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의장 반대식)가 현대산업개발에 사회공헌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14년 5월 거제시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을 경감(5개월→1개월)받는 과정에서 70억 원 상당의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했으나, 4년이 지나도록 소식이나 연락이 전혀 없어서다.

시의회는 지난 23일 열린 올해 1차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현대산업개발 사회공헌 약속 이행 촉구 결의문’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이 결의문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경감 과정에서 70억 원 상당의 사회공헌 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이 문제 해결에 손을 놓은 거제시에도 화살을 날렸다. 시의회는 “거제시 행정에서는 ‘자발적 의사 표시’로 강제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나무랐다.

시의회는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책임 강화가 시대적 요구인데,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와 시민에게 손실을 입혔고,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 경감으로 거제시민의 행정에 대한 불신과 지역 사회의 갈등을 초래했음에도 1조가 넘는 손실을 면하기 위해 스스로 약속한 70억 사회 공헌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기만행위”라고도 짚었다.

특히 “더 이상의 이행 지연은 거제시민의 공분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의 도덕성과 신뢰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을 유념하길 바란다”며 사회공헌 약속의 조속한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시의회는 또 현대산업개발에 구체적인 이행 내용과 방법 등에 대한 협의를 요구하면서 “우리의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8년 거제시가 발주한 160억 원 규모의 하수관 정비 사업을 진행하면서 허위 서류 등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44억 7200만 원의 공사대금을 편취(騙取)한 사실이 적발돼 관련자 10여 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됐었다.

이후 시는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별도의 행정 처분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는 2009년 9월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5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현대산업개발은 행정소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1심 법원은 지난 2010년 5월 현대산업개발 손을 들어줬다. 거제시는 곧바로 항소했고, 2011년 11월 항소심 판결에선 시가 승소했다.

결국, 이 소송은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갔다. 공판 기일이 2012년에 지정됐다가 현대산업개발 측의 선고 기일 연기 신청으로 재판은 해를 넘기는데, 2013년 4월 돌연 시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관한 재심의 및 경감 처분 신청서’를 냈다.

이와 관련해 시는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애초 5개월에서 현대산업개발 바람대로 1개월로 덜어줬다. 당시 심의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은 70억 원 상당의 사회 공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잇따랐다.

시의회 안에선 지난 6대 의회 때 경감 처분과 관련한 행정사무조사가 진행됐고, 이번 7대 의회 들어서는 최양희·송미량 의원이 시정 질문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현대산업개발 측의 사회 공헌 이행과 시의 대책을 따져 묻기도 했다.

하지만 시는 현대산업개발의 ‘자발적인 의사 표시’로써 행정에서 이행을 강제할 수도 없고, 법적으로도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며 뒷짐 진 채 시간만 보내다시피 했다. 시가 먼저 요구해 받게 되면 ‘제3자 뇌물공여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결의문 채택과 관련해 시의회 관계자는 “6월 23일 본회의에서 결의문을 채택한 후 27일 현대산업개발 측에 공문 형태로 결의문을 첨부해 발송했다”며 “현대산업개발 측의 답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 28일 통화에서 “거제시의회의 결의문 채택 사실은 언론 보도로 알고 있지만, 아직 공문을 받지 못했다”며 “공문이 도착하면 확인 후 내부 검토를 거쳐 대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거제시와 예전에 이 문제로 접촉해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 사회공헌을 안 하려는 게 아니라 조금 지체되는 상황이다. 사회공헌 방법이나 형태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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