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하여 완연한 봄인가 했는데, 요 며칠 갑자기 일교차가 커지고 비 내리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이렇게 궂으면 몸과 마음이 무겁고 통증이 더 심하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올 무렵이 되면 통증 때문에 괴롭다고 호소한다.

날씨와 관절 통증은 정말로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일단, 한의학에서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소로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라는 6가지를 상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 궂은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풍, 한, 습이다. ‘풍’은 바람의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변화무상한 기압의 변화를 일으켜 인체의 혈액 순환을 순조롭지 못하게 하고, 감각 이상, 떨림, 마비 등의 변화를 일으킨다고 본다. ‘한’은 차가운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모든 기운을 응축시키는 성질이 있고, 양기를 상하게 한다고 본다.

‘습’은 몸 속의 기운이 상하로 순환하는 것을 중간에서 막아 정체시킴으로써 감각 저하, 부종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고 본다. 현대적 용어로 다시 풀어보자면 주로 온도와 습도 문제를 중심으로 한 설명인 셈이다. 온도가 낮아질 때,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아질 때 관절 통증이 증가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면 관절 주변의 근육이나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명쾌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양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몇 가지 가설들이 제시되었다. 물론, 명확한 상관관계에 대해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첫 번째는 관절 속에 압력을 매우 예민하게 감지하는 조직이 있다는 가설이다. 흐린 날은 맑은 날에 비해 기압이 낮아지는데, 관절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이 ‘압력 감지 조직’, 즉 압력 수용체가 더욱 예민해져서 기압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통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무릎이나 허리 마디 등의 관절에도 압력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무릎 관절이나 허리 마디의 디스크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은 날씨가 흐릴 때 통증이 더 심해질 수가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뉴잉글랜드 의료센터 Timothy E. McAlindon 박사는 지난 2002년 개별적으로 집계한 기압/기상 데이터와 관절염 환자의 자료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기압의 변화와 관절 통증의 증가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두 번째는 몸 속의 특정 호르몬 분비가 늘어남에 따라 통증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진다는 가설이다. 날씨가 흐리면 우울한 감정이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또 흐린 만큼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게 되어 우울감을 동반한 통증이 증가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 가설은 아직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렇듯 정확하게 원인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쨌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관절염 증상이 더 나빠지는 것은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일이다. 나빠지는 날씨는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에 맞춘 생활 관리는 할 수 있다. 날씨에 맞춘 생활 관리는 관절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별 상관없지만, 관절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이라면 환절기나 장마철 같은 때에는 무리하게 외출하여 변덕스러운 날씨에 몸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낫다.

실내에서 적당한 온도의 핫팩을 통증이 느껴지는 관절에 대어 주면 통증이 효과적으로 경감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뜨끈뜨끈한 열찜질을 하면 관절연골과 주변 조직에 함유되어 있는 콜라겐이 서서히 파괴되므로, 온도를 너무 높이지는 않는 것이 좋다. 한편, 관절의 염증이 심하여 관절 부위에 열이 많이 나고 부어오르는 경우에는 오히려 냉찜질을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관절의 통증이 어느 정도 경감되었다면 스트레칭, 요가, 보행 등 적당한 강도의 실내 운동을 병행하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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