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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코한코’ 뜬 목도리로 나눈 온정설 앞두고 노점상에 목도리 70개 전달한 한순선 씨

올겨울 거제지역은 매서운 한파만큼이나 지역경기가 냉랭하다. 그럼에도 최근 설 명절을 앞두고 다양한 봉사단체와 독지가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을 내밀어 만든 미담사례가 있어 아직은 지역 사회에 온정이 남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가 있다.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고현시장과 중곡시장 노점상에게 직접 뜨개질한 목도리 70개를 나눈 한순선 씨의 이야기다.

오늘의 주인공 한 씨는 30여 년 전 고향 진주를 떠나 거제를 재2의 고향삼아 살고 있다. 삼성조선소에 근무하는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부터다.

조선경기 침체로 지역경기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이미 거제지역만의 걱정거리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 씨도 거제사람 보다 타 지역에 사는 지인들의 안부 전화 속에서 거제 지역경기 걱정을 더 자주 듣고 있다고 한다.

조선소로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애처로운 요즘이지만, 한 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찬 바닥에서 제대로 된 난방도 없이 손끝에 입김을 불어가며 하루를 보내는 노점상들이었다.

예년에 비해 더욱 매서워진 겨울 날씨와, 또 점점 움츠리고 있는 지역경기와 마주하는 전통시장 노점상들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한 씨의 친정 어머니뻘 할머니들이라 더욱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씨는 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설 명절을 앞두고 뜨개질을 시작했다. 목도리를 만들어 노점상 할머니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사실 한 씨는 어려서부터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 빨리 익히고 잘하는 재주가 있었다고 한다. 결혼 전부터 뜨개질을 했었고 10여 년 전까지 뜨개질 공방을 운영했었다. 뜨개질 외에도 가죽공예, 한지공예, 캔들, 서양자수 등에도 상당한 실력자로 알려졌다.

꾸준한 봉사활동 이력에선 한 씨의 온정을 엿 볼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아무 생각 없이 다녔던 봉사활동은 결혼 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한 씨는 처음 목도리 50개정도를 만들어 노점상 할머니들에게 전달할 계획 이었다. 하지만 시장 상인회에 문의한 결과 노점상이 70명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70개로 목표를 바꿨다.

주변 지인들과 공방을 운영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제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뜨개질에 열중 하다 보니 새벽을 넘긴 때도 여러 번, 그래도 목도리를 받고 기뻐할 노점상들을 생각하니 힘들다는 생각은커녕 만드는 내내 즐거웠단다.

약 보름 동안의 뜨개질로 한 씨가 만든 40개와 지인과 제자들이 만든 30개의 목도리가 완성될 즈음 한 씨의 마음이 다시 무거워 졌다.

괜히 주제넘게 원하지도 않는 목도리를 선물해 노점상 할머니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70개가 넘는 목도리를 만들었지만, 그냥 목도리만 나눠주기가 미안해 포장까지 준비하기로 했다. 포장용지는 남편, 포장은 며느리의 도움을 받았다.

포장을 하는 동안 “혹시 다음에 이런 일을 하시면 저도 함께 데려가 달라”는 며느리의 말 한마디는 한 씨의 거사(?)에 큰 격려가 됐다고 한다.

목도리를 나눔이 있던 날, 한 씨가 몸담고 활동해온 대한적십자 장평봉사회 회원들도 목도리를 나누는 일에 동참했다.

목도리를 전달 받은 상인들은 ‘나는 두 개 주라’, ‘좋아하는 색으로 바꿔달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목도리를 나눔활동을 마친 한 씨는 한동안 시장 주변을 가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이 한 행동이 옳은 일인지, 노점상 할머니들에게 누가되진 않았는지 우려됐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전통시장을 서성이다가 자신이 나눈 목도리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목격하고서야 안심이 됐단다.

한 씨는 “최근까지 괜히 원하지도 않은 일로 그분들(노점상)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됐었지만 목도리를 잘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제가 가진 작은 재주로 경로당 등에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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