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들은 다 깨어나 소리를 내는 모양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동백꽃도 매화꽃도 꽃망울을 터뜨린 지 벌써 오래다. 입춘도 경칩도 지났으니, 그럴 법도 할 것이다.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온 개구리도 마음껏 목청을 터뜨린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듯 저마다 생명력을 자랑한다.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것을 다시금 일러주는 봄이다. 그렇다고 화사한 봄기운에 젖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오늘도 꽃샘추위는 계속되고 전국 곳곳에는 봄비나 진눈깨비가 내린다고들 하지 않던가.

늘 그랬듯이 우리는 봄을 시샘하는‘꽃샘추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상청의 정확도와 상관없이 봄이 오면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짬짬이 시샘하는 추위라면 견딜 수 있겠지만, 시샘의 정도가 깊어진다면 이제 막 돋아난 가녀린 꽃대가 꺾일까 두려운 까닭에서다.

두려운 것이 어디 그뿐이랴. 장롱 깊숙이 들앉았던 태극기와 촛불도 문밖에 나와 소리를 낸다. 태극기는 태극기대로, 촛불은 촛불대로 거리의 전사로 나앉아 난데없이 양분화 현상을 보인다.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을 눈앞에 둔 우리네 시린 가슴팍에 주인처럼 들어와 이쪽저쪽 마구 저울질을 해댄다. 세상에는 살아있는 것들만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어쩌다가 우리가 다시 분단의 아픔을 맛봐야 하는가. 대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야 우리 사회가 잠잠할 수 있단 말인가. 이쪽이든 저쪽이든 기상청 예보처럼 과학적인 자료를 분석해 수치로 예견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이른 봄마다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원인이었으면 좋겠다. 며칠만 더 견뎌내면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근간을 뒤흔들어버린, 알 수 없는 이 추위는 기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소리에도 요지부동이니,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오늘도 침묵한다. 일손을 놓고 우두커니 앉아 때로는 태극기, 때로는 촛불을 들어야 하는 소시민의 항변인지 모른다.

그 속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노란리본’도 매달려 가만가만 가슴을 짓누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반발로 경제적 보복까지 가세되는 즈음이니, 우리네 작은 가슴은 자연히 문드러질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꽃샘추위에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현실인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는 분단된 나라에서도 다시금 둘로 쪼개져야 하는 얄궂은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현직대통령 탄핵심판일(3월 10일)을 앞두고 온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처럼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어영부영 판단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사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탄핵여부를 결정하는 최종표결 때 나라를 살린다는 생각으로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내린 탄핵 심판 최종 선고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반드시 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헌정사상 두 번 째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심판 하는 사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욱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긴 지 90여일이 지난 즈음이니, 판단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투표권도 없는 필자가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다만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도 우리 사회가 잠잠할 것 같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새다 엉겁결에 하는 말이다. 이쪽으로 간들 저쪽으로 간들 정치는 없고, 정치인만 있는 형국이 아니던가.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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