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사-횟집 갈등, 기물파손 논란 빚어

유람선사 “불법건축 문제로 이사회 결의, 부득이한 조치”

거제 대표 관광지 겸 피서지 중 하나인 일운면 와현리에서 볼썽 사나운 일이 빚어지고 있다.

와현유람선(주) 건물 2층에 있는 ‘와현횟집’이 지난 22일 계단이 뜯겨나가고 전기가 차단되는 등 사달이 발생해서다. 횟집 업주 부부는 임대인인 유람선사의 ‘횡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유람선사 측은 ‘부득이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계단이 뜯기고 있는 22일 현장

횟집 기물파손 까닭은?

업주 부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7년부터 2층을 임차해 횟집을 꾸려왔다. 문제는 건물 자체가 일부 불법건축으로 완공됐었다는 점이다. 당시 불법건축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업주 측은 이행강제금을 내가며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임대차 기간은 2020년까지라고 했다.

마을 이장을 맡기도 했던 업주 이 모씨는 “권리금까지 줘가며 임차해 당시 상권이 소실된 상황에서 유람선사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했고 최선을 다해 영업을 했다”면서 “이장직 임기가 끝난 이후, 마을의 여러 사안과 관련해 저에 대한 유언비어와 이간질로 갈등이 초래됐다”고 했다.

유람선사와의 갈등은 물양장의 주차장 사용 문제 등이 얽히면서 비롯된 걸로 보인다. 횟집 업주 이 씨는 “와현항 물양장은 어민 필요에 따라 어구손질 및 어구적재 등 어업인을 위한 활동 장소로 제공돼 있으나 유람선사 측이 주차장으로 임의 사용 중”이라고 지적했다.

와현마을 물양장의 유람선 주차장 사용 여부를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갈등이 지속되던 끝에 유람선사 측은 불법건축 문제를 명분 삼아 지난 22일 오전 횟집 일부를 철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뜯겼고, 전기가 차단돼 냉장‧냉동고 8대가 가동 중지됐으며, 수백만 원 어치에 이르는 수족관 활어들도 통째로 사라지는 등 정상 영업은 할 수 없는 처지다.

부인 김 모씨는 “새벽에 몇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더라도 정성을 다해 모셨다. 유람선을 타러 오는 분들이기에 유람선사와의 상생을 생각해 늘 책임감을 지녀왔다”며 “아무리 갈등이 있기로서니, 생계가 달린 문젠데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느냐”고 통곡했다.

업주 이 씨는 통영해경과 거제경찰서에 유람선사에 대한 진정서와 고발장을 각각 제출한 상태다.

유람선사 “횡포 아니다”

와현유람선(주) 최 모 대표는 횡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불법건축 문제에 대한 행정의 시정명령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리를 반드시 해야만 했고, 임차인에게 내용증명을 세 차례나 보내며 협의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에 따르면 임대차 연장에 앞서 불법건축 부분을 정리한 연후 영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세웠으나,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2020년까지의 계약도 전임 대표 시절 이뤄졌는데 내용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철거 강행에 대해선 “저희 와현유람선(주) 이사회 논의에서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렇게 하기로 결의됐다”고 설명했다. 물양장의 주차장 사용 지적과 관련해선 “와현마을은 어업종사자 수가 극히 적고 물양장은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물론 어민 사용이 필요하면 협조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한편 거제시는 횟집 일부 철거와 관련해 불법건축에 대한 시정명령(이행강제금 부과 등) 절차만 진행할 수 있을 뿐이어서, 유람선사와 횟집 사이의 갈등은 명도소송 등과 맞물려 무단침입 및 재물손괴 여부 등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