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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맛 기행, 지세포항에서 즐기는 ‘멸치쌈밥’손영민의 풍물기행(126)

거제 지세포항은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깨끗하고 공기 맑기로도 알려져 수도권에서 거리가 있는 평일에도 근래 찾는 이가 크게 늘었다. 휴양하기에도 좋은 한적함 덕분에 누구와 동행하더라도 알맞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다 해산물이 풍부해 ‘바다보물창고’라고 불리는 지세포항은 거제어촌민속전시관,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요트학교, 돌고래 수중공연장처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볼거리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바다가 품은 진귀한 특산품으로 맛과 영양을 꽉꽉 채운 음식도 다른 곳에서 접할 수 없는 특색이 있다.

지세포항이 보존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답게 지세포 먹거리로 유명한 것은 자연의 맛이 가득한 지세포 멸치. 거제의 지세포 멸치는 내도와 서이말등대 사이 해협 특유의 세찬 물살로 인해 탄력 높은 식감으로 식재료로서도 인기가 높다. 일반적인 기장·외포멸치와는 달리 크기가 크고 먹을 것이 많아 이를 이용한 회나 구이 쌈밥 등의 향토음식을 판매하는 집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거제의 대표 명물이기도 하다.

그중 거제멸치 맛집으로 소문 난 ‘거제멸치쌈밥(682-0317)’은 지세포 멸치회와 멸치쌈밥을 타 지역으로까지 알린 일등공신이기도 하며 꾸준히 맛으로 자리를 지킨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표메뉴인 멸치쌈밥은 향토적인 맛이 강해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진한 멸치의 맛과 짭쪼롬한 양념이 어우러져 한번 맛을 들이면 꾸준히 찾게 되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반면 멸치회는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며 비린내가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평가가 높다.

이 집은 지세포 앞바다에서 잡은 정치망 멸치에 양파, 대파, 청량고추 등을 곁들여 신선한 별미를 제공한다. 특히 여행, 나들이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환절기는 물론 사계절에 체력저하로 잃어버리기 쉬운 입맛을 되찾기에 좋다.

이 집은 멸치 회무침을 수협공판장 경매를 거치지 않고 지세포항으로 들어오는 정치망 어선에서 직접 구입해오기 때문에 생멸치를 별미로 실컷 맛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현지인 등 단골이 많이 찾는다. 멸치조림은 무, 양파, 대파 배추 우거지 등 각종 야채로 우려낸 육수로 만들어 질리지 않는 깔끔함 역시 하나의 무기다.

흔치 않은 메뉴인 멸치쌈밥은 밥 위에 조림한 통멸치를 올리거나 상추 등 각종야채에 싸먹는 음식이다. 멸치가 부드럽게 씹히고 고소한 맛이 퍼지면서 어우러지는 조화가 훌륭하다. 한상차림세트(15000원)로 나오는 멸치회, 멸치찌개, 쌈밥 등을 모두 맛보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공기는 당연히 비우기 마련이다.

기본 멸치쌈밥정식(12000원)만 주문하더라도 마늘, 양배추, 다시마, 낙지, 멸치. 톳, 새 송이버섯 등 현지에서 나오는 채소와 해산물을 활용한 반찬과 여러 종류의 야채로 푸짐하고 인심 넉넉한 식사를 할 수 있다. 10년 차 식당을 운영하며 친정어머니로부터 전수받아 옛맛을 이어가고 있는 이집 주인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지세포를 도심 음식점마저 부러워하는 동네로 만든 일운면 토박이 최영란 씨. 거제어촌민속전시관 앞에 있지만 썰렁하기만 했던 지세포항 거리를 먹자골목으로 만들어 사람을 끌어 모은 최영란 대표를 만나 ‘거제멸치쌈밥’집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봉사의 여왕, 요식업계 미다스의 손. 최영란(57) 거제멸치쌈밥 대표를 가리키는 다양한 수식어다. (사)거제팔각회 여성회장으로 더 유명해지긴 했지만 사실 그는 이미 2000년대부터 고현동 바닥에선 유명했다. 썰렁했던 이 골목에 2008년 ‘수원 왕갈비’를 시작으로 지세포 수원왕 갈비, 거제멸치쌈밥 등을 연이어 개업해 괴짜로 불리기도 했다.

흔히 장사가 잘돼 돈을 벌면 더 좋은 상권으로 옮기겠다고 생각 할텐데 자신의 가게가 있는 주변으로 사람을 끌어 모으기로 마음먹었다. 본인 식당은 물론 이 거리 자체가 맛집 골목이라는 인상을 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거다. 이 말만 들으면 재미삼아 가게를 내도 될 만큼 재력이 단단하거나 주변 땅과 건물을 죄다 소유한 건물주인가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가게 하나 낼 때마다 은행돈을 끌어다 써야 했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그는 “돈이 충분치 않아 은행 돈으로 가게를 열고 그걸 다 갚을 즈음 또 새로 은행 융자를 얻어 새 가게를 내곤 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위험한 투자였지만 그 땐 그 거리에 사람을 끌어 모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교인 해성고등학교 장학재단 후원자지만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았다고 한다.

5년 만에 ‘씨월드’ 돌고래 수중공연장 앞에 수원 왕갈비 집을 하나 더 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 잘 굴러가는 수원 왕갈비 집을 보며 식당도 큰 사업으로 키울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빌린 건물이지만 ‘거제멸치쌈밥’이 대박이 났다. 원하는 대로 골목 하나를 특색 있는 향토음식 상권으로 키워낸 그는 현재 거제시관광협의회 부회장과 고현동 상가번영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남편 김대환 씨와 함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소년소녀가장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봉사를 통해 희망바이러스를 전하는 거다. 그의 오기는 그에게 또 어떤 성과를 가져다줄지 좀 더 기다려 볼일이다.

글·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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