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법, 바른인연 (48)

경제생활에서 재화를 소비하는 것은 재화에 대한 끝없는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처님 당시 재화의 소비는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합리적인 계획에 의해 정당하고 균형에 맞게 사용되고, 또 축척될 것이 권장되는 것이다. 소비에 있어서 검소와 절약은 욕망을 절제하는 부처님의 근본 교설이 경제활동이라는 구체적 생활의 윤리로서 표현된 것이다.

오늘날에 있어서도 검소와 절약은 소비활동의 덕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절약, 즉 저축이 미덕인가? 소비가 미덕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견해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절약을 장려하는 입장으로서 절약은 국가의 부, 국민 소득, 그리고 우리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즉 절약에 의해 자본의 축적이 가능하며, 그것으로서 미래에 대한 국민 소득이 증대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케인즈(JM Keynes)에 따르면 절약에 의해서 국민 소득이 증대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소득은 감소되고 실업을 발생시킴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하여 소비를 적극 장려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이들 이론은 각각 독자적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무절제한 소비는 엄청난 사회 문제를 야기시킨 것만은 틀림이 없다.

자원의 무분별한 훼손은 자원의 고갈을 가져왔고, 이로써 파생된 공해의 문제는 우리 인간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험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을 부처님은 삼재(三災)라 말씀하셨다. 뿐만 아니라 과소비로 인한 인간의 사치와 낭비 풍조는 도를 넘어 퇴폐와 향락으로 이어지는 윤리적, 도덕적 타락을 가져오고 말았다.불타시대(부처님)의 인도 사회는 재산이 축적되고 화폐가 유통됨에 따라 술과 도박을 즐김으로써 낭비와 사치 풍조에 젖어 있었던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재산을 잃게 되는 낭비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하셨다.

장자여! 재산을 탕진하는 여섯 가지는 무엇인가? 술에 탐닉하는 것은 참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문(門)이며, 때 아닌 시간에 거리를 나도는 것도 실로 재산을 탕진하는 문이다.

장자여! 제례(祭禮), 가무(歌舞) 등의 집회에 열중하는 것은 재산을 탕진하는 문이고, 도박에 빠지는 것은 재산을 탕진하는 문이다. 악우(惡友)를 사귀는 것은 재산을 탕진하는 문이며, 게으른 습관은 실로 재산을 탕진하는 문이다.

장자여! 술에 탐닉하게 되면 여섯 가지 위험이 따르느니라.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재산을 낭비하고 싸움을 일으키며, 질병을 얻고, 훌륭한 인격을 잃게 되며, 외설(猥褻)을 일으키고 지혜를 잃게 하느니라.

장자여! 때 아닌 시간에 자주 거리를 나돌게 되면 여러 가지 위험이 따르느니라. 자신과 처자의 안정이 보장되지 않고, 소유물이 지켜지지 않으며,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며, 그 밖에도 많은 문제가 거리를 나도는 동안 생겨나게 되느니라.

장자여! 제례, 가무 등 집회에 열중하게 되면 여러 가지 번뇌가 생겨나느니라. 그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춤은 어디서 행해지는가? 어디 가서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음악은 어디서 들으며 웅변은 어디 가서 들을까? 심벌은 어디서 연주하며 탐탐의 연주는 어디에서 열리는가?

장자여! 도박에 빠지게 되면 여러 가지 위험이 따르느니라. 만일, 돈을 따게 되면 그는 미움을 사게 된다. 또 잃게 되면 재산을 낭비한 비탄에 잠기게 된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 소비되어 버린다.

법정에 섰을 때도 그의 말에 위엄이 없어져 자신의 친구들이나 관리들에게 경멸당하게 된다. 부처님께서 재산 낭비의 요인 가운데 나태한 생활태도를 지적한 것은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게으름은 생활을 불가능 하게 하고, 이미 축적된 재화를 낭비하게 되며, 도박이나 음주에 탐닉케 하며, 가족과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커다란 해악을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게으름을 가장 비생산적인 형태의 표본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리고 꿀벌이 꿀을 나르듯이 부지런 하고 절약하는 정신이 가족과 개인에게는 물론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본임을 강조하신 것이다.

또한 음주는 해태(懈怠)와 함께 재산을 낭비하게 되는 가장 크고 직접적인 원인중의 하나이다. 음주의 피해는 재산상의 손실뿐만 아니라 인격을 상실하고, 지혜를 잃게 되며, 질병을 발생케 하여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주요 원인이 된다.

불음주를 오계(五戒)에 포함시킨 것은 당시의 교단이 음주의 피해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도박과 악우에 의한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지나친 허례허식에 의한 재산의 낭비도 경계하고 있다.

소비란? 결국 욕구와 재화간의 합리적 선택행위이다. 소비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리 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가치관을 빼놓을 수는 없다. 부처님께서 재산 낭비와 관련하여 여섯 가지 요인을 적시한 것은 개개인의 도덕적 지표의 제시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비도덕적 행위는 재산의 낭비를 가져오고, 마침내는 자신을 반사회적 인간으로 떨어뜨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하자면 건전한 재산의 수호와 관리는 내 가족과 사회적 정의 실현을 촉진하는 요소로 평가되는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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