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선업 국민연금 체납처분 유예’가 하청노동자들의 피해를 양산하는 실정이 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체납처분 유예를 악용한 일부 업체들이 폐업하게 되면, 하청노동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아서다.

거제통영고성조선소 하청노동자살리기 대책위 등은 지난 1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실정을 폭로하고 나섰다. 대책위에 따르면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기업에 대한 단기 경영지원 방안의 하나로 2016년 7월부터 4대보험 체납처분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4대보험 통합징수 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은 기업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압류 등 체납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적잖은 조선소 하청업체들이 하청노동자 임금에서 4대보험 노동자 부담분을 꼬박꼬박 공제하면서도 4대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상황이 빚어졌다는 것. 결과적으로 하청노동자 임금에서 공제한 4대보험료를 공단에 납부하지 않고 하청업체 사용자가 다른 용도로 유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4대보험료를 체납하다 하청업체가 폐업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입게 된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은 하청업체가 보험료를 체납해도 노동자가 보험 서비스를 적용받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체납을 한 상태에서 하청업체가 폐업하게 되면 체납금액은 모두 노동자의 피해로 돌아오는 셈이다.

대책위는 “결과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전형이자, 정부의 명백한 정책 실패”라며 “가뜩이나 대량해고와 임금체불로 고통 받고 있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나서서 또 하나의 고통을 안겨 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구체적으로 거제시 조선업 사업장의 국민연금 체납 현황을 보면 월 평균 체납액이 2016년 7월～12월에는 평균 5.3억 원이었던 것이 2017년 1월～5월에는 평균 9.8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 11월 20일까지 거제시 조선업종 지원사업장 4대보험 체납 총액은 약 375억에 달한다.

특히 100% 노동자의 피해로 돌아오는 국민연금 체납액만 135억5000만 원이나 된다는 것.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을 합한 국민연금 체납총액은 152억 5000만 원에 달한다고 대책위는 폭로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조선업 4대보험 체납처분 유예로 인한 피해를 누누이 이야기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해왔으나 정권이 바뀌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며 “불행 중 다행으로 국민연금 체납처분 유예 조치는 2017년 12월까지인데 이를 다시 2018년 6월까지로 연장하려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 12월로 국민연금 체납처분 유예 조치를 중단하고,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한 2016년 7월 이후 발생한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국민연금 체납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특별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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