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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고설동인 /설동인 한의원장

한방에서 사용되는 외용제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단연 자운고다. 젊은 세대인 애엄마들에게도 꽤나 알려져 있고, 간혹 직접 만들어 쓰는 이들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태열, 아토피 등 아이의 피부 문제를 겪어본 엄마들에겐 낯설지 않은 이름일 것이다. 자운고는 아토피, 건선, 습진, 화상 등 다양한 피부질환에 적용되는 처방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일본에는 건강보험 적용 제제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자운고는 호마유, 백납, 자근, 당귀, 돈지 등 5가지 재료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유래는 명나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나라 외과 치료의 대가로 불리는 ‘진실공’이라는 한의사가 지은 책에 자운고의 일부 약물 구성이 등장하는데, 일본의 유명한 외과의사인 하나오카 세이슈가 이를 개량하여 자운고 처방을 완성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오카 세이슈는 일본의 화타로 불리는 인물로, 한의학과 네덜란드에서 전파된 외과학을 배워 두 가지를 융합하여 큰 성과를 내었다.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업적은 세계 최초로 유방암 수술을 실시한 것인데, 이 수술 당시에 초오, 백지, 당귀, 천오, 천남성 등의 약재로 만든 ‘마비산’을 경구마취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원래 자운고의 처방 구성은 대부분이 호마유, 즉 참기름이고, 그 외 당귀, 자근, 밀랍, 돈지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형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다섯 가지를 기본으로 하여 감초, 백선피, 백지, 황련, 황백 등 피부질환에 효과적인 약재들을 더하여 쓰는 경향이 있다. 또, 참기름 특유의 향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자 올리브유나 다른 기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각 한의원마다 쓰는 자운고가 약간씩 다르다. 하지만 자근, 당귀, 밀랍은 꼭 빠지지 않고 공통으로 들어간다. 이 세 가지 약물의 역할을 살펴 보자.

자근은 자초라고도 부르며, 자운고의 가장 중심이 되는 약재이다. 자운고를 만들 때면 자근의 성분들이 우러나오면서, ‘자운’이라는 말 그대로 보라색 구름이 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천연염색에서는 천을 보라색으로 염색할 때 자근을 쓴다. 자근에는 shikonin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항균작용, 항염증작용, 항종양작용을 나타내며, 최근에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작용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당귀에는 보혈작용과 진통, 항염증 작용이 있다. 중국, 우리나라, 일본의 당귀 중에서 중국당귀와 일당귀는 보혈작용이 좀 더 강하여 작용이 유사하고, 참당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당귀는 보혈작용보다 상대적으로 어혈을 제거하는 작용이 더 강하다. 자운고의 처방이 주국과 일본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자운고에 들어가는 당귀는 참당귀보다는 일당귀가 더 적합하다. 흔히 ‘신토불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가 우리나라 사람 몸에 더 맞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사실 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산지별로 약재의 작용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지에 따라 약재 선택이 달라진다.

백납은 벌집에서 정제하여 얻는 황밀랍을 표백한 것이다. 밀랍은 예로부터 부패 방지를 위한 코팅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자운고에서는 연고를 만들 때 녹는점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최근에는 밀랍의 항생작용이 각광을 받고 있어서, 무좀과 상처 치료 및 피부 미용을 위한 마사지 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자운고는 응용 범위가 매우 넓어, 피부 외과와 관련된 거의 모든 질환에 무난하게 적용된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자운고의 목표는 다양한 피부질환 및 외과 질환에서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억제하고, 궤양과 증식성 피부이상을 방지하며, 배농이나 가려움을 치료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자운고를 활용하여 연구가 진행되는 질환에는 치질 및 항문의 미란과 열상, 욕창, 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하는 방사선 피부염 등이 있다. 물론 자운고에도 금기증이 있다. 자운고에 과민방응이 있었던 환자나, 중증의 열상, 외상이 있는 환자, 화농성 창상으로 고열이 있는 환자, 환부의 습윤과 미란이 너무 심한 환자 등은 자운고를 함부로 발라서는 안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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