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관련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 ‘소성리’가 장평동 CGV거제 극장에서 27일(토) 무료로 상영된다. 감독과의 대화시간도 마련된다.

기획 의도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는 작고 조용한 산골 마을이다. 백여 명의 주민 대부분이 80대 노인이다. 소소하게 농사를 지으며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평화롭게 말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한 낮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풀 속의 온갖 곤충 소리며 바람 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다.

지난해 9월, 성주 골프장이 사드배치 부지로 정해지면서 소성리는 전쟁터가 되었다. 장갑차가 마을의 길을 막고 헬기가 지붕 위로 머리 위로 지나다닌다. 바람 불면 들을 수 있었던 시원한 나무 소리 대신, 경찰의 군홧발 소리가 마을에 가득하다. 긴장 속에 일상을 보내는 주민들은 마음 속 깊이 싸매고 있던 감각의 봉인이 해제됐다. 군인과 폭탄을 실은 군용비행기가 머리맡을 지나다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음이 들려오고, 옆집 김씨가 죽었다는 소식에 숨죽여 흐느끼던 그 시절의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빨갱이를 처단한다는 이유로 완장을 찬 경찰들이 마을을 헤집고 다니던 공포와 먹을 것이 없어 산이고 들이고 헤매고 다녔을 때의 가난의 감각이 긴 시간의 강을 건너 현재에 오버랩 됐다. ‘사드’는 소성리 주민들에게는 나라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 봉인 돼 있던 전쟁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문이었다. 그 문은 전쟁 이후 가난과 불안을 재 감각하게 하는 무서운 통증의 시작이다. 한동안 꾸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악몽을 다시 꾸게 만드는 고통이다.

지난 5월 9일,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에서 보수진영 후보인 홍준표의 대선 투표율이 높은 것에 비난의 말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전쟁을 경험하고 이후 지독한 가난을 겪으며 빨갱이 프레임 속에서 평생을 숨죽인 채 살았던 성주 주민들, 그들에게 ‘전쟁’과 ‘안보’는 ‘공포’의 다른 이름이다. 온몸으로 전쟁의 고통을 감수했던 이들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와는 다른 감각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빨갱이로 몰리지 않기 위해,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 전쟁의 상흔을 꼭꼭 숨겨야 했던 이들이, 지난겨울에 미군의 장갑차를 온몸으로 막아섰다. 그리고 국가가 하던 일에 언제나 찬성했던 이들이 처음으로 국가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들은 무엇을 숨긴 채 삶을 이어왔을까? 어떤 마음의 풍경 속에서 살아왔을까? 어떤 의지로 장갑차 앞에 섰을까? 영화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침묵하며 평생을 살아왔던 이들의 마음 속 풍경을 들여다보고, 평화를 바라는 그들의 의지를 담담히 담는다. 긴긴 침묵을 지나 미군 앞에 서 있는 소성리 주민들은 평화의 가치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알린다.

시놉시스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 소성리.별이 지고 해가 뜨면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가 시작된다. 마을 귀퉁이 다니는 곳곳마다 왁자지껄 떠들썩한 금연, ‘8부녀 회원들’과 재미난 일을 꾸리는 순분,

바지런한 몸으로 새벽부터 흙으로 향하는 의선 또한 느릿한 하루를 맞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소한 일상이 평화인지도 몰랐던 마을에생전 처음 보는 이상하고 낯선 물체가 들어오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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