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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의성의 봄날’손영민의 풍물기행 - 민속씨름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여행⑪

경북 의성군 한계면 위천 생태하천공원 특설씨름경기장에서 열리는 ‘전국大장사씨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거제시청 상황실에서 출전신고를 마치고 윤경호 감독을 비롯한 우리 선수단 6명과 함께 오전 10시 30분 의성을 향해 출발했다. 덕유산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도착하니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의성씨름장까지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벗어난 국도에서도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선수단이 4박 5일 머물 예정인 한계면 전통시장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짐을 풀었다.

마침 씨름대회가 이틀 남았고 날씨도 좋아 시골버스를 타고 ‘산수유마을’로 출발했다. 산수유마을에 관심을 갖게 된 연유는 국가대표를 배출한 컬링의 고장이자 영미의 고향(?)인 의성 산수유마을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시골마을인심에 흠뻑 취해보기 위해서다.

‘마늘의 고장’ 정도로 알려졌던 경북 의성군의 수식어가 달라졌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여자컬링국가대표 때문이다. 컬링선수 4명의 고향으로 알려지면서 위상은 높아졌지만 5만3000명이 사는 농촌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일손이 바빠지고 봄이 무르익으면 어김없이 산수유 꽃이 만발한다.

“마을엔 마땅한 식당이 없임더. 뭐라도 잡수고 가이소.”

마을이장의 말을 듣고 시장에 들렀다. 장날이 아니어서인지 시장은 한산했다. 돼지국밥 한 사발로 배를 채우고 산수유 마을로 향했다. 읍내를 벗어나자 산수유의고장을 증명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912번 지방도와 가로수가 대부분 산수유나무였다. 20분 만에 사곡면화전리, 즉 의성산수유마을어귀에 다다랐다. 좁은 농로길 왼편에는 초록마늘밭이 싱그러웠고 오른편에 어른 키의 세 배는 족히 넘는 산수유나무가 우뚝 서 있다. 산수유 꽃 축제기간(3월 말~4월 초)이 아닌지라 샛노란 꽃을 보지 못했다.

대신에 마을사람이 안내한 산수유 시목지(始木地)에 들렀다. 노거수 세 그루가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조선 선조 13년(1580) 마을벼슬로 부임한 노덕래가 개울 뚝 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심었다는 나무다. 화전2, 3리에는 수령 300년이 넘는 산수유나무만 3만 5000그루에 달한다. 비교적 최근에 심은 나무까지 더하면 10만 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비교적 넓은 평야가 있는 화전 3리와는 달리 화전 2리는 산골짜기에 들어가 있어 아기자기 했다. 사방이 산으로 둘려있고 다래넝쿨이 많아 예부터 ‘숲실’이라 불리던 마을이다. 마을뒷산 전망대에 오르니 아늑한 마을 풍경이 고스란히 한눈에 들어왔다. 어느 방향을 둘러봐도 골짜기마다 산수유 숲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부녀회회원들이 마을행사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가마솥에 두부를 찌고, 채소를 다듬는 손길이 바빴다. 길모퉁이에 좌판을 깔고 말린 산수유·서리태·땅콩 등을 파는 할머니가 긴 한숨을 쉬었다. “우린 쉴 틈이 없어요. 6월에 마늘을 수확하면 그 자리에 모내기를 해요. 10월에 추수하고 11월에 마늘심고나면 이듬해 1월까지 산수유열매 따서 말려야 해요. 틈틈이 콩과 고추도 거둬야 하고.”

산수유마을을 먹여 살리는 건 산수유만이 아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작물은 마늘이다. 화전리 주민수입의 80%가 마늘이란다. 행사음식을 준비하던 한 할머니가 마늘자랑에 열을 올렸다. “의성마늘 먹다가 다른 거 먹으면 영 심심허지. 킬링 여자선수들이 꿀에 절인 마늘 먹고 힘냈다잖소.”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의성마늘의 주종은 한지(寒地)형 마늘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난지형보다 씨알이 작고 옹골차다. 매운맛과 단맛이 강하고 살균작용을 하는 ‘알리산’이 많다. 사화산(死火山)인 금정산(530m)에서 나온 화산토질과 큰 일교차가 의성마늘의 맛의 비결이란다.

