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시의원 5석 확보 그쳐…역대 첫 참패
민중당·노동당·무소속 전멸…정의당 원내 진출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 고향 거제를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처음으로 거제시장 자리를 꿰찬 걸 비롯해 경남도의원 선거구 3곳을 싹쓸이한 데다 거제시의원(정수 16명)도 과반을 차지해서다. 사실상 거제 권력이 ‘통째로’ 갈렸다. 앞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0여 년 만이다. 거제 곳곳에서 나부끼는 파란 물결에 여당 체면이 섰다.

자유한국당은 참패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휩쓴 시장·도의원을 모조리 내줬고, 시의원까지 우수수 털리며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한국당이 거제에서 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치는 동안 이런 밑바닥 성적표를 받은 건 처음이다. 집권 여당에서 실권 야당으로 처지가 바뀌자 표심 또한 상당수 등을 돌린 모양새다. 제1야당 수식어마저 무색해졌다.

지역 진보 야당 판도는 뿌리째 흔들렸다. 노동계를 기반으로 한 민중당과 노동당이 전멸한 까닭에서다. 특히 노동당은 현역 시의원 2명이 한꺼번에 떨어져 ‘배지’를 다 잃었다. 반면 정의당은 시의원 선거에서 당선인을 배출하며 원내에 진출해 눈길을 끈다. 무소속은 별 힘을 쓰지 못하며 줄줄이 낙마했다. 무소속 전패는 역대 지방선거 결과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거제 표심은 민주당 압승과 한국당 몰락으로 간추려진다. 민주당은 시의원 비례대표 2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의 후보가 나섰는데, 이 중 단 2명만 고배를 들어 무려 80%가 넘는 당선 비율을 기록했다. 또 진보 성향이 뚜렷한 야당끼리의 지각 변동도 제법 흥미로운 대목이다. 앞으로 이들 정당의 이합집산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변광용, ‘3전 4기’로 당선 영예

3파전으로 치러진 거제시장 선거는 민주당 변광용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다. 변 후보는 이번 당선으로 민선 시장 시대가 열린 후 최초의 민주당 거제시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공직선거 입후보 4번 만에 안은 당선 영예로, 지난 2006년 거제시장 선거와 2008년 도의원(거제 1선거구) 보궐선거, 2016년 국회의원 선거는 모두 낙선했었다.

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요샛말로 ‘인생 득표’를 새로 쓰며 민선 7기 제9대 거제시장으로 뽑혔다. 그는 투표수 12만 2592표 가운데 6만 2949표(득표율 52.47%, 소수 셋째 자리서 버림·둘째 자리까지만 표시)를 쓸어 담아 여유 있게 당선했다. 변 후보 득표수는 2년 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이 받은 표(4만 4178표, 43.47%)를 훌쩍 넘는 최대치다.

득표율로는 역대 거제시장 선거 결과 제3회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양정식 후보의 56.10%(3만 5494표)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여태 시장 선거에서 과반 득표율로 당선한 건 이 두 사람뿐이다. 변 후보는 당선 시점 나이(52세)를 기준으로 역대 최연소 거제시장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변 후보와 경쟁한 한국당 서일준 후보는 5만 4764표(45.64%)에 그쳤다. 대한애국당 박재행 후보는 2253표(1.87%)의 저조한 득표로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주당, 도의원 3곳 ‘싹쓸이’

경남도의원 선거는 민주당이 지역 내 선거구 3곳을 독차지했다. 4년 전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휩쓸었는데, 이번엔 완전히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세 선거구 다 도의원 초선의 새 인물로 교체됐다. 한국당은 거제를 휘감은 ‘파란 물결’에 맞서 선거구를 지키기엔 역부족이었고, 당차게 도전한 민중당은 입성을 노리기엔 존재감이 미약했다.

거제 1선거구(장평동·고현동·상문동)는 민주당 김성갑 후보가 2만 5487표(60.41%)를 얻어 완승했다. 김 후보는 지역 당선인 중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며 ‘상향(시의원→도의원) 도전’에 성공했다. 한국당 박용안 후보는 1만 2488표(29.60%)로 탈락했고, 민중당 이길종 후보는 4209표(9.97%)를 받는 데 그쳤다.

