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눈다. 굉장히 중요한 얘기도 있을 수 있고 그냥 단순한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오고 가는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화중에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하고 정도가 심하면 폭력이나 살인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가정의 불화도 대화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대화가 왜 이렇게 극단으로 가는 것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의 생각이 '다르다'고 인정하지 않고 상대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의 이기적 판단이다.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든 부부사이든 형제간이든 더구나 사회에서 남남으로 만난 관계이든지 서로 성장환경이 다르고 뇌에 저장된 정보에도 차이가 있고 사람마다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다르다. 이 당연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내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부모를 힘들게 하고 부모는 자식을 나무라고 부부사이는 갈라지고 사회적 인간관계는 서로 어렵사리 친분을 쌓아놓고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한다.

대화는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면서 공감대(共感帶)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그러한 대화에서 생각의 옳고 그름을 따져서는 곤란하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일 뿐이고 그냥 다르다고 생각하면 화내는 일이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는 가급적 공감적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는 대화의 기법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상대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10분 말하려면 50분을 들어라'는 말이 있다. 남이 말하는 중간에 끊고 자기주장만 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 할지라고 누가 공감하겠는가! 그런 분위기에서는 당연히 대화가 중단되고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의 앙금만 남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어떤 경우에라도 이기적(利己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도 내 이익 중심으로 얘기하듯 남도 자기이익에 준하여 대화를 전개한다. 이러한 이익의 충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대화중에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트집을 잡아서 대화를 중단시키지 말고 상대가 주장하는 전체요지를 잘 파악해야한다. 당연히 겸손함이 묻어나는 배려와 양보도 매우 중요하다. 세월이 워낙 빠르다 보니 자식들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 집 큰 애도 서른을 넘보는 나이다. 국내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에서 자기 나름의 생활터전을 잡아보려고 노력중인데 설 명절날 집에 왔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아들과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들은 성장과정에서 자기얘기에 귀 기울여 주고 내 판단에 모든 것을 맡겨주셔서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부모의 간섭에 취업이나 결혼문제 등에 있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자기는 매우 자유롭다면서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워하는 눈치란다. 아들의 미래는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현재의 자기 삶에 만족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오랜 세월 공감을 나눈 결과라고 본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매년 신입직원들이 몇 명씩 들어온다. 신세대인 이들이 하루빨리 직장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같이 대화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회의를 할 때도 딱딱한 지시보다는 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급적 이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지사운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대화를 통한 공감(共感)은 편안함이다. 금방 친해지는 물론 상호신뢰를 선물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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