 동란 등 역사적 격동기 속에서 개인의 저항과 좌절, 인간적 파멸의 과정을 냉정하게 그려냈습니다.

손 작가는 인간을 문학의 중심과제로 삼아 휴머니즘 정신을 역사와 결부시켜 우리사회의 진실을 탐구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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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상(1989), 한국문학상(2004), 계간 문예 문학상(2019년 1월 당선작 ‘여명의 새’) 등 많은 상을 받은 손 작가는 지난 2007년 12월 장편소설 ‘거제도’로 제4회 채만식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채만식 문학상 심의위원회는 “손영목 작가의 전작소설 ‘거제도’는 한국문학의 거봉 채만식 선생을 기리는 문학상의 권위와 취지에 가장 근접한 작품으로 평가됐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심의위원회는 특히 “소설 ‘거제도’는 그 구성과 문체가 훌륭하고, 해방 후 6.25 한국전쟁의 민족적 불행에 휩쓸린 민초들의 삶과, 포로수용소라는 철조망 안에서 벌어진 세계사에도 전무후무한 전쟁 규모의 이데올로기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손영목 작가(원내 사진)와 소설 '거제도'

소설 ‘거제도’(전2권)는 1951년 2월 거제도에 포로수용소를 짓기 위해 미 해군 수송함이 고현만에 나타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소설에는 반공포로와 공산포로, 주민, 피난민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사회주의 이상에 심취한 의용군 포로 ‘최윤학’, 공산당을 증오하는 인민군 포로 ‘윤석규’, 빨치산 출신 의용군 포로 ‘진상용’, 마르크스 레닌 이론가 ‘박사현’ 등이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하면서 이데올로기가 빚은 전쟁과 폭력을 경험하고 반목합니다.

작가는 포로수용소 건설로 농지를 잃어버린 거제도 주민들과, 거제도에 유입돼 자체 촌락을 이루거나 주민들의 집에 얹혀사는 피난민들의 삶을 대비시킵니다. 실제 포로수용소에는 인민군, 중공군, 여자포로와 의용군 등 최대 17만 명 이상이 수용됐고 당시 거제도에는 주민 10만 명, 피난민 15만 명 등이 거주했습니다.

작품에는 공산포로들이 수용소장을 인질로 잡고 폭동을 일으켰으며 이 폭동이 새 수용소장에 의해 유혈극으로 진압된다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모두 떠나고 포로수용소가 폐허로 남는 것으로 소설은 막을 내립니다.

작가는 후기에서 “어린시절 포로들이 경비병들의 감시 속에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자기네 공동묘지를 조성하는 모습도 보았고, 포로수용소 외곽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주민들과 포로들이 감시병의 눈을 피해가며 물물교환을 하는 광경도 목격했다”며 “거제포로수용소 사건 전말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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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목 작가가 1989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바다가 부르는 소리’는 체험을 통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원양어선을 타고 나가 동지나해에서 한 달 동안 어부들의 기막힌 생활을 몸으로 체험하고, 작가답게 그 체험을 글로 옮겨 문명(文名)을 높인 작품입니다.

평론가 김종회(현 문학평론가 협회장) 씨는 “작가 손영목 씨의 작품은 태작(駄作)이 발견되지 않고, 그의 소설 문장에서도 엉성하게 풀어진 구석을 집어내지 못한다. 성실하고 끈기 있는 작법으로 일관해온 그에게는 소설공모가 오히려 자신을 확립하는 좋은 승부처가 되었음직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평론가 유한근 씨는 “손영목의 창작동기와 주제의식의 선명성은 탁월하다”고 말했고, 문학평론가 강성천 씨는 “손영목 작가의 작품 하나 하나가 저마다 개성을 갖는 다양성이야말로 손영목의 장점이며 특징”이라고손영목의 소설문학을 비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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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문단의 평가야말로 손작가가 집필할 ‘거제 근세 100년사’를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1920~30년대는 한가한 농산어촌이던 거제도는 장승포항에 방파제와 물양장이 건설되면서 남해안 근해어업 기지로 발돋움하게 됐고, 일본인 수산업자들의 집단 주거지로 바뀌어 시가지와 주거 형태가 새로워졌습니다. 8.15 광복과 6.25 동란을 거치면서 15만 피난민의 유입과 17만 명을 수용한 포로수용소 건설과 철수, 그리고 거제군(郡)의 복군(復郡)과 시(市) 승격, 조선산업의 기지로 조성된 산업화 과정과 지역경제의 부침, 그 과정에서 이뤄진 교육시설의 다변화 등 근세 100년사가 냉정히, 그리고 알차게 조명될 것입니다.

특별시, 직할시, 광역시를 제외한 우리나라 일반 시(市) 77곳 가운데 인구 100만이 넘는 수도권의 3개 시(성남, 고양, 수원)를 제외한 거제의 위상(位相 ‧ 2018년 말 기준)은 인구(25만 516명)는 36위, 재정(7260억 원)은 43위, 면적(402㎢)은 47위입니다.

도시 발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민들의 사회적 갈등과 반목, 부담과 성취 등 격동의 거제 근세 100년에 대한 손 작가의 집필이 더욱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인재들이 참가해 ‘거제 근세 100년사 편찬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기를 소망합니다.

역사는 ‘과거의 현실’이며, ‘미래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해 과거에 있었던 사실 또는 사건에 관련된 기록자의 해석이 역사입니다. 따라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소통’일 것입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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