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반 거제도는 조선공업도시로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어촌지역으로 한유(閑遊)한 반농반어 생활이었습니다. 인구 10여만 명으로 이웃간 정리(情理)가 두터웠고 사람냄새가 물씬했던 곳입니다. 이기(利己)보다 이타(利他)가 앞섰던 후한 인심이 넘치는 고장이었습니다.
두레정신이 강해서 상부상조(相扶相助)도 잘 이뤄졌습니다.

공업도시로 변모하면서 거제도에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적인 일탈(逸脫)에 많은 사람들이 곤혹스러워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노마드적인 현상으로 마음을 추스르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시간 앞에서 허우적임이란 일시적 현상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곤궁한 삶의 해방이란 공감대가 모든 걸 잠재웠습니다. 모두가 조선소로 내달렸습니다. 일념이었습니다. 주위를 돌아 볼 여유로움마저 잠재웠습니다.

정신세계에는 배금사상(拜金思想)이 들어 앉기 시작했습니다. ‘돈이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결과 거제도 물가는 전국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밥값 비싼 것은 유별났습니다. 25년쯤 전에 고향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밥값을 지불하면서 씁쓰레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호황을 구가하는 조선공업의 여파겠거니 하긴 했지만, 뒤에 들리는 말은 거제 밥값은 살인적이라고 했습니다. 이럼에도 아랑곳 않는 상도임에 어찌하겠습니까. 시 당국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겠지요. 요식업협회 차원에서 정리되어야 할 문제지만 그게 간단치가 않았겠지요.

최근에 거제시가 나서서 음식점의 표준 식단을 정해 가격 카르텔을 제시한다니 다행입니다. 어느 재일 동포는 그가 사는 고장의 음식값이 비싸서 관광객 유치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가격인하를 유도하여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꼬씨래기 제살 뜯어먹는 우(愚)는 화만 자초합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합니다.

거제 숙박업도 시설에 비해 비싼편이더군요. 이러다 보면 관광객이 거제를 또 찾을까요. 혼자만 잘살몬 무신 재미가 있을까요.
거제도는 우리나라 섬 가운데 유난스레 아파트가 많습니다. 인구과밀에 따른 현상이라 해도 환경과 어우러진 주택정책을 펼칠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않아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좀 더 조화롭게 조성할 수가 없었을까 합니다. 앞으로 건립되는 아파트들은 주변환경과 조화롭게 시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매립되고 있는 고현만은 이왕에 벌어진 일인데 어쩌겠습니까. 안타깝긴 하지요. 호수 같은 고현만이 사라지니. 이로 해서 야기(惹起)되는 오염문제가 선결과제일 것입니다. 하천들도 심각하게 오염되었는데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문화관광은 생태환경과도 불가분의 관계일 것입니다.

물이 흐르는 도랑바닥에 시멘트를 발라 이곳에 생식하는 미생물이며 물고기류, 갑각류의 씨를 말리는 환경문맹이 버젓이 자행되는 현상에 안타까움만 더해집니다. 시의 환경지수가 이런가 하고요. 연초천도 오래전부터 정비한다더니 생활 오폐수가 그대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황덕도 다리는 육척거구에 초립(草笠)을 쓴 격이더군요.

거제도 도로를 보면 ‘모골이 송연’합니다. 급작스런 인구증가와 조선공업의 물동량이라 하지만 안타까움이 묻어납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은 아예 없습니다. 속도만 있을 뿐입니다. 길에는 철학이 없을까요? 작은 지방도시에 신경망처럼 도로를 깔아 어디로 급히 가려는 것인지. 문명의 혜택치고는 너무 과한 것 아닌지요.

보행(步行)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글자에 머무를 지(止)자가 있습니다. 보행은 머무르기 위한 행위입니다. 머문다는 것은 공감의 근본입니다. 공감은 공동체 복원의 핵입니다. 보행은 잃어버린 사람냄새를 찾는 것입니다. 사람냄새가 일렁이면 공동체가 복원되고 파편화된 인심의 세계가 한결 따뜻해질 것입니다. 문명의 이기보다 인간의 이타가 사람사는 세상이겠지요. 섬 전체가 연결되는 둘레길을 제대로 만들면 그 반향이 엄청 날 것입니다. 토막길보다 관광상품으로 명품이 될 것입니다. 걷는 재미가 스토리로 이어질 것입니다.

민선 시장 이후 문화 마인드 제로베이스인 시정에서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결과가 안타깝습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몽골리언)들은 “땅은 후손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어느 신문에서 “말뫼의 눈물 거제의 눈물”이란 기사를 보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거제시 조선소만 쳐다보지 말라고 몇 번 표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럼에도 조선공업 다음의 현상에 대책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 행정이나 시의회나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문화전문가를 양성하든지 영입해서라도 문화콘텐츠를 디테일하게 개발해서 실행하는 문제를 말입니다.

문화원은 획기적으로 개혁해서 새롭게 그 모습을 시민에 보였으면 했습니다. 문화원은 지역문화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합니다. 자리 보전이나 하는 자리여서는 발전이 없겠지요. 물은 흘러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문화예술재단도 그렇습니다. 이곳에도 문화의 핵을 짚어내는 전문가가 있으면 거제시 문화예술인들과 공감력이 배가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오는 것은 창작의 물꼬가 트이겠지요.

권민호 시장이 개발정책에서 문화관광정책으로 시정(施政)을 펼치겠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문제는 이 분야 전문가가 시청에 있어야 합니다. 현직의 공무원이든 외부 인사를 영입하든 전문가여야만 합니다. 한가지를 실행해도 실사구시(實事求是)적으로 촘촘해야 할 것입니다. 주마간산식으로 하면 지난해 옥포대첩 기념제전같은 꼴이 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요. 제대로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공감의 장소로 말입니다.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겠지요.

시립 박물관도 오래전부터 건립되었으면 했는데 아직도 미완의 작품이네요. 귀중한 유물들은 다 반출되었더군요 김해박물관이 거제유물 전시를 하면서 발간한 도록을 보니 안타까움이 배어 들더군요. 40년도 더 된 숙제가 지금도 해결 안되다니. 이건 무슨 경우일까요. 지역에 있는 어떤 인사는 유물 팔아먹는 재미가 솔솔했다는 얘기도 오래전부터 회자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문화예술을 제대로 관장하는 부서가 거제시에 있나요. 문화공보과는 행정국인가 하는 곳에 곁다리로 앉혀있는 이 기이한 현상은 무엇입니까.

2000년대는 문화의 세기라고 지난 세기부터 세계의 석학들이 하나같이 지적했음에도 거제시는 요지부동이었지요. 하다 못해 통영시라도 벤치마킹하든지. 하동시도 박경리 토지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문화도시로 탈바꿈한다고 합니다. 울산시도 굴뚝도시에서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한다고 합니다.

문학, 미술, 서예, 사진,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 문화자산이 널려 있습니다. 이의 활용방안을 마련하면 좋을 텐데. 거제시에 산재해 있는 문화예술단체가 한 곳으로 모이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입니다. 이러므로 예총회관 건립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시관도 마련되겠지요. 각종 전시유치와 기념관들이 함께 들어서는 일석이조의 효과 말입니다. 관광객 유치와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것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관을 마련하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겁니다. 이러려면 전시공간이 마련되는 예총회관 건립이 선결과제가 되겠네요.

열린 문화정책, 관광정책을 꽃피울려면 문화권력 해체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관광정책이든 문화정책이든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문제는 열린 공간에서 생성되지 닫힌 공간(사고)에서는 소멸만 생산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민관(民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화두(話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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