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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약선요리를 고집하는 곳 ‘해토펜션’손영민의 풍물기행
동부면 '해토 펜션' 전경. 약선 요리가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눈이 녹고 땅이 언 자리가 헐거워지면 어김없이 새순이 솟아난다. 이걸 따다가 조물조물 무쳐낸 반찬은 우리 몸이 원하는 것을 채워준다. 그것이 바로 약선 이고 보약이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경남 거제시 노자산 산자락 동부해안가에 위치한 ‘해토펜션(055-637-2277)에서 약선 요리연구가로 활약 중인 최복숙(63) 씨를 찾아갔다.

동부면 함박구미 해안을 감싼 겨울바다는 참으로 곱고 어여쁘다. 은빛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는 호수처럼 얌전하다. 햇살에 따라 은빛, 쪽빛, 금빛으로 변하는 바다 색깔이 연지 곤지 찍은 새색시의 낯빛처럼 곱다. 더욱이 바닷가 언덕마다 붉은 동백꽃이 앞 다투어 피어나는 겨울날의 동부바다는 꿈결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최복숙 /약선요리 연구가

봄날이면 따스한 햇살 가득 들어선 해토펜션의 뒷산에도 봄기운이 스며들어 파릇하게 어린순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땅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새순은 어떠한 값비싼 재료보다 귀하디 귀하다는 최씨는 음력 2월쯤 되면 쑥 보다 일찌감치 자라는 광대나 민들레, 꽃다지, 소리쟁이, 쑥부쟁이 등을 따다가 나물을 무친다.

몸속의 비타민 소모량이 3~5배나 증가하는 봄날, 비타민이 풍부한 새순은 자연의 선물 같은 존재다. 맛은 쌉싸름하지만 꼭꼭 씹다보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에 취한다.

예로부터 ‘식의(食醫)’라고 해서 ‘약을 쓰기 전에 먼저 음식을 치료하고 그것이 안 될 때 약을 사용하라’는 말이 있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닌데 몸이 나른해지는 봄이면 식의라는 옛말을 되뇐다.

몸이 약했던 최 씨는 15년 전, 우연히 ‘울산 좋은세상’ 병원장(약선 요리연구가)을 만나 약선의 신비로운 비법을 배우게 된다. 좀 더 좋은 약선 연구를 위해 전국 명산을 돌며 산야초를 캐다가 나물을 무쳐먹고 장아찌를 담그고 효소를 만들어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것을 남편과 함께 몸소 체험해보고 틈만 나면 약선에 관한 책을 읽으며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MBC 밥상천하’ 예능프로에 출연할 만큼 ‘약선 요리의 대가’로 우뚝 서게 됐고, 1년 전 남편의 고향인 이곳 해토펜션으로 옮겨와 힐링 펜션을 운영하면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접목해 펜션 1층에 약선 요리전문식당을 열었다.

워낙 손끝이 야물고 바지런한 탓에 지금 천연염색한 식탁보 위에 유기놋그릇을 올리고 여기에 약선을 담아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또 다른 업으로 삼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체질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의 체질을 잘 알고 부족한 기운은 음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해토펜션 약선 요릿집은 봄날이 오면 노자산 뒷산에서 꺾은 새순과 지친 봄날에 기를 충만히 채워주는 나물들을 선보인다. 약재건조장으로 개조한 황토방의 환하게 꾸며진 출입문을 열자, 약재들이 입구에서부터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약선에 필요한 재료들이다. ‘약선’은 약이 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실내 벽면에는 오래 묵혔을 것 같은 담금주 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담금주를 파느냐고 묻자 음식에 따라 모두 다양하게 들어간다고 했다. 음식에 따라 궁합을 맞춰 약초주도 나간다고 한다.

‘약선 연잎 밥’을 주문하니 메밀차가 나왔다. ‘메밀’은 흔히 메밀국수, 메밀묵 등 식용작물을 일컫는다. 피부미용 개선 및 변비를 예방해 준다는 차다. 한 모금 마셨더니 부드러우면서 뒷맛이 당기는 듯하다. 수저가 차려진 뒤 놋그릇에 담겨 나온 야채샐러드 한 접시. 식사 전에 야채를 먹으면 소화에 도움을 주고 체온을 올려 준단다.

해토펜션의 약선 연잎 밥은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음양과 오행을 맞춰 찹쌀, 멥쌀, 차조, 연자, 녹각, 솔잎, 톳나물, 단 호박을 쓴다. 노란 찹쌀 단 호박죽이 쫀득하며 달콤하다.

석류와 사과, 자색배추, 견과류가 들어간 샐러드, 우엉 전, 생감자를 발효시킨 감자전, 곤드레전, 천연조미료로 뽁은 산나물, 우엉잡채, 생선회, 찜 조기, 삶은 문어, 소 수육, 튀김 류, 천연올리브유에 살짝 익힌 토마토, 장어추어탕, 청국장, 물김치와 천연조미료로 만든 각종 반찬이 나왔다.

한꺼번에 나오지 않아 한 가지씩 차례차례 맛을 보니 코스요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각종 함초 소스에 찍어먹는 맛도 특이했다. 튀김류는 식었는데도 함초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한 맛이 없었다. 맛의 비결은 ‘신이 내린 약초’인 함초를 거제 동부 바다에서 직접 채취하고, 발효시킨 함초 원액을 모든 음식에 사용하는데 있었다.

마지막으로 약선 연잎 밥과 장어추어탕이 등장했다. 연잎을 펼치니 그 속에 단 호박, 연자, 양대 콩이 소복하다. 연잎 밥 하나만으로도 단백질이 가득 채워질 것 같다. 연자의 아삭한 맛이 구수하며 연잎 밥의 쫄깃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손끝에서 하나하나 만들어진 요리들이라 먹기도 아까울 정도다.

최 씨는 지난 2000년부터 전통주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떡, 한과류, 양갱류 까지 배웠다. 2007년에는 약선 본초학까지 공부하면서 약초주, 담금주, 가양주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궁합이 있듯 음식도 궁합이 있어요. 알고 먹으면 도움이 되지만 모르고 먹으면 해를 주기도 합니다. 득이 되는 음식을 나누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되었지요.”
직접 채취한 재료를 사용해 약선을 만들고 있는 최씨는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만을 고집하며 음식을 만들 때마다 즐겁다고 한다.

펜션에서 바라본 낙조 풍경.

해토펜션에서 몸도 마음도 힐링하며 약선 요리로 마무리 하고나니 친숙하게 다가온 하루였다. 해질 무렵부터는 고운바다위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산달도와 한산도…

고요한 물결을 미끄러지듯이 가르는 고깃배너머로 온바다를 감싸는 황홀한 낙조가 펼쳐진다.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장엄함과 비정함을 풀어놓아 한겨울밤을 신비로운 자연의 낭만으로 이끈다.

글․사진: 손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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