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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아모르파티’김정희 /거제시문예재단 경영지원부장

한 시대를 풍미하고 아스라이 손 흔들며 우리 눈에서 사라져간 대형가수 그녀가 돌아왔다. 1980년대에 화려한 드레스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가요계를 주름잡던 가수 김연자가 2월 6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를 휘어잡을 예정이다.

몇 십 년간 일본에서 ‘엔카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그녀가 8년 전 귀국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런 그녀가 침묵을 깨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남녀노소 계층 구분 없이 특히 젊은이들의 마음까지 단숨에 사로잡은 ‘아모르파티’라는 노래로 그녀의 진가는 또 한 번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곡은 트로트도 엔카도 아닌 강렬한 사운드의 EDM이라는 전자댄스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는 80년대 ‘수은등’이라는 노래로 사랑의 애절한 감성을 자극하더니 이제는 그 수은등 불빛을 의연히 극복하고,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의 가장 찬란한 인생이라며 아모르파티(Amor Fati!)를 외친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아모르파티’는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로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는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설명하는 운명애(運命愛)라고도 한다.

니체에 의하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되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삶은 동일한 것의 무한한 반복을 이루는데, 이를 통해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긍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모르파티’는 특정한 시간이나 사건에 대한 순간적인 만족이나 긍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와 세상에 대한 긍정을 통해 허무를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버지 때문에 가수의 길을 가게 된 그녀는 가수의 길 그 자체가 ‘아모르파티’였다. 이발소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노래 잘하는 딸이 그저 자랑이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자 하는 효심이 아직까지 무대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가 8년 전 돌아가셨을 때 열흘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스케줄이 바쁜 그녀에게 가족들은 제때 알리지 않은 것이다. 김연자는 공연이 끝난 후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허무주의가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이 또한 자신이 감당해야 되는 운명애로 받아들이기 위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연자는 재일교포 남편과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면서 빈털터리가 되었다. 일본에서 거액의 돈을 벌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남겨진 재산은 하나도 없단다. 매니저 겸 밴드 단장이던 전 남편을 평생 동반자로 생각했기에 쓰지 않았던 계약서가 문제였다. 전 남편은 일본에서 받은 출연료를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전 남편과 지낸 세월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 만났기에 그 또한 고마운 인연이요, 운명애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한다. 더불어 이 나이에 자신이 원하는 공연만 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을 꿈꿨는데 ‘아모르파티’의 열풍으로 젊은 가수들하고 똑같이 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무척 행복하단다.

성인 팬을 상대로 노래를 부르다 어느 날 갑자기 세대를 뛰어넘는 EDM 열풍에 불을 지핀 그녀. 한국 ‘EDM 대모’로 거듭난 60세 김연자는 2월 6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며 거제시민들에게 이렇게 얘기할 예정이다.

“육십 평생 가까이 저는 그저 무대에서 노래만 불렀던 것 같아요. 가수 김연자가 아닌 ‘인간 김연자’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사실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렇지만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적셔주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제 운명이자 숙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제 운명을 감수하고 사랑할 거예요. 가수로서 백점이면 그걸로 제 인생은 됐어요. ‘아모르파티’입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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