거제 2선거구(연초면·하청면·장목면·옥포1동·옥포2동·수양동)에선 민주당 송오성 후보가 1만 6809표(45.91%)로 한국당 김창성 후보(1만 1203표, 30.60%)와 무소속 이행규 후보(8594표, 23.47%)를 제치고 당선했다.

거제 3선거구(거제면·사등면·둔덕면·동부면·남부면·일운면·아주동·능포동·장승포동)는 민주당 옥은숙 후보(1만 9535표, 48.20%)가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뽑혔다. 현역 도의원이자 애초 2선거구에서 이곳으로 옮겨 출마한 한국당 김창규 후보는 1만 3874표(34.23%)로 3선에 실패했다. 민중당 성만호 후보는 7117표(17.56%)로 고배를 들었다.

시의회도 ‘파란색’으로 뒤덮여

‘가’부터 ‘마’까지 지역 5개 선거구에서 14명을 선출하는 시의원 선거도 민주당이 휩쓸다시피 했다. 지역구 출마자 10명 가운데 단 1명만 떨어져서다. 선거 결과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1석을 포함해 시의원(정수 16명) 10석을 차지했다. 4년 전 선거에선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후보 3명만 당선했었다.

11명의 후보가 겨룬 가선거구(장평동·고현동·상문동)는 민주당 이태열(8467표, 20.45%) 강병주(6542표, 15.80%) 김두호(5079표, 12.27%) 후보가 나란히 당선했다. 한국당 신금자 후보는 4순위(4837표, 11.68%)로 3선에 성공했다.

한국당 임태성(3930표, 9.49%) 채종신(2367표, 5.71%) 후보와 정의당 노현범 후보(1790표, 4.32%) 무소속 고병우(1860표, 4.49%) 손진일(2266표, 5.47%) 오성주(1873표, 4.52%) 심학수(2378표, 5.74%) 후보는 10% 미만의 득표율로 떨어졌다.

경쟁률(3:1)이 가장 센 나선거구(연초면·하청면·장목면·수양동)에선 민주당 옥영문 후보(4704표, 23.67%, 2선)와 한국당 윤부원 후보(3867표, 19.46%, 3선), 민주당 박형국 후보(2541표, 12.79%)가 차례로 당선했다.

한국당 김형곤(2389표, 12.02%) 바른미래당 박명옥(2215표, 11.15%) 무소속 황양득(1998표, 10.05%) 옥용배(440표, 2.21%) 김종대(296표, 1.49%) 옥삼수(1415표, 7.12%) 후보는 탈락했다.

다선거구(옥포1동·옥포2동)는 민주당 안석봉 후보(6002표, 36.35%)가 1순위로 당선한 가운데 한국당 전기풍 후보(3692표, 22.36%)가 남은 자리를 차지하며 3선에 올랐다. 정의당 한은진 후보(3201표, 19.38%)는 비교적 선전했고, 노동당 송미량 후보(2736표, 16.57%)는 재선에 실패했다. 무소속 백세정 후보(880표, 5.32%)도 낙선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가 3명씩 맞붙은 라선거구(일운면·동부면·남부면·거제면·둔덕면·사등면)에서는 민주당이 우세승을 거뒀다. 민주당 노재하 후보(4538표, 24.16%), 한국당 김동수 후보(4250표, 22.63%) 민주당 이인태 후보(4011표, 21.36%) 순으로 당선했다.

민주당 반국진 후보(2234표, 11.89%)와 한국당 권용훈(1048표, 5.58%) 조호현(2695표, 14.35%) 후보는 당선권에 못 미쳤다.

마선거구(장승포동·능포동·아주동)는 민주당 최양희 후보(8413, 40.05%, 2선)와 정의당 김용운 후보(4476표, 21.30%)가 나란히 당선했다. 한국당 김노회 후보(3198, 15.22%), 노동당 한기수 후보(2918표, 13.89%), 무소속 하준명 후보(2001표, 9.52%)는 쓴잔을 마셨다.

한편 정당 득표로 가리는 시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선 민주당(6만 3741표, 53.68%)과 한국당(3만 8778표, 32.66%)이 한 자리씩 차지해 안순자(민주당)·고정이(한국당) 후보가 당선했다. 정의당은 1만 6206표(13.65%)에 머물렀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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