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3000만 원을 빌려가더니 갚지 않습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또 돈 없이는 무엇도 하기 힘든 것이 요즘 세상이 아닌가 합니다.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니, 믿었던 지인에게 돈을 대여해준 후 변제를 받지 못하고, 참다 참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사무실 문턱을 넘으시는 분들을 자주 뵙게 됩니다. “그 친구, 사기로 고소하고 싶어요.” 제가 상담 테이블에 앉자마자 대부분의 고객님들로부터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입니다.

형법은 사기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47조(사기) ①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사기의 행위 태양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받는 것”입니다. 이때의 기망이란 ① 대여 당시 변제의사 · 변제능력이 없는 경우 ② 금원의 사용목적을 실제와는 다르게 이야기하는 경우 등으로 상대방에게 착오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① 변제의사 · 변제능력이 없다는 것은 채무자가 금원을 대여할 당시부터 이를 변제할 생각이 없이 채무초과상태였거나, 곧 채무초과에 이를 것이 분명하여 대여금을 변제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채무초과상태이거나 채무초과상태에 이를 것이 분명하였는지는 '대여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채무자가 미리 사용 목적을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면 채권자가 금원을 대여해주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되는 경우, 이는 '용도사기'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도박에 사용할 용도로 돈을 대여하면서 이를 알리지 않은 경우, 주식 등에 투자할 예정이면서 부동산을 매수하는데 사용하겠다고 이야기 한 경우 등은 용도사기에 해당할 수있습니다.

위 고객님이 친구를 사기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친구가 '대여 당시'에 변제의사 · 변제능력이 없었거나, 위 금원의 사용 용도를 속이는 등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친구가 대여 당시에는 변제의사 · 변제능력이 있었지만, 변제 시점에 이르러 사업 부진으로 인해 채무초과상태가 되는 등으로 변제가 어렵게 된 것이라면 안타깝게도 이는 민법상의 '채무불이행' 문제일 뿐 형법상의 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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