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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의 두 얼굴설동인 /설동인 한의원장

지난 주 초, 국내 건강식품 업계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세계적 독성학 관련 학술지인 ‘푸드 케미컬 톡시콜로지’에 실린 서울대 약학과 정진호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암세포를 죽이는 효능이 있는 홍삼의 성분이 정상인의 심혈관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 바람에 홍삼 제품을 구입해서 복용하고 있던 국민들이 불안감을 토로하고, 구입처에서 환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흔히 ‘인삼’ 하면 ‘사포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포닌은 인삼 뿐만 아니라 콩, 파, 더덕, 도라지, 미나리, 마늘, 양파, 영지버섯, 은행, 칡, 우슬(쇠무릎) 등에도 함유되어 있다. 사포닌의 종류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인데, 특별히 인삼 외의 다른 식물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사포닌들을 ‘진세노사이드’라고 부른다. 진세노사이드에는 Rg1, Rb1, Rg3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Rg3는 항염증, 항암작용으로 가장 주목받는 생리활성물질이다. Rg3는 보통의 인삼에는 함량이 아주 낮은 반면, 산삼이나, 인삼을 가공한 홍삼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홍삼을 판매하는 쪽에서는 경쟁적으로 자기네 제품이 Rg3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런데 이 Rg3가 오히려 심혈관의 근육 세포들을 파괴시켜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하니, 홍삼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쪽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서는 정진호 교수 연구팀에서 내놓은 결론만 소개할 뿐, 실제 연구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 같다. 정진호 교수팀의 주장에 따르면,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인삼의 유효성분인 Rg3 성분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지는 못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과 동일하게 심혈관에서 정상 세포를 훼손한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한다. 즉, Rg3가 세포독성이 강하여, 암세포를 만나면 암세포를 죽이고, 정상 세포를 만나면 정상세포를 죽이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연구에 사용된 Rg3의 양이다. Rg3가 들어 있는 용액을 쥐의 혈관에 주입시켜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렇게 혈관에 주입되는 것과 입으로 먹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혈관에 주입하면 주입된 양이 오롯이 생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사람이 입으로 섭취했을 때 Rg3가 소화관을 거쳐 체내로 흡수되는 양은 섭취량의 3%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쥐의 혈액량과 사람의 혈액량, 쥐의 체중과 사람의 체중, 혈관에 직접 투여하는 것과 입으로 섭취하는 것의 차이 등을 고려했을 때, 위의 연구에 사용된 농도만큼 Rg3가 우리 몸 속으로 흡수되려면 한번에 인삼 제품 522g 정도를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마디로 현실성 없는 실험용량이 문제인 것이다. 2012년 발표된 다른 독성학 연구에 따르면 Rg3의 안전 섭취량을 체중 1kg당 하루 4.2mg으로 설정하고 있다. 60kg 사람 기준으로 보자면, 하루 Rg3 252mg, 홍삼 기준으로 하루 82g 이하를 복용하면 안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82g과 522g의 엄청난 차이를 감안한다면, 기존 제시된 안전 기준량보다 6배 이상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실험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홍삼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는 장기간 인삼 섭취로 고혈압 또는 저혈압을 유발하는 심혈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2007년 한국소비자연맹에서 발표한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홍삼에서 가볍게는 불면, 어지럼증, 피부 가려움증, 반점, 식욕부진, 소화불량, 변비, 설사 등과 성호르몬 관련 증상인 유방통, 유방 부품, 질 출혈, 무월경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정신과적 부작용으로는 산만감, 불안감, 과도한 행복감 등과 심혈관계 부작용인 혈압 오름, 빈맥, 가슴 두근거림, 답답감 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아울러, 2016년 6월 국제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삼과 홍삼을 복용시킨 쥐의 생리활성도가 초기 11일 때까지 높았다가 점차 감소하여, 31일이 지나면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는 초기에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다가 일정 기간 후에는 에너지 과다 소비로 인한 반대 반응으로 오히려 대사가 저하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인삼과 홍삼은 약리작용이 강하고 장기 복용하면 체내 축적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삼, 홍삼은 필요할 때만 적당 기간 쓰는 ‘약재’로 보아야지, 밥이나 반찬처럼 아무렇게나 계속 먹어도 괜찮은 ‘식품’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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