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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혼을 담는다! 30년 외길인생, 목공예장인 이야기손영민의 풍물기행‥거제면 ‘한국불교미술공예연구소’

지정문화재 불교미술공예부분 거제 출신 장인들이 한데 모였다. 한국불교미술공예 장인들인 이재철, 진호주, 어윤길 씨로 구성된 ‘한국불교미술공예연구소(010-9393-4273)’는 이제 막 1년을 넘긴 신생연대다. 사찰을 새로 짓거나 그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모든 연구소가 그렇듯 여럿이 공동으로 권리를 가지고 각자의 의견에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되는데, 각 분야가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모두 다 다른 실력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한국불교미술공예연구소는 평균 3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온 불교미술공예 장인들이 스스로 새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가열찬 발버둥이기도 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한국불교미술공예연구소를 지난 29일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문재인 대통령 생가 인근에 있는 100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만났다.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은행나무 목재가 쌓여있는 작업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미세한 나무가루가 날리는 작업장에서 이재철 소장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2016년 프랑스보로도에서 열린 제9회 국제장애인 기능올림픽목공예부분 금메달리스트인 이재철(54) 씨. 27세 때 시작한 목공예 일은 자연스레 그를 절 안으로 불러들였다. 나무먼지, 톱밥을 잔뜩 뒤집어 쓴 채 무아지경으로 재목을 깎고 땀을 흘리며 세속의 온갖 잡념도 함께 깎아 내다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정결해 졌다.

좋은 목재를 구하는 일부터 법당에 문을 하나 다는 일 까지 어느 것 하나 그의 손을 타지 않는 일이 없었다. 그를 지켜봐온 스님은 그 다음 일을 또 한 차례 부탁하며 “땅이 좋은지 좀 봐 달라”, “방향이 틀어진 것 같은데 괜찮겠느냐”는 등 세세한 의견도 물어왔다.

“그냥 조각만 한 게 아니에요. 우리 모두 각자 스님들하고의 인연이 있잖아요. 게다가 내 손으로 직접 석가모니불좌상을 만드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죠. 몸이 좀 고되고 힘들더라도 그런데서 성취감을 찾았던 것 같아요.”

40여 년 동안 목 조각과 옻칠 일을 해온 지정문화재 기능보유자인 진호주(55) 씨는 묵묵히 이재철 소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그러나 이것도 다 옛말”이라고 했다.

지정문화재기능장들과 힘을 합해 재목을 마름질하고 다듬는 기술설계부터 공사감리까지 책임지고 완성시켰던 예전과 달리 요즘 목공예가들은 사찰불사를 하게 될 경우 규모가 큰 업체와 계약을 맺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은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불사에 하나 둘 참여하던 불교미술 전문가들은 그렇게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잿밥에만 관심을 가지면 되겠느냐. 우리도 뭔가 함께 해보면 좋겠다”고 궁리하기 시작하던 2016년 7월, “영세한 불교미술전문가도 먹고 살고, 사찰에서도 흔쾌히 믿고 맡길 수 있는 괜찮은 연대를 하나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그것이 한국불교미술공예연구소의 시작이었다.

현재 회원 3명 모두가 지정문화재기능보유자다. 불상, 탱화, 촛대 등 사찰에 필요한 미술품공예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데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분야를 구분해서 운영한다. 수십 년 동안 사찰불사에 직접 참여해 깎고 다듬고, 색을 칠하는 일을 해온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사찰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목재를 구하는 일부터 색을 칠하고 불상과 탱화를 설치하는 일까지 모두 한 번에 해결하는데 목적이 있다.

최소 30년부터 최대 40년까지 경력 또한 다양한데 무엇보다 연구소회원각자가 모두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찰형편을 잘 알고 있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손이 직접 가는 작업 때문에 고된 노동을 하려는 사람은 없고 기계의 발전으로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세태에서 조금이나 불교미술의 전통을 살리고자 모인 셈이다.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전, 대한민국전통문화재조각회전, 대한민국한양공예대전 등의 전시회에 참여했던 이재철 소장은 “각자 자기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고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따르기에는 혼자의 힘으론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불교미술에 대한 정부지원이 거의 없는데다 지자체에서도 예산타령만 하는 상황에서 전통을 이어 나가기위한 움직임”이라고 했다.

한국불교미술공예연구소의 공동체 힘은 단순히 사업을 함께함으로써 얻는 이익에 있지 않다. 연구소의 진정한 힘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기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그 시너지 효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데 있다. 탱화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 위에 나전이나 옻칠을 입힌다던지, 불상을 조각하면서 개채와 개금을 보다 정교하게 한다든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합치면 효율성 뿐 아니라 창의성과 예술성까지 가미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나무 깎는 사람’이라 칭하던 이 소장은 “전문가들이 힘을 모으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된 노동으로 불교미술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인건비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낮은 단가와 인건비로 일을 수주하게 되면 국내전문가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요즘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한국불자들이 낸 보시금으로 이뤄지는 불사일수록 오랫동안 그 분야를 다뤄온 국내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단가를 낮추고 저임금의 노동력을 쓰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균열로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틀어지고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불교미술”이라며 그에 맞는 재료와 기법,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사람들의 노력까지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도 했다.

한편 제9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다른 종목으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치: 거제면 산촌명진길 102-2 한국불교미술공예연구소

문의: 010-9393-4273

글․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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