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 재난 관리체제가 허점투성이다. 그동안 수없이 자연재해를 겪고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거제시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사전예방철저’, ‘사후신속복구’를 다짐해 왔지만 되풀이 되는 수방대책의 허술함은 올해도 똑같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거제에 11일 반나절 동안 최고 308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또 한 번 물난리를 겪었다. 새벽부터 내린 비가 출근시간까지 이어지면서 혼란을 부채질 했다. 도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물바다가 된 도로에서 차안에 갇힌 운전자가 가까스로 구조되는 등 시내교통이 마비됐다. 많은 직장인과 학생, 학부모가 분통을 터트렸다. 예고된 폭우에도 도시전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지둥 했다는 지적을 곱씹어 봐야 하는 이유다.

운면 지세포와 동부면 율포 등 서남부지역의 토사유실로 차량이 통제되고, 수월-아주터널 방향과 고현-옥포방향 길목인 중곡 육교일대를 물바다로 만든 이번 수혜는 물론 시간당80mm에 이르는 국지성 폭우 때문이다.

아직도 최종피해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주택침수만 수백 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도로침수나 벽면붕괴도 수십 곳에서 나타났다. 침수된 가전제품들은 수리가 불가능해 쓰지 못하고 버려야 할 상황이다. 집중호우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매년 상습 침수지역이 큰 물난리를 겪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수혜를 겪을 때마다 거제시가 하는 일은 늘 똑같다. 공무원을 비상동원하고 저지대 주민을 대피시키고 119구조대가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대피주민에게 구호품을 전달한다. 고비를 넘기고 나면 복구 지원금 책정을 하고 수방대책마련에 들어간다. 그런데 비정상적 예외지역이 있다. 고현천과 수월천 일대는 수년째 침수피해가 되풀이 되고 있지만 이곳에 대한 수방대책은 논의조차 하지 못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해마다 겪는 물난리에 거제시는 완벽한 대책을 입버릇처럼 되뇌었지만 피해는 여전하다. 예고된 물난리로 인한 재산과 인명피해가 많고 적음에 앞서 거제시의 획일적인 재난대책 매뉴얼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위험요소가 있는 옹벽이나 절개지․주택가의 경우 사전에 보수하거나 하수도 정리 등 근본적인 예방조치 없이 방관했던 탓이다.

국지성 집중호우는 어쩔 수 없는 천재라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제시는 장마철에 대비, 지난 6월부터 위험요소에 대한 집중관리에 들어가 대책마련에 분주했으나 현장에서의 재난 대책은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자연재해는 한번 발생하면 인명피해 뿐 아니라 막대한 재산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철저히 대비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시와 방재당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위험지역 예방활동을 강화하기 바란다. 응급복구물자와 장비도 즉시 동원이 가능하도록 미리 정비해야함은 물론이다. 향후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호우에 대응하는 메뉴얼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