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법, 바른인연 (50)

법화경에 “부처님은 위대한 의사이다” 라는 말씀이 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그에 알맞은 약을 처방해 준다.

그 분은 중생들의 고통을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수많은 약을 개발해 내셨다. 그것을 고맙게 받아먹은 바른 믿음이 있는 환자들은 모두 다 생사의 고질병으로부터 완쾌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바로 대보살의 계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분에게 자신을 전적으로 내맡기지 않는 불신의 중생들은 아직도 토사곽란(吐瀉癨亂)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부처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처방해 주는 약도 마다 하고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자기들이 갖고 있는 탐욕심을 절단하기 위해 마취 주사를 놓고자 해도 혹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서 그들은 아직도 주저하고 있으면서 오로지 그들은 통증을 못이겨 매양 모르핀 주사를 짜릿하게 놓아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모르핀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가라앉혀주지만 도로 그 병세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바르게 충고를 해 주면 그들은 한결같이 영험이 없다면서 사이비 의사를 찾아 전국을 헤맨다.

왜냐하면 사이비들은 후에 어떤 후유증들이 나타나든 간에 우선 환심을 사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 주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명의(名醫)는 더 이상 그 환자를 치료해 회생 시킬 수가 없다.그러나 그것은 의사의 잘못이 아니다. 치료를 거부하고 죽어가는 그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어떤 의사든 달리 방도가 없을 뿐이다.

부처님은 법화경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자세히 말씀하시고 있다. 그만큼 이 뜻은 매우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중생들이 빈곤에 허덕이는 것을 여실히 보셨다. 그래서 그 분은 거대한 금광인 열반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중생들을 이끌어 가시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하셨다.

그러나 중생들은 선뜻 따라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세세생생 의혹과 불신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경계심부터 잔뜩 품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중생들로부터 너무 많이 속이고, 속아왔기 때문에 의혹심이 가득한 눈매로 꽁무니를 빼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곁눈질로 기웃거린다. 그들의 마음 저변에는 탐욕심이 깊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곧 흩어져 버릴 인연의 애착 때문에 그들은 성스러운 환원의 여행길에 올라 진리의 보물들을 가지려 하지 않고 있다. 온 몸에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고물들을 잔뜩 매달고서는 선망스런 눈빛으로 우두커니 입만 벌리고 있다.

인도자가 아무리 달래어도 그들은 따라 나서지 않고 끝까지 우물거리고만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배가 고파 못살겠으니 복을 내려달라고 졸라댄다. 그들은 그렇게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서는 절대로 그 가난으로 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럴 때 인도자는 그들은 더 이상 어떻게 이끌어 갈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몹시 애석해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인도자의 허물이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부처가 그들을 원력으로 끌고 가 보물창고에 넣어주어도 눈을 감고 돌아 나와 쪽바가지를 들고 다닐 복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부처는 거창하게 전지전능을 외치지 않는다. 그 분은 언제나 소박함과 순순함을 가지고 지금도 중생들 앞에 자애롭게 계신 분이다. 중생들에게 단 한 번도 위협적인 말씀을 한 적이 없었다. 그 분은 자신을 믿는 사람에게만 그에 상응하는 은총을 내린다는 말씀도 하신 적이 전혀 없다. 그 분은 누구를 봐 주겠다는 말씀도 한 적이 없다. 멀리에서 중생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한 번 지켜보겠다는 불안감도 주지 않으셨다.

또, 그 분은 후일 너희들을 반드시 심판하러 오겠다는 말씀 같은 것들을 아예 하실 줄도 몰랐다. 그 분은 오로지 그 분이 할 수 있는 모든 신통력을 다 발휘해 가엾고 처량한 중생들을 한 생명이라도 더 가능한 한 빨리 그 분의 따뜻한 품안으로 받아들이려고 끝까지 노력하셨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 분의 가피를 입지 못한 중생들의 구슬픈 신음소리가 산을 울리고 허공을 메아리 치고 있다. 왜 그럴까? 그 분은 왜 그들을 그렇게 내버려두시고 계실까? 그 분에게 그런 신통력이 진정 없어서일까그것에 대해서는 대지도론(大智度論)과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이 아주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고 있다. 그리고 당나라 때의 유명한 선승 원규선사는 비록 부처라 하더라도 세 가지 가능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중생들의 죄업은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생들이 이미 지은 죄는 그 본인 스스로가 그것을 없애야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단 결정된 죄업을 없애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참회하는 방법을 배워 서둘러 그 업의 사슬로 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 업을 몸에 동여매고 있는 한 부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어느 영화에서 보듯이 성인이 그 죄를 탕감해 줄 수 있었다면 고통 받는 중생들이 왜 아직도 이 세상에 우글거리고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피해 당사자 앞에 가서 무릎 꿇고 몸이 으스러질 때 까지 용서를 비는 것이 진참회이고, 실 참회인 것이다. 아니면 장애인 단체나 독거노인, 복지시설 같은 곳에 가 참회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절집에서 참회기도 한다면서 108참회, 자비도량참법이나 하는 것들은 무슨 소득이 있겠는가? 불자가 진정 참회를 하려면 혜능 스님의 육조단경 참회품을 참고하시기 바란다.두 번째는 인연이 없는 중생들은 결코 제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연이 없으면 아무리 자비를 베풀어도 그들은 외면해 버린다. 배가 고파 울고 있어도 입은 한사코 열려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격이다. 입을 열어야 밥숟가락을 떠 넣어줄 텐데, 그들은 숟가락을 보면 입을 닫아 버린다.

그 분의 가르침이 무비로 수승하다고 해도 손을 내젓고 고개를 흔들어 버리면 그 가르침은 소귀에 경을 읽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론 축생들이나, 아귀들, 그리고 지옥의 중생들도 모두가 다 그 분과의 인연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그 분의 자비를 받아들일 수조차 없는 하등 업식(業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일체중생을 일시에 모두 다 제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이런 우려를 했다. 모두 다 출가해서 수행승이 되어버린다면 인류의 씨가 말라버릴 것이 아닌가? 라고 하며 불교의 독신제도를 비난했다. 이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기우이다. 아무리 가정(假定)이라고 해도 그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중생들이 갖고 있는 업이 천차만별로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하늘이 쪼개어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일시에 전부 출가할 공산은 1억 만분의 영 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연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부처님께 제도를 받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중생들은 다음에 오실 부처님과 인연을 맺어 그 부처님의 제도를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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