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이다.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님은 지금으로부터 2641년 전 음력 사월 초파일에 네팔 남부에 있던 카필라국의 국왕인 정반왕(淨飯王)과 마야(摩耶)부인 사이에서 태자로 태어났다. 전설에 의하면, 싯다르타는 룸비니 동산에서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한 손은 하늘을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르치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를 외쳤다. 이는 ‘천상과 천하에서 내 오직 존귀하니, 온통 괴로움에 쌓인 삼계(三界)를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고 선언한 것이다.

16세에는 아쇼다라와 결혼하여 라훌라라는 아들을 두었다. 사문유관(四門遊觀)을 하면서,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따른 인생의 무상(無常)을 알고 29세에 출가를 하였다. 출가 후, 6년 동안은 온갖 고행을 하였다. 35세에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온갖 마왕(魔王)의 유혹을 물리치고,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을 이루어서 ‘깨달은 사람’ 곧 ‘불타(佛陀)’가 되었다. 성불(成佛) 후에는 범천(梵天 - 조화의 신)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갠지스 강 중류의 넓은 지역에서 45년 동안 설법을 하였다. 80세에 쿠시나가라의 숲 사라수(沙羅樹) 사이에서 열반을 하였다. 불기(佛紀)는 부처님의 열반한 해부터 시작되고, 올해가 불기 2561년이 된다.

석가모니의 운명이 가까웠음을 알고 눈물을 흐리는 제자들에게 부처님께서는 ‘슬퍼하지 마라. 내가 언제나 말하지 않았느냐. 사랑하는 모든 것은 곧 헤어지지 않으면 아니 되느니라. 제행(諸行)은 필히 멸하여 없어지는 무상법(無常法)이니라. 그대들은 중단 없이 정진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니라.’고 설(設)하시고 눈을 감으셨다. 불법(佛法)의 핵심이 되는 삼법인(三法印) 가운데 첫 번째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제행무상’은 ‘현상계의 모든 것(형상이 있는 물질계이건, 형상이 없는 정신계이건)은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어 영원한 것이 없다.’는 진리를 말한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무(無)에서 나와서, 무(無)로 돌아간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독립된 실체가 없고, 오로지 <인연의 화합>으로 존재한다. <조건>으로 발생되는 것이다. 또한 만들어진 일체의 현상(現像)들도 모두가 항상(恒常)하지 않으며, 변이(變易)의 법칙이 적용된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이 그러하고, 성주괴공(成住壞空)의 법칙이 그러하며,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모습이 그렇게 무상(無常)을 증명해준다. 봄날의 화려했던 꽃들도 그 붉음을 십일을 넘기지 못하였었고, 권불십년(權不十年)의 실제 상황을 우리는 얼마 전에 똑똑히 보았었다. 사람들은 일체(一切)가 무상(無常)한데도, 항상(恒常)을 바란다. 영원(永遠)을 바라면서는 어쩔 수 없는 모순을 갖게 되고, 그런 모순 때문에 집착(執着)을 하면서 고(苦)를 일으키게 된다.

제행이 무상하니,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은 이 ‘무상함’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여, 혼란에 빠지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이 무상하다고 하니까 우리의 귀한 삶조차도 허망한 것으로 착각하여, 허무하게 또는 방일(放逸)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성인(聖人)의 가르침에서는 결코 그렇게 살아가서는 안 될 것을 당부하였고, 허망한 삶보다는 진실한 삶을 찾도록 하고, 절망보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그 방법과 답(答) 주셨다., 부처님께서는 열반 직전에 제행무상법을 설하시면서, ‘그대들은 중단 없이 정진(精進)하라’고 하셨다. 이고득락(離苦得樂)과 해탈(解脫)을 위한 정진을 끊임없이 하라는 것이다. 수 없이 다가오는 순간순간마다 해탈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다시 내 딛는 한 걸음 한걸음도 해탈의 완성을 준비하라고 간곡하게 가르치신 것이다.

선원(禪院)에서는 댓돌 근처의 기둥에다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새겨진 팻말을 걸어 놓는다. 신발을 어지럽게 놓지 말라는 뜻도 있지만, 자기의 발밑을 잘 살피라는 뜻이기도 하다. ‘조고(照顧)’는 잘 비추고 살핀다는 것이다. ‘각하(脚下)’는 <자기의 발밑>을 말하고, 불가에서는 <자신의 마음자리> 또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의미한다. 조고각하는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잘 살펴보고, 지금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강하게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지금(只今), 차처(此處) -현재, 이곳>의 자리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현재>와 <이곳>은 우리의 일상(日常)이다. 부처님께서는 일생을 제자들과 똑 같은 일상(日常)을 사셨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도(道)에 이르는 길이다. 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지족(知足)’이다. 지족은 제 분수를 알아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지족을 아는 자는 행복할 것이다. 지족을 모르는 사람은 풍족한 생활을 하더라도, 가난뱅이와 같이 가여운 사람이 된다. 지족을 익히고 터득한 사람은 가난하더라도 부자가 된다. 억지를 부리지 않는 지족의 자리는 극락의 자리인 것이다. 지족하는 자만이 정진을 할 수가 있고, 해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은 항상(恒常)과 영원을 꿈꾸는 중생들에게 전도몽상(顚倒夢想-착각)을 깨트릴 것을 요구한다. 또한 영원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을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에도 집착하지 않을 것을 가르친다.

오늘 새벽녘의 부처님은 잠 못 이룬 나에게 ‘조고각하’하고 ‘지족’하여, 더 할 것도 없고 더하지 않을 것도 없는 삶을 살라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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