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감으면 자는 사람이 있다. 약간은 미련해 보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간간히 점심식사 후 약간의 피곤이 밀려들면 의자에 머리기대고 잠깐 한숨 잔다. 그렇게 하고나면 오후 내내 개운한 기분이다. 어떤 보약도 이만한 에너지 충전효과는 없다. 성격이 민감한 친구들이나 직장동료 중에는 갑자기 변화된 환경이나 혼자만의 고민 등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바쁜 현대인들에게 고질적인 불면증은 엄청난 고통이다. 불면의 괴로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우울증을 앓았던 직원 2명을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다. 지금도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불면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신세를 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급기야 소득보다 꿀잠이 행복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한 유통회사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전국사회조사연구소에 의뢰해 만든 ‘행복지수(Living Well Index)의 분석결과이다.

영국인 8,250명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보니 성생활, 직업안정성, 가족의 건강, 소득 등 다양한 항목 중 잠이 행복과 상관관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50%오르면 행복지수는 고작 0.5%증가하지만 질 좋은 수면은 4%가량이나 행복지수를 끌어올렸다.

시간이 모자라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도 공부하고 일에 매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남보다 비교우위에 서고 싶은 한국인의 욕망으로 봐서는 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쏟아지는 잠을 떨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으니 말이다. ‘잠’이라는 책을 펴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잠은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평행세계”라고 표현했다.

어떤 명리학자는 50대에 잘 자고 잘 먹고 얼굴이 환하면 성공한 거라고 한다. 행복한 수면을 축복으로 생각하면 팍팍한 삶이 한결 여유로워질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행복과 성공의 답을 찾고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여기서는 어떻게 하면 꿀잠을 잘 수 있는지 내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맛좋은 잠을 잘려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지 않고는 아무리 자고 또 자도 피곤하기만 하고 개운하지 않다.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당장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아 봐야 한다. 분명 몸속 어딘가에 잠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다.

그리고 자기 체질에 맞는 운동을 개발해서 꾸준히 습관처럼 일상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포츠 의학전문가들은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無) 활동상태’가 아니라 신체기관을 움직이는 것이 활력을 주는 적극적 휴식이라고 얘기한다. 그 다음은 마음에 걱정이 없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근심걱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긍정적 마인드로 깨끗하게 떨쳐버려야 한다. 당장은 쉽게 되지 않고 힘들겠지만 지속적인 생각의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없을 때가 지옥(地獄)이고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때가 천국(天國)이다. 이와 같이 생각의 방향에 따라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는 말도 있다. 지나간 어제를 후회하지 말고 다가올 내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오직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할 일이다.

진정 삶이 축제가 되려면 자기 앞의 생은 자연의 순리에 맡기고 내 시간의 주인이 되어 좀 더 조용히 좀 더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 근심걱정은 결국 사람의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 데서 생기는 것- 따스한 가을 햇살, 시원한 바람, 마음껏 호흡하며 대지를 걷는 것 모두가 기적이고 더 할 수 없는 행복이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에 최상으로 만족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장애물들은 말끔하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푹 자고나면 언제나 매일 새로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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