다음날 오후, 우리 선수들의 체중계체를 위해 특설씨름경기장이 마련돼 있는 안계면 위천생태공원을 찾았다. 이곳에는 산수유와 마늘 말고도 의성의 자랑중의 하나인 대한민국 최고의 어린이날 축제로 자리 잡고 있는 ‘의성 세계 연 축제’가 한창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무지갯빛 하늘세상’이란 주제로 시작된 이번 축제는 첫날부터 싱그러운 날씨와 함께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5일, 개막일에는 전국에서 몰린 방문객들로 한때 중앙고속도로 일부구간이 큰 정체를 빚기도 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가장 멀리서 온 아이들에게 인형을 선물하는 메인부대행사에서는 인천광역시, 의정부시, 거제시 등 수백km떨어진 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축제에서 단연인기는 세계 13개국 200여 명의 선수가 가지고 온 세계 각국의 이색 연들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브라질, 케냐, 중국, 태국, 싱가포르, 마카오, 베트남, 대만 등에서 참가한 선수들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대형연과 이색 연을 선보였다. 특히 중국선수가 가지고 온 길이 66m규모의 보라색 문어 연은 축제참가 창작 연 중 최대 크기를 자랑했다.

'의성세계 연 축제'는 짜임새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제비처럼 생긴 연이 공중에서 곡예비행을 하듯 여러 묘기를 연출하는 ‘제6회 코리아 의성 스포츠카이트 월드참피언 쉽 대회’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연 경기인 ‘로까꾸(육각연) 첼린지 대회’도 열려 어린 시절 연싸움을 했던 부모들의 동심을 자극했다. 40여 년째 열리는 전국연날리기대회‘도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11회전국 생활체육大장사씨름대회‘와 ’맨손송어, 메기잡기체험‘등은 대표적인 볼거리와 즐길 거리였다.

특히 이날은 매화급 결승에서 콜핑의 양윤서와 맞붙은 거제시청 한유란 선수가 2-0완승을 거둬 새로운 강자의 시작을 알리는 뜻 깊은 날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거제시청씨름단 일행이 승리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를 저녁 무렵 행복한 먹거리 추억으로 기억 될 ‘의성마늘목장 한우타운, 054-862-8992)’으로 향했다. 씨름경기장을 빠져나와 10여분쯤 달렸을까 고된 훈련으로 허기진 선수들을 반기는 ‘마늘목장한우타운’이 보인다.

마늘 목장한우타운 판매장에 진열된 한우는 우리일행들의 마음을 설레기에 충분했다. 이 판매장에 가지런히 놓인 드라이에이징 커플세트, 페밀리세트, 스페살세트 등 다양한 한우세트메뉴가 있고, 드라이에이징 등심을 비롯해 숙성등심, 숙성안심, 새우살, 안창살, 토시살, 설치살, 갈비살..., 의성마늘한우 육사시미와 육회는 이중 으뜸이다.

의성 현지인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여행객들의 발길을 끄는 이 집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의성서부 한우회 마늘목장영농조합'에서 직영하기 때문에 매일 좋은 육질의 소만을 선별해 음식의 질을 높이고 정육점에서 주문을 하면 고기를 썰어주는 게 아니고 이미 각 부위별로 소포장이 되어 있는 고기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 뒤 옆 식당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고기를 구워 먹으면 된다는 점이다.

투혼을 발휘해 매화장사를 차지한 한유란 선수는 “육질이 부드러웠고 소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이 가격에’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는 식후기를 남기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나들이는 앞서 들른 산수유마을은 여러모로 아늑한 오솔길이 어우러져 그럴 듯 했고 뒤이어 찾은 세계 연 축제는 덤이었으며 의성마늘 소고기를 비롯한 의성향토음식의 맛과 향기를 느껴 보는 것이 보람찼다.

글·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거제시청씨름단 부단장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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