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중립국 선택 포로 첫 방문, 분단된 조국, 감당할 수 없는 무겁고 엄혹한 현실 속 소설 같은 삶

한국전쟁 당시 거제수용소와 용초도수용소를 경험한 후 포로 송환협상 중 중립국을 선택했던 임관택(90) 씨가 지난 27일 거제를 방문해 화제다.

거제포로수용소에 수용된 중립국 포로 중 인민군 장교로 거제포로수용소와 용초도수용소에 생활했던 포로가 거제를 찾은 첫 사례인 데다, 그의 이력과 삶이 영화나 소설같이 파란만장해서다.

임 씨의 이번 거제 방문은 앞서 광복 73년 및 정부 수립 70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국립서울현충원, 서대문형무소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강의를 마친 후 정근식 서울대 교수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거제시는 관계 부서 공무원과 문화해설사가 직접 포로수용소 유적 안내하는 등 임 씨의 거제 방문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임 씨는 가족 및 정 교수와 함께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계룡산 통신대 유적, 수월리 연합국 의무감사실 유적 등을 둘러보고 포로수용소 생활을 회고했다.

1928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김 씨는 광복군으로 전사한 독립운동가 임평 의사의 아들로 1930년대 부친과 함께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남경 임시정부 청사 인근에 거주하다 난징대학살(1937년)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36년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1945년까지 군산중학교를 다녔다.

1946년 평양으로 이주한 임 씨는 1948년 김일성대학 정치경제학부에 입학 후 모스크바 유학(6개월) 중 김일성대학에 복귀해 사동군관학교에서 지휘관 훈련을 받고 1950년 6월 사리원에서 북한인민군 6사단(방호산부대) 74연대 정치보위부 소속 대좌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1951년 10월 여주에서 연합군에 붙잡혀 거제도포로수용소 66수용동(장교 수용동) 에 수용됐다.

북한군 장교였던 임 씨는 1952년 7월 유엔군이 친공포로와 반공포로를 분리하면서 제 1B 용초도 포로수용소 이송됐다가 당시 친공 포로와 이념 문제로 신변에 위협을 느껴 동료 2명과 탈출해 송환을 거부하는 용초도수용소 수용동(1구역 A수용동)으로 이송 후 거제포로수용소를 거쳐 다시 유엔군 제2부산(가야리)포로수용소로 이송됐다.

이후 1953년 6월 18일 일방적 반공포로 석방에서 도망치다 미군에게 다시 잡혔고, 포로 송환협상 과정 중 중립국을 선택해 1954년 2월 8일 인천항에서 인도로 떠났다.

2년 거주 조건으로 인도에 체류하던 중립국 포로들은 또 다시 자기들이 살고 싶은 제3국을 선택해야 했는데, 임 씨는 브라질을 최종 목적지로 택했다.

임 씨의 이번 거제 방문은 임 씨가 1952년 거제포로수용소로에서 유엔군 제2부산(가야리)포로수용소로 이송된 이후 66년 만의 방문이다.

특히 임 씨는 이날 거제포로수용소 등을 방문 중 한국전쟁 당시 포로 심사 과정에서 밝히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과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투 경로 및 전략은 물론 미군, 인민군, 중공군의 민간인 학살 등 다양한 내용을 증언했다.

이 증언들은 거제시가 추진중인 포로수용소유적의 세계문화유산기록물 등재를 위한 자료로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씨는 “한국전쟁과 포로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부하들의 죽음을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어 이번 포로수용소 방문이 두려웠다”면서 “하지만 포로수용소 잔존 유적을 보니 60여 년 전의 일들이 생생히 떠오르는 등 감개무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임관택 씨의 부친 임평은 1929년 광주학생사건 뒤 1930년 중국으로 건너가 조선의용대원으로 활동하다가 1942년 광복군으로 태항산전투 참전 중 전사했다. 임 씨는 지난 2002년 부친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으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임 씨의 아들은 최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