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법 바른인연 (47)

‘무소유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진 것이 얼마나 되는 가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일반 사람들은 가진 것이 많아야 인정을 받는데 종교를 통해서 기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가진 것이 적어야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일반 사람도 아무리 마음이 좋고 머리가 좋아도 재산이 없으면 무시를 당하고 기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하고 자비 실천을 많이 해도 가진 것이 없으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그래도 바른 기도생활을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가능하면 가진 것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만족하며 가난하게 살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사실은 무소유란 외적 조건이지 그것이 우리 신앙생활의 전부는 아닙니다. 기도생활 하는 사람들이 가진 것이 적어야 한다는 것은 기도와 마음공부 하는 시간을 더 갖기 위함입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즉 내 것이 많으면 그만큼 신경 쓸 일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갖지 않으려고 할 뿐입니다.

그럼 기도생활 하는 우리들은 얼마나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가? 외적 가난의 기준을 어디에다 두어야 하는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성인들의 말씀을 어느 정도 구족하며 따르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성인들은 항상 생각하고 마음공부 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만큼 신경 쓸 일을 줄이려고 합니다.

반대로 위대한 성인들의 가르침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잡다한 물건과 일들을 늘이게 되는 것입니다. 가끔 외적인 가난을 자랑하는 이들을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내적인 빈곤함을 드러내는 허위의식의 발로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난을 자랑하는 것은 자신의 욕구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은 욕구가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무소유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가난하고 무소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세상 누구보다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외적인 무소유란 내적인 충만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시중에 무소유의 기쁨에 대한 글들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 글을 쓴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런 무소유의 삶, 아무것도 갖지 않고 청빈을 무기로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영성 심리학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 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비현실적인 감각 때문입니다. 대개 무소유와 가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미 굶어 죽을 염려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주머니에만 돈이 없을 뿐이지 사는 것은 그리 곤궁치 않은 사람들이 무소유와 가난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 권력층, 정치인, 종교인들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족을 거느리고 사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 무소유를 주장합니까?

무소유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하는 것이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인데, 반면에 무소유에 대한 주장은 사실 현실생활을 해 본 적도 없고, 사회생활의 쓰라림을 겪어 본 적도 없는, 돈이 없어서 무시당하거나 불이익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사치스런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상 무소유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왜 어떤 사람을 보면서 우리는 그 사람이 무소유의 정신으로 사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는 그들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을 버리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소유인 것처럼 보이는 것인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무소유라고 생각지 않으며, 오히려 전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의 관점이 업그레이드 된 것 입니다.

소유한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더 가치 있는 것을 소유한 것입니다. 예로 한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어디서 더 좋은 놀이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지금의 장난감에 싫증을 느끼고 더 좋은 장난감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동생에게 내 줍니다. 이때 동생에게는 형이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형은 더 좋은 것이 생겨서 동생이 탐내던 것을 버린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집착을 버리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 없이 억지로 이루어지는 가난, 즉 인위적인 무소유를 추구하다 보면 정신적인 질병, 자칫하면 강압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대 자비의 주인공이 되라고 모든 성인들은 일찍이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이것은 지금 내가 가진 것 보다 성인들의 가르침에서 주시는 것이 더 가치 있고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자신이 가진 것을 버려야 한다면 겉으로는 다 버리는 척 할지 몰라도 마음속으로는 늘 집착이 따라다니고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게 한 대상들에 대하여 분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힘든 것들을 여러 가지로 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부처님 전에 참회하는 것입니다.

물론 살면서 죄를 짓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죄를 지으면서 삽니다. 그리고 죄를

지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 지는 것도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죄를 짓게 되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의지, 우리의 마음이 그리 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약한 마음은 바른 길로 가기 보다는 엇나간 길 쪽으로 더 끌리는 경향이 있어서 일상생활 안에서 죄를 짓지 않고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바세계에 던져진 우리도 무지로부터 건져 달라는 기도를 늘 하게 되는 것이고, 그럴 때마다 성인들은 단번에 자신을 바꾸라고 요구하시지도 않고, 다만 참회, 회개, 반성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죄 짓는 것 보다 더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 문제는 죄 지은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령 어떤 분은 반복해서 죄 짓은 자신을 너무나도 미워합니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 자신의 나약함이 너무나도 지겹고 싫어서 미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렇게 자신을 바꾸고 싶어 하고 미워하는 것은 성인들께 죄송한 마음이어서 생겨나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자신을 미워함으로서 죄 짓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렇지가 않고 그들은 또 다시 반복해서 죄를 짓고 맙니다.

그러니까 죄 지은 자신을 미워해 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을 미워하면 할수록 내적인 힘만 더욱 상실되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가망이 없는 자신을 부처님을 비롯한 모든 성자들이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 나머지 그들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심지어는 그들 곁을 아예 떠나는 일도 생기게 됩니다.

그럼 자신을 어떻게 대하여야 할 것인가? 불교에서는 참회를 통하여 더 이상 죄를 짓지 아니하고 선행(善行)을 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실천 덕목으로 육바라밀(六波羅密)이 있습니다. 이 실천을 통하여 스스로를 용서하고 다시금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마음에 힘이 생겨 적어도 더 이상 죄 짓는 횟수만이라도 줄이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종교를 통하여 참회, 회개, 반성하는 의미로 다시는 죄 짓지 않겠다는 서원을 굳건히 함으로써 우리 중생들을 안아 주시고 용서해 주실 것임을 믿고 종교생활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되뇌이지만 살아가면서 죄를 짓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죄를 짓고 사는 우리를 모든 성인들께서는 외면하시지 않고 무지로부터 마음의 병에 걸린 중생을 불쌍히 여기셔서 2600 여년 전에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하여 시차를 두고 성인들이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느 누구의 지배도 아니고, 종속도 아니고...그러니 모든 성인들의 바른 가르침에 의지해서 이 주인공을 건강한 삶의 신앙인으로 만들어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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