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4월이면 경남 거제시 대금해수욕장 주변 대금마을은 진달래가 지천이다. 대금산 자락을 따라 은은한 향기를 품어내며 상춘객들을 맞이하는 대금마을. 봄의 전령사인 진달래는 어느덧 거제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 됐고, 이제는 상당수 시민이 ‘봄=진달래=거제’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김소월 시인의 표현처럼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가실 길에 아름따다 뿌리오리다’를 상상하노라면 겨울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은 어느새 진홍빛 진달래처럼 꿈과 사랑을 가득 담고 있으리라. 올해는 최악의 경기침체로 대금산 진달래 축제 행사는 간소화하고 내실 있는 행사 위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진달래천지를 이루며 상춘객을 맞이한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거제. 그래서 거제의 봄은 특별하고 늘 설레며 상춘객들에게 지난날의 추억과 다가올 날들에 대한 희망을 전달한다.

거제도의 북악이라 일컫는 대금산(440m)은 왕기(王氣)가 서린 곳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인물이 났다. 산자락이 넓고 산세가 완만할 뿐 아니라 멀리서 보면 잘생긴 여인이 아기를 품에 안은 듯해서 어머니의 품속처럼 푸근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정상 주변과 비탈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 돼 있어 해마다 3월 말에서 4월 초순이면 온통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외포항 바다와 가깝고, 대통령 별장이 있는 저도와 거가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며 멀리 대마도가 아스라이 보이는 정상에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이다. 더욱이 진달래보다 더 붉은 노을이 호수처럼 잔잔한 진해만의 하늘과 바다에 드리워진 해질녘의 풍경은 숨 막힐 듯 화사하고 아름다워 한 폭이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안개에 젖은 봄의 정취, 그리고 봄날 서정을 깊게 하는 진달래꽃사이로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소리의 청아함은 마치 태고의 신비를 보는 듯 하여 처음 오는 사람은 탄성을 지르고 만다.
대금산 정상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율천마을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 대금, 농소몽돌해수욕장을 이어주는 이 길 덕분에 요즘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절정이다.

박성익(48·장승포어촌계장·아래 사진)씨가 운영하는 ‘산해들 펜션’ 을 찾은 필자는 호젓한 오솔길을 걸으면서 또 다른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찾는 탓에 오솔길이 뚜렷하면서도 수줍은 듯이 붉게 물든 진달래와 벚꽃이 반가운 손짓을 한다. 밖으로 나서면 광활한 바다가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고 마당으로 들어서면 포근히 감싸오는 산과 계곡이 여인의 옷자락 같이 다정하게 감싸준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청년시절부터 어부의 삶을 살아오던 제가 고관절 질환으로 고생이 심했는데 이곳에 정착한 후로 고관절 질환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치료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맑은 해풍과 산 공기가 특효약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방이 확 트인 2층 테라스에서 박성익 씨가 직접 마련한 대추차를 마시며 봄빛에 겨워 끙끙거리며 거가대교를 돌아오는 고깃배의 정취와 끝없이 불어오는 해풍의 기운을 느끼면서, 다시 이곳을 찾아오면 아름답게 봄 물든 꽃잎 색깔처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거제 토박이인 박 씨가 지은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대금해수욕장은 수심이 깊지 않아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또한 펜션 건물이 대금산 중턱에 지어졌으니 여행자들이 탐 낼만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에서 북쪽 해안 길을 따라 10분 정도 달려가면 대금리 유천마을에 ‘산해들 펜션’이 등장한다. 2016년 봄에 문을 연 산들해 펜션은 1000여 평의 넓은 정원을 비롯해 40여 평의 펜션 건물이 들어서 있어 대금산을 찾는 여행객들이 알음알음 많이 찾고 있다. 특히 장목면에는 숙박시설이 많지 않아 여행객들의 불편함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상당 부분 흡수해 주고 있어 거제의 입장에서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산들해 펜션이 위치한 곳은 대금해수욕장 해변 인근으로 이곳에서 장목면 소재지로 이르는 해안도로는 오가는 차량도 그다지 많지 않아 거제의 고즈넉함을 즐기기에 좋은 길이다,
넓은 정원 그리고 해풍에 잘 견딘다는 ‘드라이브 비트’ 공법으로 뼈대를 세워 지은 하얀 벽과 서구적이면서도 독특한 원목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앞으로는 대통령 별장으로 쓰이던 저도와 이수도, 가덕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환상적인 해변이 펼쳐진다.

2층 건물의 객실은 회사나 계모임 등에서 오는 단체 손님이 이용하기 알맞은 큰 방부터 가족이나 커플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방까지 다양하다. 각 방마다 취사시설은 물론이고 참기름, 고춧가루, 소금 등 갖은 양념이 방마다 비치돼 있어 먹거리 해결에 불편함이 없다. 바비큐 시설이 돼 있는 야외에는 지붕을 만들어 놓아 여름에 비가 오더라도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장승포에서 장어통발 배(금양호 10톤)를 운영하며 장승포 어촌계장으로 분주하게 살아가던 박성익 씨는 전원생활을 감행하기로 결심하고 작년 봄에 산해들 펜션을 인수했다. 부산과 드비치골프장이 가까운 데다 대금해수욕장 주변에 갈 곳이 많아 지리적으로도 최적의 위치다. 수익 면에서 본다면 처음에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전원에서 생활하면서 아내를 돌보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 자체가 보람이라고 한다.

이는 펜션 운영자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이기도 하다.
한편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고 새벽 물안개 사이로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며 지내는 박성익, 김주영 부부의 전원펜션생활은 도심에 찌들어 정서가 메말라버린 사람들은 한번쯤 부러워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홈피: http://sandlhae.com
위치: 거제시 장목면 율천 대금길 88-50
문의: 010-2990-0800
글: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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